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주정치, 패거리정치.” 지난 총선 때 장성민 TV조선 앵커가 ‘시사탱크’에서 이렇게 말했다. “천륜 어긋난 저열한 정치.” 지난 총선 때 채널A ‘쾌도난마’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걸씨가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자 패널이 한 말이다.

편파방송은 당연히 선거 때 기승을 부린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조사 결과 최근 7번의 선거에서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채널이 선거방송 심의의 70%를 차지했다. 20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제재를 내린 종편과 보도채널은 58건에 달했다.

편파방송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에 지난 3월 TV조선을 비롯한 종편 재승인 때 방통위는 오보·막말·편파방송으로 인한 법정제재를 매년 4건 미만으로 유지하지 않으면 재승인 취소까지 단행하는 재승인 조건을 부과했다. 당시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종편으로서는 환골탈태하는 조건으로 새롭게 출발하지 않으면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 종편 재승인 조건. 해당 심의규정 조항은 공정성, 객관성 등에 관한 것이다. 선거 기간 보도와 시사토크프로그램은 '선거방송 특별규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재승인 조건과 관련이 없다는 게 방통위의 입장이다. 자료=방송통신위원회.
▲ 종편 재승인 조건. 해당 심의규정 조항은 공정성, 객관성 등에 관한 것이다. 선거 기간 보도와 시사토크프로그램은 '선거방송 특별규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재승인 조건과 관련이 없다는 게 방통위의 입장이다. 자료=방송통신위원회.

지난 3월 언론은 오보·막말·편파방송 관련 법정제재가 4건을 넘으면 종편이 시정명령을 받는다고 보도했고, 미디어오늘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후 제보를 접하면서 ‘실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선거 기간 방송은 선거방송심의위원회라는 특별기구 설립에 따른 별도 규정으로 관리되는데 재승인 조건은 일반 방송심의규정만 ‘조건’에 나열해 선거기간을 예외로 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기자나 시민사회단체는 물론이고 종편 재승인을 심사하는 관계자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논란이 제기되자 방송통신위원회는 ‘법률 자문’ 절차를 거치겠다고 밝혔다.

법률자문 결과는 ‘문제 없음’이었다. 지난 27일 MBN 재승인 때 신영규 방송지원정책과장은 브리핑 자리에서 “선거가 매년 동일하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조건으로 획일화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어 반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 최성준 전 방송통신위원장. ⓒ 연합뉴스
▲ 최성준 전 방송통신위원장. ⓒ 연합뉴스

납득하기 힘든 결과다. 오보·막말·편파방송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부여한 재승인 취지에 반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선거방송심의는 ‘중복 심의’하는 기구가 아니다. 선거 기간 선거와 관련된 내용이 담긴 뉴스와 정치 시사프로그램은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 이관돼 방통심의위로부터 일절 제재를 받지 않는다. 선거방송심의위 활동 기간은 4~5달에 달한다.

즉, 방통위가 환골탈태라고 포장하며 겉으로는 강력한 규제 방안을 마련한 것처럼 생색냈지만 가장 문제가 심각한 선거 기간 동안 편파방송을 할 수 있게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재승인 조건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문제가 발견됐는데도 이처럼 조용히 끝낼 일인지도 의문이다. 위원들조차 선거 기간 심의가 제외된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의도된 부정인가, 아니면 부실한 행정의 문제인가. 방통위 공무원들과 최성준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배경을 분명히 밝히고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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