지난 정부에서 정치개입과 간첩 증거 조작 등으로 불법을 저질렀던 국가정보원이 29일 대공수사권을 타 기관으로 이관하고 명칭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변경하는 자체 개정안을 내놨다.

국정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정원은 정치개입·인권유린 등 과거 잘못된 관행과 절연하기 위해 최근까지 조직 개편·적폐 청산을 대부분 마무리했으며, 국정원 개혁을 제도적으로 완성하기 위해 국정원법의 전면적인 개정을 연내에 추진하고 있다”며 “국가 안보만을 위한 순수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결연한 각오를 담아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의 이 같은 개정안 추진은 지난 13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위원장 정해구)가 △국정원 명칭 변경 △직무범위 명확·구체화 △대공수사권 이관△예산집행의 투명성 제고 및 내·외부 통제 강화 등 국정원법 개정을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국정원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변경하는 안은 지난 7월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 중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 개혁의 일환으로 국정원을 해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하겠다는 계획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서울 내곡동에 위치한 국가정보원. ⓒ 연합뉴스
▲ 서울 내곡동에 위치한 국가정보원. ⓒ 연합뉴스
국정원은 “개정안에는 인권침해·직권남용 논란을 확실하게 해소하기 위해 대공수사권을 타 기관에 이관하고, 국가 안보 수사 역량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 안보 침해 관련 정보 수집 활동에만 국한했다”며 “정치 관여 우려가 있는 부서를 다시 설치할 수 없도록 법에 명시했고, 불법 감청 등에 대한 금지 조항을 신설해 위법한 정보활동 등 직무 일탈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법 개정안은 또 직무 범위에서 광범위한 해석이 가능했던 ‘국내 보안정보’라는 용어를 삭제하고 △북한정보 △방위산업 침해 △경제안보 침해 △국가·공공기관 대상 사이버 공격에 대한 예방 등으로 구체적으로 한정했다. 기존의 ‘대공’, ‘대정부전복’ 관련 업무도 제외됐다.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이날 자체 개정안을 정보위에 제출하고 특수사업비에 대해서도 내부에 ‘집행통제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심사하기로 했다. 아울러 예산안 편성과 집행결산 시 더 상세한 내용을 국회 정보위에 보고키로 하는 등 국정원 내·외부 통제를 강화해 향후 불법적인 예산 집행을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약속했다.

내년도 국정원 예산도 680억 원 가까이 삭감될 것으로 보인다. 주로 이번에 청와대 등 상납으로 물의를 빚었던 특수활동비가 삭감 대상이고, 특수공작비는 50% 정도가 깎일 것이라는 게 정보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회 정보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장비 및 시설비를 제외한 순수 특활비 성격 예산은 올해 대비 약 19% 감액하고 각종 수당은 약 8% 감액하는 등 국회 차원에서 국정원 예산에 대해 강력한 페널티를 부과할 것”이라며 “다만 위성 사업과 영상 정보 처리 등 과학정보역량 강화 사업 예산은 전액 승인하고 직원 전문화 교육 예산은 증액 편성하는 등 정보 역량 강화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새벽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 배경에 대해 김 의원은 “국정원은 미국에 대한 타격 능력을 과시하는 한편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의도로 분석했다”며 “또 내부적으로 체제 결속 도모를 위한 목적도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기술적으로는 세 번에 걸쳐 발사된 ICBM급 중 가장 진전된 것으로 국정원은 평가했고, 전략적으로 예견된 도발이었다고 했다”면서 “북한이 테러국으로 재지정된 상황에서 북한 도발이 예견되는 상황이었고 사전 징후도 파악했다. 추가 도발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