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 경인TV 신임 대표이사(사장)에 박성희 전 MBC 경영본부장이 임명됐다. OBS는 지난 24일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박 전 본부장을 신임 사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박 신임 사장의 임기는 오는 12월1일부터 2019년 3월까지다.

OBS 구성원들의 분위기는 ‘기대 반 우려 반’이다. 박 신임 사장은 1984년 MBC에 입사해 광고국장, 경영본부장 등을 거쳤다. 그는 이명박 정권이 MBC를 장악하려 엄기영 당시 사장을 압박하던 시절 사표를 내고 회사를 떠난 인물이다. 소위 ‘MBC전성기’를 비롯해 오랜 기간 광고와 기획 쪽에 근무했고, 2009년 당시 편성·제작 독립의 소중함을 지켜본 그의 경험은 침체된 OBS에는 기대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그 이후로 오뚜기 감사, 백석대 교수, MBC 꿈나무축구재단 이사장 등을 지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OBS희망조합지부(지부장 유진영)는 지난 24일 “박성희 신임 사장에 거는 구성원들의 기대는 크다”며 “안팎으로 위기 상황인 회사 사정을 잘 알고도 OBS에 몸담으려 하는 그의 결단과 그가 일생 동안 쌓은 방송계 평판이 그 이유”라고 밝혔다.

다만 기존 OBS 사장들이 대주주(영안모자)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만큼 구조적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OBS지부는 “이번 사장 공모 과정에서 이사회가 보여준 비민주성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비판했다.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고 OBS 구성원들의 민주적인 참여가 배제된 채 대주주의 영향력 하에서 선임됐기 때문이다.

▲ 박성희 신임 OBS 대표이사
▲ 박성희 신임 OBS 대표이사

박 사장은 2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OBS를 작지만 강하고 근성 있는 방송으로 바꾸고 싶고, 그러기 위해 구성원들을 존중하겠다”며 “대주주-경영진-구성원 간 불신의 근본적인 이유는 경영성과가 좋지 않은 것인 만큼 악순환을 끊어 신뢰를 쌓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사장과 일문일답.

- 대주주 영향력에서 벗어나 OBS 대표이사로서 ‘책임경영’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은데.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대주주가 OBS에 간섭하고 경영진이 대주주에 대해 휘둘리는 거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의구심이 생기는 근본적인 이유는 창사 이후로 적자가 나더라도 자리를 잡고 방송이 제대로 굴러갔으면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다.

자본잠식 수준에 육박하니 인원도 점점 줄고 제작비도 줄고 프로그램이 위축됐다. 그 과정에서 대주주가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다는 게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입장이기도 했고, 구성원의 바람이기도 했다. 하지만 세세한 간섭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시각도 동시에 존재했다.

물론 취임해서 성과가 좋지 않으면 대주주가 가만있지 않을 거다. 하지만 법적으로 편성의 독립성·보도제작의 자율성·책임 경영은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에 누구도 훼손해선 안 된다고 본다. 불신의 근본적인 이유인 경영적자, 악순환을 빨리 끊어내는 게 신뢰회복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대주주-경영진-구성원 간 상처를 치유하고 신뢰를 쌓는 게 내 의무다.”

- 광고시장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등 경영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고민하고 있는 방법은 있나?

“광고 시장이 어려운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지상파 광고시장 자체가 위축된 것이다. OBS 출범 당시 OBS까지 6개 방송사가 있었는데 지금은 11개로 채널이 늘었다. 한정된 파이에 종합보도채널이 늘어나면서 모든 방송사들의 광고판매가 위축됐다.

다른 하나는 OBS만 가지고 있는 문제는 광고판매를 미디어크리에이트가 하는데 이게 SBS 자회사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KBS·MBC 등의 광고를 대행하지만 공적인 독립기관인데 OBS는 경쟁관계인 SBS의 자회사가 대행한다. 방통위의 방송정책결과인데 제도적·구조적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OBS가 ‘축소의 악순환’을 탈피하고 ‘회생의 선순환’ 쪽으로 틀 수 있게 하는 게 내 과제다.”

▲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OBS 본사. 사진=OBS
▲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OBS 본사. 사진=OBS

- 지역방송으로서 정체성을 되찾아야 한다는 요구도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프로그램 편성을 보니 OBS는 수도권 지역채널이면서 KBS·MBC 등과 비슷한 물량을 소화하고 있더라. 구성원들이 매우 힘들게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인력·제작비는 광고 매출 등 수익의 부족으로 인해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퀄리티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지역정체성이 반영된 프로그램을 부각시키기 어려운 실상이라고 봐야 한다. 지역시민들 입장에서도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과연 지역정체성을 구현하고 있는가. 매출이 나아지면 우선적으로 지역채널로서 차별성을 부각해야 한다.”

- 방통위는 지난해 말 30억원 증자, 제작수준 유지 등 조건을 걸어 OBS를 ‘조건부 재허가’했다. 오는 12월에 OBS는 방통위에 조건을 잘 이행했는지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한 달밖에 안 남았는데 아직 해결이 안 된 것 같아 난감한 건 사실이다. 1년간 30억 원을 댈 곳은 대주주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주주가 30억 원을 댈 의향은 있는 것 같은데 그러면 40% 지분제한에 걸리니 대주주가 할 수 없고, 소주주들은 경영성과가 안 좋으니 참여하지 않고 있다. 대주주가 다른 방식으로라도 책임성을 보여주면 방통위가 융통성 있게 증자 조건을 이행한 것으로 간주해주면 좋지 않을까 싶다.”

- 끝으로 OBS 임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구성원들이 어마어마하게 고생하고 있다. 어렵겠지만 OBS 구성원들이 주인이 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작지만 강인한 방송을 만들고자 같이 극복해내고 싶다. 기분 좋게 일하고 열심히 하면서 회사가 좋아지면 자부심 강한 조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위에서 일만 부려먹고 남는 건 없으면 곤란하다. 구성원들을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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