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PD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는 김장겸 전 사장 등 전·현직 MBC 경영진이 자신들의 휴대전화를 집단적으로 파쇄하고 새 휴대전화로 교체한 사실이 드러나 대규모 ‘증거인멸’ 논란이 일고 있다. 형사 사건 피의자 신분인 MBC 경영진들이 조직적 증거 인멸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28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김연국)에 따르면 김 전 사장은 지난 8월14일 실무 부서에 자신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 S8 플러스를 파쇄하고 새 스마트폰을 달라고 요구했다. 

백종문 전 부사장도 신형 휴대전화를 두 달 만에 교체했다. 지난 6월에 받은갤럭시 S8을 지난 8월22일 하드디스크 파쇄기로 부쉈는데 새로 받은 스마트폰은 이전과 같은 기종인 갤럭시 S8, 색상도 ‘블루 코랄’로 똑같았다. 

▲ 28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사옥 로비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의 기자회견에서 장준성 교섭쟁의국장이 김장겸 전 사장 등 경영진의 휴대전화 분쇄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28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사옥 로비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의 기자회견에서 장준성 교섭쟁의국장이 김장겸 전 사장 등 경영진의 휴대전화 분쇄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김장겸 전 사장 등 전·현직 MBC 경영진이 자신들의 휴대전화를 집단적으로 파쇄하고 새 휴대전화로 교체한 사실을 보도한 28일자 노보를 언론노조MBC본부 조합원이 읽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김장겸 전 사장 등 전·현직 MBC 경영진이 자신들의 휴대전화를 집단적으로 파쇄하고 새 휴대전화로 교체한 사실을 보도한 28일자 노보를 언론노조MBC본부 조합원이 읽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최기화 사장 직무대행도 8월14일 석 달 된 스마트폰을 갑자기 해지하고 그 대신 중고 휴대전화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오정환 보도본부장 역시 같은 날 휴대전화를 파쇄했다.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은 8월17일, 김성근 방송인프라 본부장은 8월23일, 윤동렬 미디어사업 본부장은 8월29일 차례로 휴대전화를 파쇄하고 교체했다.

이들이 증거 인멸에 사용한 장비는 하드디스크 전용 파쇄기다. 투입구에 휴대폰을 넣고 시작 버튼을 누르면 10초도 되지 않아 휴대폰이 갈기갈기 찢어지며 잘게 조각난다. MBC는 이 장비를 지난 2월 1800만 원을 주고 구입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노보를 통해 “범죄 조직이 자신의 흔적을 성급하게 지우듯 불과 2주 만에, 사장을 포함한 전체 임원 11명의 절반이 훌쩍 넘는 7명이 자신의 동선과 행동이 모두 기록된 주요 증거를 인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현직 MBC 경영진들이 집단적으로 휴대전화를 파쇄한 시기는 고용노동부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이들을 소환 조사할 무렵이다. 임원들의 소환 조사 이후 고용부는 김장겸·김재철·안광한 전 MBC 사장, 백종문 전 부사장, 최기화 기획본부장, 박용국 미술부장 등 6명을 지난 9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특히 김 전 사장은 지난 10월13일에도 휴대전화를 교체했다. 이때는 검찰이 국가정보원의 MBC 방송 장악 건과 관련해 ‘국정원 연결책’으로 알려진 전영배 MBC C&I 사장을 불러 조사한 직후였다. 

▲ MBC 경영진들이 지난 8월 증거 인멸에 사용한 장비는 하드디스크 전용 파쇄기다. 투입구에 휴대폰을 넣고 시작 버튼을 누르면 10초도 되지 않아 휴대폰이 갈기갈기 찢어지며 잘게 조각난다. MBC는 이 장비를 지난 2월 1800만 원을 주고 구입했다.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 MBC 경영진들이 지난 8월 증거 인멸에 사용한 장비는 하드디스크 전용 파쇄기다. 투입구에 휴대폰을 넣고 시작 버튼을 누르면 10초도 되지 않아 휴대폰이 갈기갈기 찢어지며 잘게 조각난다. MBC는 이 장비를 지난 2월 1800만 원을 주고 구입했다.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언론노조 MBC본부는 “국정원과 한 몸이 돼 MBC 내부 정보를 넘겼던 전영배 사장이 보도본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정치부장은 김장겸 전 사장”이라며 “사실상 보도국을 좌지우지했던 ‘무소불위’의 실세 부장, 김 전 사장은 전영배의 소환조사로 위협을 느꼈을 것이고 두 달 만에 다시 휴대전화를 교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김장겸 일당의 증거 인멸 및 증거 인멸 교사 행위는 형법에 의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라며 “압수수색으로는 부족하다. 김장겸 일당을 구속해야 또 다른 증거 인멸 시도를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 28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사옥 로비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의 기자회견에서 장준성 교섭쟁의국장이 김도인, 김성근, 윤동렬 본부장 등 경영진의 휴대전화 분쇄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28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사옥 로비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의 기자회견에서 장준성 교섭쟁의국장이 김도인, 김성근, 윤동렬 본부장 등 경영진의 휴대전화 분쇄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이어 “회사 공금 유용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불법 행위를 위해 스마트폰을 파쇄하고 새로 산 자금은 다 회사 돈이었다. 신형 스마트폰 한 대 100만원, 적폐 경영진이 쓴 돈이 줄잡아 1000만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MBC 임원들, 조직적으로 휴대폰 파쇄’ 관련 반론보도문

미디어오늘은 지난 11월28일 ‘김장겸 등 MBC 임원들, 조직적으로 휴대폰 파쇄’라는 제목으로 MBC경영진이 자신들의 휴대전화를 집단적으로 파쇄하고 새 휴대전화로 교체한 사실이 드러나 대규모 증거인멸 논란이 일고 있으며, 윤동렬 당시 미디어사업본부장이 8월29일 차례로 휴대전화를 파쇄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윤동렬씨는 당시 휴대전화를 파쇄한 사실이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2017년 12월14일 오후 5시40분 반론보도문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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