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에 이어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도 구속됐다가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려나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이 애초부터 무리한 구속수사였다며 수사팀을 비난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범죄가 되는지도 모를 혐의로 국방장관을 포승줄로 묶어 사기를 저하시킨다고 걱정했으며, 동아일보는 아예 법원이 적폐수사에 대한 피로증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군의 사기가 저하된다는 근거가 무엇이냐” “대선개입 여론조작 범죄용의자를 두둔하는 것이냐”는 반박이 나온다. 특히 조선일보가 불구속 재판을 강조한 것과 관련해 과거 집회 시위 사건엔 구속수사를 요구한 것과 다른 잣대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반대로 조선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때는 여러차례 구속반대를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27일자 4면 머리기사 ‘정치개입이냐 사이버戰이냐… 법원은 ‘애매하다’ 판단’에서 한 부장검사 말을 빌어 “범죄 소명이 부족하다는 건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얘기”라며 “애초부터 수사팀이 너무 무리하게 수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조선은 사설 ‘정치 수사 검찰의 막무가내 구속영장, 法治 위협한다’에서도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은 검찰의 영장 청구 자체가 무리였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이 국방장관이던 때엔 북의 사이버 공격에 우리 군이 대비를 강화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사이버사 대원의 작성 댓글 78만 건 가운데 정치댓글이 1%인 8800여 건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었다. 조선은 “하루 10건도 안 되는 그 댓글을 본 사람은 전국에서 몇 명 안 될 것이다. 그걸로 어떻게 정치에 개입하나”라고 주장했다.

특히 조선은 “보기에 따라 위법 여부에 차이가 나는 이번 사건은 피의자의 항변권을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며 “하지만 신병이 구속되거나 그럴 위기에 처하면 자기 방어가 어렵고 심리적으로도 크게 위축된다…재판을 채 받기도 전에 죄인처럼 되는 것이다. 민주 법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구속적부심에서 석방이 결정된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이 25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구속적부심에서 석방이 결정된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이 25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조선은 “국방장관과 안보실장처럼 안보의 상징과 같은 사람을 죄가 되는지 안 되는지도 모를 혐의로 포승에 묶어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망신을 주면 군의 사기 저하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썼다.

동아일보도 같은 날 사설 ‘무리한 구속에 대한 잇단 제동과 밀어붙이기 수사 피로감’에서 “사실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무리한 측면이 없지 않다”며 “검찰은 구속적부심의 석방 결정이 무리한 수사에 대한 피로감이 법원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도 사설 ‘잇단 석방과 영장 기각… 검찰 수사 되돌아보는 계기 돼야’에서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도록 한 헌법 정신에 충실한 법원의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검찰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상투적인 말투로 반박하기보다는 여론을 의식해 피의자 구속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는지, 수사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등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이와는 달리 경향신문은 검찰을 향해 흔들림 없이 적폐청산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해 대조를 보였다. 경향은 사설 ‘김관진·임관빈 잇단 석방, 기로에 선 적폐청산 수사’에서 “이번 사이버사령부 여론조작 관련자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법원이 며칠 지나지 않아 구속적부심에서 풀어주는 것은 시민의 눈에는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이번 일로 검찰의 적폐청산 수사가 타격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은 “비록 수사에 일시적으로 걸림돌을 만났지만 검찰은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며 “정치보복을 주장하는 보수 야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나 이에 귀를 기울일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이번 수사는 적폐청산은 물론 민주주의와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공정성이나 적법성 논란이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안상운 변호사는 2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조선일보는 범죄용의자를 동조하겠다는 것이냐”며 “과거 재야, 노동계, 운동권, 양심선언을 한 군인 등의 구속사건 때 조선일보가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들여다 보면 독자로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안 변호사는 지난 1992년 국군통신사령부 대리투표 등 불법선거개입 사건을 폭로했다가 구속된 이원섭 일병의 법률 대리인을 맡았다.

안 변호사는 “영장전담 판사는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는 것, 적부심 재판부는 방어권 보장이 더 중요하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2017년 11월27일자 사설
▲ 조선일보 2017년 11월27일자 사설
‘김 전 장관 등이 죄가 되는지도 모를 혐의로 포승줄에 묶여 망신당하면 군의 사기 저하는 불가피하다’는 조선의 주장에 대해 안 변호사는 “군인들 사기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사이버사령부 댓글사건 지시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의 처벌로 인해서 대부분의 군인들의 사기가 저하된다고 볼 만한 근거가 무엇인가”라며 “아니면 군인들이 범죄용의자에 대해 심정적으로 동조한다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안 변호사는 “그런 식의 논리를 세우려면 그에 맞는 데이터나 자료, 인터뷰를 한 것도 아니고, 그런 식으로 쓰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불구속재판 원칙을 강조한 것과 달리 2년 전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조계사 도피 당시 한 위원장을 재판도 하기 전에 범죄자로 규정하고, 종교계의 중재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을 수차례 펴기도 했다.

안 변호사는 “그것(불구속 재판)이 일반론적으로 적용이 되려면 조선일보 주장의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며 “그동안 군대 내에서 양심선언하거나 군의 비리를 폭로해서 구속된 사람들, 그동안에 어떻게 썼는지 봐야 한다. 특히 한상균 위원장의 경우 조계사를 경찰이 수천명 포위해서 언론에서 생중계하며 왜 빨리 안잡아넣느냐고 촉구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당시 조계종 화쟁위원회의 중재 노력에 대해 2015년 11월20일자 사설 ‘범죄혐의는 종교의 중재대상이 될 수 없다’에서 “범법 혐의는 결코 종교가 중재하겠다고 나설 수 없는 사안”이라며 “종교적 자비와 용서가 아무리 중요해도 사법부의 판단에 앞설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선은 “한씨가 주도한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 ‘국정원 해체’ ‘이석기 석방’ 등 헌정 질서와 법치를 뒤집어엎는 정치적 주장을 내세웠다”며 “이 역시 종교가 중재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반해 조선일보는 지난 1월20일자 사설에서 이재용 뇌물 사건 땐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무리했다” “굳이 구속할 필요가 없었다” “촛불시위대 눈치본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또한 조선일보가 지난 2001년 방상훈 사장 등이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 탈세, 횡령 등으로 구속됐을 때도 정치권의 목소리를 빌어 “불구속 재판이 원칙”(그해 10월23일자 ‘野 “언론대주주 불구속상태서 재판 받아야”’ 등)이라는 주장을 유독 강조한 점도 일관돼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안상운 변호사는 “이중적 태도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안 변호사는 ‘무리한 수사에 대한 피로감이 법원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라’는 동아일보 주장에 대해 “그것은 팩트가 아니라 견해일 뿐”이라며 “매우 성급한 판단이라고 본다. 수사가 진행된지 얼마나 됐다고 하느냐. 그것이 언론사 논설위원 개인 생각인 것인지 국민 다수의 일인지 알 수 없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 조선일보 2015년 11월20일자 사설
▲ 조선일보 2015년 11월20일자 사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