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을 맞고 머리채까지 잡혀 흔들린 변호사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한다. “너희 아버지 뭐하시냐”같은 폭언을 당하고도 적절한 대응은커녕 약속이나 한듯 침묵에 들어간 김앤장 신임변호사들의 현실적 선택은 반사회적이며 정의 구현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9월에 발생한 사건이라면서 뒤늦게 대한변호사협회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 씨에 대해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그러나 정작 얻어맞은 변호사들은 ‘처벌을 원치 않는다’라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사건은 재벌의 막강한 재력과 영향력 때문에 또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 결과는 두고봐야겠지만 이 사건이 던지는 사회적 의미를 5가지 관점에서 따져본다.

첫째, 한국사회 법과 정의는 이대로 좋은가?

재벌 2·3세들의 폭언과 폭행 등 갑질은 영화로도 만들어질만큼 사회적 이슈가 됐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처벌이 어렵다. 경찰차를 부수고 변호사 뺨을 때리고도 집행유예, 기소유예 등 법의 특혜를 반복해서 받는 식이다. 김동선씨의 폭행, 폭언 시비는 이미 세 번째다. 지난 1월 폭행사건으로 집행유예를 받아 현재 집행유예 기간이기 때문에 다시 처벌을 받게된다면 가중처벌 요소가 된다. 김앤장 로펌은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서 김동선씨에게 ‘집행유예’를 받아냈다. 그 당사자로부터 신임변호사들이 모욕을 당하고 폭행을 당해도 ‘개인의 문제’로 사실상 침묵시켰다. 자신의 인격권조차 보호하지 못하는 변호사들이 포기한 것은 바로 법과 정의 수호정신이다.

▲ 영화 ‘배테랑’ 스틸컷
▲ 영화 ‘배테랑’ 스틸컷
둘째, 더욱 공고해지는 ‘황금 만능주의 사회’ 이대로 좋은가?

얻어맞은 변호사들이 침묵의 댓가로 얻은 것은 ‘돈 많은 고객’ 한화라는 클라이언트를 잡아둔 것이고 대신 ‘돈이 힘이 세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돈과 권력이면 이화여대도 불법으로 입학시키고 학사관리도 불법으로 해내는 졸부근성을 뒷받침하는 것은 돈의 위력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정의와 법위에 군림한다는 인식을 공고하게 했다. 이 사건으로 재벌 2·3 세가 때리면 맞고 매값으로 목돈이나 챙기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반사회적, 반윤리적 세태를 다시 입증했다. 저급한 황금 만능주의 세태를 반복해서 지켜보는 현실이 안타깝다.

셋째, 젊은 변호사들의 비겁함, 이대로 넘어가도 문제없는가?

보도에 따르면, 김동선씨가 행패를 부린 그 자리에는 20명이 넘는 신임 변호사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고 한다. 집단으로 모욕을 당해도 장기간 입을 다무는 침묵 정신, 불의 앞에도 나서지 못하고 속으로 계산이나 하는 식의 젊은이들은 뭣 때문에 그렇게 비겁하게 행동했을까. 망나니처럼 행동하는 술주정뱅이를 부축하고 옆에 가서 뺨맞아주는 그 친절함은 재벌3세 고객이었기 때문일까. 자기권리 보호보다 집단이익을 중시하는 저런 변호사들은 무섭다. 법과 정의를 뒤틀어버리고 법정 궤변으로 특정 재벌그룹의 호위무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지않은가.

▲ ‘만취 폭행’으로 물의를 빚은 김승연 한한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씨. 사진=노컷뉴스
▲ ‘만취 폭행’으로 물의를 빚은 김승연 한한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씨. 사진=노컷뉴스
넷째, 사법부의 신뢰실추와 비례하여 재벌 갑질의 사회확산, 이대로 좋은가.

김동선 씨는 2017년 1월의 폭행 사건 외에도 2010년에 술집 여 종업원을 추행하고, 말리던 경비원 등과 몸싸움을 벌이다 집기를 부순 혐의로 입건되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지난 1월 경찰차를 부수는 등 행패를 부린 폭행사건에서는 집행유예를 받아냈다. 지난 9월 발생했다가 뒤늦게 문제가 된 이번 사건은 ‘당사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아예 수사 자체가 제대로 되지않는다. 법을 위반해도 처벌하지 못하는 사법부는 존재 이유가 없어진다. 재벌 갑질의 행패가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도 사법부는 법의 특혜 시비에 휘말리며 ‘법은 재벌편’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킨다. 결국 사법부 전체의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고 법치사회는 조롱거리가 된다.

다섯째, 변호사들에 대한 신뢰 및 이미지 실추, 이래도 괜찮나?

법과 정의는 차치하고라도 자기자신의 인격권 보호도 못하는 변호사들에게 무슨 내권리 보호를 부탁할 수 있겠나라는 인식은 비약인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무료 변론까지 하는 인권 변호사를 여기에 포함시켜서는 안되지만 대형로펌의 변호사들은 ‘법 기술자’ 정도로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에 대한 인식은 없는가. 자기네들끼리 대단한 집단인양 ‘특권 우월의식’을 가질지는 몰라도 국민이 보기에 한낮 ‘재벌 앞잡이’, ‘재벌 지킴이’ 정도로 신뢰와 이미지가 실추된다면 이것도 큰 손실임을 당사자들은 알까. 법과 정의에 대한 공분이 없는 변호사는 이익 앞에 굴복할 뿐이다.

언론은 “자식 키우는 것이 마음대로 안 되는 것 같다”는 김승연 회장의 심경을 전하는 기사를 키우며 동정론에 앞장섰다. 아들 폭행사건에 아버지가 대신 나서 가죽장갑끼고 조폭들을 직접 손봐줬다는 과거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재벌 3세가 때린 것은 변호사지만 짓밟은 것은 우리 사회 법과 정의, 사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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