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첫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결과가 나왔다. MBN은 ‘경영 독립성 확보’ 등 다른 종편에 비해 까다로운 재승인 조건을 받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7일 오후 과천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종합편성채널 MBN에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했다. 앞서 TV조선·채널A·JTBC가 지난 3월 재승인을 받았으나 보도채널에서 전환된 MBN은 승인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재승인 심사도 따로 받는다.

재승인 심사는 1000점 중 650점 이상을 받아야 통과한다. 650점 이상 점수를 받더라도 주요 항목에서 50% 미만, 기타 항목에서 40%미만 점수를 받게 되면 ‘점수 미달’로 간주해 ‘조건부 재승인’이 가능하다. MBN의 경우 1000점 중 651점을 받았으나 세부 평가항목인 ‘방송발전을 위한 지원 계획의 이행 및 방송법령 등 준수여부’(100점)에서 37.06점을 받아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과천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방통위 제공.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과천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방통위 제공.

재승인 조건은 다른 종편과 마찬가지로 △오보·막말·편파방송과 관련한 법정제재를 매년 4건 이하로 유지할 것 △보도·교양·오락 등 조화롭게 프로그램을 편성할 것 △재방송 비율을 줄일 것 △사업계획서에 약속한 콘텐츠 투자계획을 이행할 것 등이다.

이번 심사에서는 기존과 달리 △사외이사 및 감사제도 개선 등 경영의 전문성, 독립성, 투명성 확보 방안을 구체적으로 수립해 이행실적을 제출할 것 △외주제작사 상생방안을 마련할 것 등이 재승인 조건에 포함됐다.

권고사항으로는 △협찬 수익 의존을 줄이고 협찬과 관련한 투명한 회계관리 방안을 마련할 것△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해 노력하고 첫 승인시 제출한 일자리 확대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 이행할 것 △사회적 소수자 대상 프로그램 편성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해당 시청자의 가시청시간대를 고려하여 편성할 것 등이 제시됐다.

방통위는 이날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하면서도 평가 기준이 변별력이 없었다며 실효성 있는 재승인 평가를 위한 제도개선을 예고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방송평가위원회가 했던 방송평가점수를 그대로 심사에 반영하는데 변별력이 너무 없는 것 같다. 변별력이 있었다면 MBN은 낙제점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방송평가를 확실하게 해야 할 것 같다”며 개선방안을 추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의 종편  재승인 심사 1000점 중 400점은 이전 정부에서 구성된 방송평가위원회가 실시한 ‘방송평가’ 점수를 반영한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방통위가 재승인 평가에서 채점할 수 있는 항목은 60%에 불과하다. MBN의 방송평가 점수는 400점 만점에 326.86에 달했다. 방송평가는 기본적으로 받는 배점이 많아 ‘형식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민의당 추천 표철수 상임위원은 “개별 심사항목 40%가 과락 기준인 것이 적절한가”라며 “어느 항목이든 50% 아래가 되면 조건부 재승인이 돼야 한다. 종편이 승인된지 꽤 지났는데 기준 자체가 너무 약하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추천 고삼석 상임위원 역시 “주요항목은 50%가 과락 기준으로 돼 있는데, 커트라인을 더 높일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전 정부 재승인 때 언급되지 않았던 ‘소유와 경영 분리’ ‘비정규직 처우개선’ ‘외주제작사 상생방안 마련’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MBN은 감사를 매경미디어그룹 부회장이 맡는 등 특수관계자를 선임한 점과 부적절한 사외이사 선임이 문제가 됐다. 재승인 조건에 따라 MBN은 12월까지 개선방안 마련 후 보고해야 한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종편에 대해서는 한번도 소유와 경영 분리에 대해 문제를 지적한 적 없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필요하다”면서 “특히 보도에 대해 대주주가 관여하는 점에 대해 명확한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재승인 조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추천 허욱 부위원장은 “보도채널출신 MBN은 타 종편과 달리 방송 경험이 있어 잘 해올 것으로 여겼지만 현실은 아니라서 유감”이라며 “독립PD 폭행사건, 허위자료 제출 등으로 볼 때 방송의 공적 책임에 상당한 수준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MBN '경제포커스' 코너 '이슈포커스'의 한 장면. MBN은 협찬을 받고 시사프로그램에 홍보성 코너를 제작한 사실이 드러나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 MBN '경제포커스' 코너 '이슈포커스'의 한 장면. MBN은 협찬을 받고 시사프로그램에 홍보성 코너를 제작한 사실이 드러나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한편 이날 MBN의 광고판매대행사인 MBN미디어렙에 대한 재허가도 이뤄졌다. MBN미디어렙은 71.568점을 받아 통과 기준 70점에 턱걸이했다. 방통위는 MBN 미디어렙 재허가 조건으로 △MBN 제작, 편성 등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것 △MBN의 부당한 간섭방지 및 2015년 위반행위 관련 개선방안을 방통위에 제출할 것 등을 의결했다.

허욱 부위원장은 “최근 매경미디어그룹 인사를 보면 미디어렙사 대표이사 승진 인사를 MBN 승진이사에 포함시켰다”면서 “법에 의해 독립성이 보장된 사업자인데 MBN은 여전히 미디어렙을 내부 광고국으로 인식하고 있는 방증이다. 방통위 제재 이후에도 나아진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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