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누리꾼과 전쟁 중이다. 정 원내대표는 자신을 비방했다는 이유로 특정사이트에 게시물을 올린 누리꾼들을 집중 고소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공인에 대한 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정 원내대표가 받고 있는 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정 원내대표 측은 근거 없는 비방에 대한 대응일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누리꾼들은 정당한 비판에 대한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늘의유머 사이트 게시판에는 정우택 원내대표로부터 고소 당한 사연을 적거나 사과문을 게재한 게시물을 볼 수 있다. 지난 9월과 11월 사이 정우택 원내대표 측은 비방과 관련돼 있다고 본 게시물을 모니터링하고 누리꾼들을 고소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에 올라온 게시물에 따르면 한 누리꾼은 자신이 네이버 포스트에 ‘정우택 폭탄주’와 관련된 글을 올렸는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고 털어놨다. 정우택 원내대표의 성상납 의혹을 비롯한 ‘정우택 시리즈’를 엮어 정 원내대표가 함량미달인 정치인임을 부각시키는 내용이다. 해당게시물에는 “저도 오늘 경찰서 가서 같은 것으로 조사받고 왔다”며 정 원내대표로부터 고소를 당했다는 누리꾼들이 릴레이 댓글을 달았다.

누리꾼들은 언론보도 내용과 팟캐스트 내용을 소개한 것뿐인데도 비판을 감내해야 할 정치인이 고소고발을 통해 입을 막고 있다며 조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오히려 해당 게시물에 정 원내대표의 의혹을 다룬 기사를 링크해 걸어두는 항의도 벌어지고 있다.

27일 올라온 또 다른 게시물에는 자신이 경찰로부터 출석요구서를 받았는데 정우택 원내대표가 고소인으로 돼 있다고 밝혔다.

이 누리꾼은 “지난 6월경 정우택의 지난 에피소드를 가지고 협치를 향해 노력한 그의 정치인생을 소개하는 미니 웹툰을 만든 적이 있다”며 “바로 그 웹툰을 명예훼손으로 걸고 넘어진 듯하다. 웹툰에 소개된 그의 에피소드는 대부분 언론에 이미 공개된 것을 대상으로 한 팩트다. 하물며 그 흔한 욕설이나 인신공격없이 협치를 향한 그의 애정을 소개한 것 뿐인데”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누리꾼이 올린 웹툰을 보면 “2002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인 이회창을 지지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3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이것은 뒷돈과의 협치를 위한 것이었지 다른 뜻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고 적혀 있다.

이어 “충북도지사로 당선된 해에는 대만에 놀러가서 종업원과 성매매 의혹을 대만 정치권 인사가 증언했으나 이것은 외도와의 협치를 위한 것이었지 다른 뜻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며 성상납 의혹을 꼬집는 내용도 웹툰으로 올렸다. 해당 게시물에는 응원의 댓글이 수십개 달려 있다.

자신의 블로그에 정 원내대표 관련 글을 게시했다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한 또다른 누리꾼 '부##'는 “저는 대한민국의 힘없는 국민으로서 돈과 권력을 가진 거대야당 대표의 고소에 무력함을 느끼고 있다”며 “거대 야당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합의를 종용하신다면 힘없고 돈없는 저는 그에 응할 수밖에 없겠지요”라고 밝혔다.

누리꾼이 직접 밝힌 고소고발 이유는 지난 2012년 <나는꼼수다>에 출연한 충청리뷰 이재표 기자가 정우택 대표가 했다는 여성혐오발언을 소개한 방송 내용을 기사화한 보도 내용을 링크했다는 것이다. 이 기자는 관련 발언과 기사로 형사 재판에서 무혐의를 받았고 민사 소송에선 600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부##'는 “한 기자가 ‘사인 정우택’이 아닌 ‘공인 정우택’의 비리에 대해 추적하고 기사화한 내용에 대해 인터넷상에 언급하고 기사를 링크했다는 이유만으로 고소당하는 것이 과연 상식적인 민주주의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의구심이 생긴다”고 비판했다.

이재표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또 다른 방송에서 관련 발언을 한 내용을 가지고 정우택 원내대표 측에서 지난 9월 고소했고, 페북에서 법원 판결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잡기 위해 누리꾼과 한 대화 내용마저도 문제를 삼아 고소했다”고 전했다.

▲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사진=민중의소리
▲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사진=민중의소리

이 기자는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에 갔더니 관련 내용으로 고소를 건 게 한 두건이 아니라고 경찰이 호소할 정도”라며 “당시 확인을 거쳐 양심을 걸고 기사를 쓴 것이다. 저야 기사를 쓴 사람으로서 근거를 갖고 있고 고소를 당하면 헤쳐 나가면 되지만 관련 내용을 인용했다고 누리꾼들을 무차별적으로 고소하는 것이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수차례 정 원내대표 측에 고소고발 취지와 관련된 입장을 요청했지만 답을 주지 않았다. 무차별 고소를 통해 누리꾼들을 탄압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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