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도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을 포털에서 검색하면 자동검색어로 ‘한병도 주사파’가 뜬다. 임종석 비서실장을 필두로 전대협 운동권 출신 인사들, 즉 주사파가 청와대를 장악했다는 주장에서 나온 검색어다. 한병도 정무수석이 전병헌 전 정무수석 후임으로 임명되자 그의 이력을 부각시킨 색깔론이 등장하고 있다.

언론은 한병도 정무수석 발탁 소식을 전하면서 ‘586 전대협’을 타이틀로 뽑고 있다. 청와대 인사 구성 때부터 나온 언론의 프레임은 ‘총학생회장 출신 386들 586되어 청와대 포진’(한국경제)이라는 기사 제목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주사파들이 장악했다는 프레임은 언론의 해묵은 코드 인사 명명하기로부터 시작해 야당의 색깔론 제기로 확산되는 등식을 갖고 있다.

▲ 한병도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이 11월28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석인 청와대 정무수석에 한병도 정무비서관을 승진 임명했다. ⓒ 연합뉴스
▲ 한병도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이 11월28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석인 청와대 정무수석에 한병도 정무비서관을 승진 임명했다. ⓒ 연합뉴스
류근일은 28일자 조선일보에서 “1980년대 학생운동을 지켜본 바에 의하면, 전대협 386 학생운동, 그중에서도 NL(민족해방) 계열, 그중에서도 성서적인 표현인 '열성당원'일수록 어딘가 밀교(cult)적인 분위기 같은 걸 느끼게 했다”며 “386 전대협 출신들이 정권을 잡은 한에는 그들의 생각이 왕년의 컬트 시절과는 많이 달라져 있기를 희망할 수밖에 없다”라고 썼다. ‘불순한’ 586 전대협 출신 운동권들이 청와대를 장악한 것이 ‘젋은 청와대’의 실체라는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은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국회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출석한 임종석 비서실장을 향해 “전대협 강령은 반미와 진보적 민주주의인데, 청와대에 들어간 전대협 인사들이 이런 사고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고 하면서 급속히 확산됐다.

임 비서실장은 “5~6공 정치군인들이 민주주의를 유린했을 때 전 의원이 어떻게 살았는지는 살펴보지 않았지만 전 의원이 거론한 사람들은 인생을 걸고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한다”고 맞받아치면서 공방 논란으로 흘렀다.

전 의원 발언 이후 인터넷에선 주사파가 장악한 청와대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 중 총학생회장 출신임을 명기한 명단이 돌았다. 심지어 임 비서실장이 간첩이라는 증거라고 주장하는 영상도 돌고 있다. 영상 속 내용은 임 비서실장이 전대협 의장일 때 세계청년학생축전 개최와 관련해 북측과 전화로 협의하는 모습과 검거 소식(MBC 뉴스) 등 전대협 활동상이 담겨 있다.

▲ 포털 다음에서 '한병도'를 검색하면 자동검색어 기능으로 '한병도 주사파'가 뜬다.
▲ 포털 다음에서 '한병도'를 검색하면 자동검색어 기능으로 '한병도 주사파'가 뜬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8월 페이스북을 통해 “나라가 급격히 좌편향되고 있다. 이 정부 들어와서 청와대는 전대협 주사파 분들이 장악을 했고, 모든 분야에서 나라가 급격히 좌편향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문재인 정부=주사파 정권’ 프레임을 속칭 밀고 있다.

일각에선 탄핵 유탄을 맞고 내부 갈등이 극심한 자유한국당이 색깔론을 확산시켜 보수층 결집을 시도한 것으로 해석한다. 오히려 보수의 위기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쟁력이 떨어진 야당이 정권 흠집내기에 몰두하고 있는데 주사파 청와대 장악이라는 프레임을 갖고 무리한 공격을 시도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한병도 정무수석이 임명되자 자유한국당은 어김없이 “전대협 비서실장에 전대협 정무수석, 청와대는 운동권 아니면 도저히 사람이 없는가”라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과거 운동권 시절 이들이 반미, 반자본, 진보적 민주주의를 추종하던 사고에서 지금은 완전히 벗어나 있는지 밝히지도 않고 국가의 최고 컨트롤타워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그간 대한민국을 지키며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본질은 애써 외면하면서 80년대 전대협, 그들만의 회합장으로 전락해 가는 청와대의 모습을 보며 문재인 정부 하 대한민국의 운명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정치지형으로 보면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70~80%정도 되고, 집권당도 50~60%를 왔다간다 한다. 박정희 독재 정권을 제외하고 이렇게 정권 초반 6개월 동안 압도적 지지를 받는 상황이 없었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야권은 역전을 시도, 지지기반을 도모하려고 하고 있지만 이념을 떠나 나라를 나라답게 운영하라는 선명성 경쟁을 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절대 찍지 않겠다는 골수 보수층만 최소한 모으기 위해 허구적인 수사로 붙들려하고 있다”면서 “문제는 내년 지방선거와 3년 뒤 총선에서 보수와 진보까지도 포함된 70% 가까운 지지율 중 일부를 뺏어와 정치적 확장을 해야 하는데 스스로 고립시키는 마이너스 정치를 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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