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7일이면 MBC 사장 선임 절차가 완료되는 가운데 서울 상암동 MBC 사옥 로비에 게시판 하나가 설치됐다. ‘사장 후보자에게, 질문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이 게시판은 지난 27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설치한 것이다. MBC 사옥 로비를 오가는 사내 구성원들이 사장 후보자에게 궁금한 것을 묻는 익명의 질문지들이 28일 여럿 부착돼 있었다.

이 가운데서도 계약직들의 질문이 눈에 띄었다. 한 사원은 “파업을 응원했던 계약직입니다”라며 “파업이 끝나고 정규직들은 앞날을 찾아가는데 정작 저는 앞날이 안 보이네요”라고 밝혔다. 또 다른 게시자는 “프리랜서 좋습니다”라면서도 “하지만 ‘프리랜서’라는 ‘직’을 이용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정당한 임금과 노동시간을 보장해주세요”라고 적었다.

▲ 28일 오전 언론노조MBC본부 조합원들이 서울 상암동 MBC사옥 로비에 마련된 벽보에 붙은 사장후보자들에 대한 질문지를 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28일 오전 언론노조MBC본부 조합원들이 서울 상암동 MBC사옥 로비에 마련된 벽보에 붙은 사장후보자들에 대한 질문지를 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지난 27일 설치한 ‘사장 후보자에게, 질문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판에는 방송사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방송인들의 호소가 적지 않게 담겨 있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지난 27일 설치한 ‘사장 후보자에게, 질문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판에는 방송사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방송인들의 호소가 적지 않게 담겨 있었다. 사진=김도연 기자
“파견왕국 MBC! 정규직 전환!”, “‘정규직-준규직-비정규직’ MBC 카스트 제도 어떻게 해결하실 건가요!”, “프리랜서 임금 현실화와 경력·대졸 신입 차별 어떡하실 거예요?” 등의 질문지도 방송사 내 정규직·비정규직 차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포스트잇 5장으로 “중규직 철폐”라고 적은 메모도 눈에 띄었다. 한 게시자는 “협력직과 정규직 및 자체 계약직 등등의 업무량 차이와 급여 차이, 복지 차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위와 같은 상황과 문제에 대해 개선해주실 생각은 있으신가요?”라고 물었다. 이와 관련해 “협력업체 직원들도 2년 계약이 아닌 무기계약직으로라도 전환해주세요!! P.S 많은 거 바라지 않습니다”라는 요구도 있었다. 또 다른 게시자는 “‘열정 페이’ 다큐 만드는 스태프들이 열정 페이를 받는 상황 어떡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었고 “자회사의 근무 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글귀도 적혀 있었다.

▲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지난 27일 설치한 ‘사장 후보자에게, 질문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판에는 방송사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방송인들의 호소가 적지 않게 담겨 있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지난 27일 설치한 ‘사장 후보자에게, 질문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판에는 방송사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방송인들의 호소가 적지 않게 담겨 있었다. 사진=김도연 기자
지난 13일 김장겸 전 MBC 사장 해임으로 노조의 ‘공정방송’ 파업은 중단됐지만, MBC의 일부 비정규직 언론인들은 퇴사를 감내하며 파업 지지의 뜻을 밝혔다. 또한 독립PD들도 KBS·MBC ‘방송 정상화’에 공감을 표하며 공영방송 기자·PD들의 투쟁에 힘을 보탠 바 있다. 이러한 지지에 힘입어 선임될 차기 MBC 사장은 여느 사장보다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게시판에는 “청소하는 어르신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세요. 대부분 화장실에서 쉬고 계십니다”라는 요구에 “공감 1표” “왕 공감요!” “공감 1표 추가요”라는 포스트잇이 줄줄이 달리기도 했다. 

한 사원은 “신입이든지 경력이든지 직원 채용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도록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라고 물었고 이와 관련해 “채용비리 척결! 발본색원!”이라는 문구도 있었다. 

▲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지난 27일 설치한 ‘사장 후보자에게, 질문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판에는 방송사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방송인들의 호소가 적지 않게 담겨 있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지난 27일 설치한 ‘사장 후보자에게, 질문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판에는 방송사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방송인들의 호소가 적지 않게 담겨 있었다. 사진=김도연 기자
또 다른 사원은 “보직자가 너무 많은 거 아님?”이라고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동의. 인구 구조 해결해서 좀더 젊은 MBC 만들 수 있을까요?”라는 글귀가 부착됐다. 고령화한 한국 언론의 구조 개선 역시 차기 사장의 과제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콘텐츠와 수익에 대한 문의도 적지 않았다. “MBC 경쟁력 제고를 위해 공정하고 효과적인 신규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한데 어떤 프로세스를 도입하실 계획인가”, “뉴미디어 시대가 온 지도 10년, MBC 수익 구조는 어떻게?”, “창의적인 조직과 어울리지 않는 시스템, 조직도 등이 많습니다. 혁신적인 개선안이 있을까요?” 등이 대표적이었다.

▲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지난 27일 설치한 ‘사장 후보자에게, 질문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판에는 방송사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방송인들의 호소가 적지 않게 담겨 있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지난 27일 설치한 ‘사장 후보자에게, 질문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판에는 방송사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방송인들의 호소가 적지 않게 담겨 있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지난 27일 설치한 ‘사장 후보자에게, 질문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판에는 방송사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방송인들의 호소가 적지 않게 담겨 있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지난 27일 설치한 ‘사장 후보자에게, 질문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판에는 방송사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방송인들의 호소가 적지 않게 담겨 있었다. 사진=김도연 기자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