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가 방송통신위원회의 해임절차에 불복했다. 방통위는 청문회를 통해 소명을 들은 후 해임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7일 고영주 이사에 대한 청문회를 조만간 열겠다고 발표했다. 방문진 이사회는 지난 2일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안을 처리하며 이사 해임 건의안을 의결한 바 있다. 이후 방통위는 고영주 이사에게  ‘해임처분’을 사전통보했으나 고영주 이사가 불복해 청문회를 통한 소명을 요구한 것이다.

행정절차법 22조에 따르면 행정처분을 통지받은 당사자의 신청이 있을시 청문을 거쳐야 하며 방통위는 청문날짜를 확정한 뒤 10일 전까지 통보해야 한다. 따라서 고영주 이사 해임에는 최소 10일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사진=이치열 기자.
▲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사진=이치열 기자.

이날 방통위 전체회의에서는 ‘청문회를 누가 주재할 것인가’를 두고 논의가 오간 끝에 방통위원장 및 사무처가 주재하도록 결정됐다. 청와대 추천 고삼석 상임위원은 지난 3월 재승인 심사 합격점에 미달한 TV조선의 재승인 거부 여부를 결정한 청문회의 전례를 감안해 위원장과 사무처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추천 표철수 상임위원이 “청문회 때 방통위원들 참여해야 하는거 아닌가”라고 지적했지만 고삼석 상임위원은 “행정절차법상 청문회에 관여할 수 있는 범위는 정해져있다. 위원장께 위임해 사무처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방통위에서는 KBS 이사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24일 감사원이 KBS 이사를 상대로 한 업무추진비 감사 결과 이사 10인 전원에 대해 “비위의 경중을 고려해 해임건의 또는 이사연임추천 배제 등 적정한 인사조치 방안을 마련하라”고 방통위원장에게 통보했다. 강규형, 차기환 이사 등 자유한국당 추천 이사들이 300만 원이 넘는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사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자유한국당 추천 김석진 상임위원은 ‘표적감사’로 규정하며 “KBS 이사진은 대통령께서 임명한 분들”이라며 “사적 사용 뿐 아니라 사적으로 쓴 것으로 의심된다는 내용도 보도자료에 나왔는데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김석진 위원은 “적폐를 청산해야겠지만 국가권력을 계속 이용한다면 새로운 적폐가 쌓이는 것”이라며 “공영방송이 정부와 한편이 돼 간다면 감시, 견제하는 책무를 다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고삼석 상임위원은 △언론노조 KBS본부가 구체적인 이사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갖고 감사를 청구한 점 △방통위가 감사에 관여한 바 없다는 점 △감사가 이사 전체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 △감사 결과 여야 이사 모두에 대한 지적사항이 나온 점 등을 언급하며 표적 감사가 아니라고 밝혔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국가권력을 통해 공영방송을 장악한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문제된 비용은) 집행 금지대상에서 집행된 것이다. 사적사용 의심 금액은 어디에 사용했는지 설명을 제대로 못한 게 문제다. 준조세인 KBS의 예산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이사 전원에게 소명의 기회를 준 후에 논의할 것”을 제안했고 위원들은 동의했다.

고영주 이사 해임 및 KBS 이사 해임 건의 논의가 시작되면서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는 위원 5명 중 3명이 정부여당 추천이기 때문에 표결을 거치면 의결이 가능하다. 다만, 정치적 부담감을 고려하면 국민의당 추천 위원의 표까지 확보하는 게 안정적이다.

사실상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국민의당 추천 표철수 상임위원은 ‘해임 논의’에 찬성하면서도 원론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표철수 위원은 “고영주 이사에 대한 해임 건의가 올라온 것은 선례가 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면서 “KBS 이사 역시 전원의 의견을 듣고 감사원 결과도 보고 충분히 들여다보면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표철수 위원은 KBS 이사의 업무추진비 부정 사용에 대해 “어떤 경우라도 공적인 기관의 임원들은 한푼도 사적인 용도로 써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