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은 미디어 생태계의 거대한 지각변동 속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지난 15일과 16일 양일에 걸쳐 열린 ‘구글 뉴스랩 혁신포럼’과 ‘데이터 저널리즘 코리아 컨퍼런스’는 이 질문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는 장이었다. 독자들은 더 이상 전통매체의 복잡하고 긴 기사를 읽을 여력이 없다. “그래서, 어쩌라고?” 이제 독자들은 문제에 대한 ‘답’을 저널리즘에 요구한다. 모바일 온리 시대, 앞으로 어떻게 독자 친화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을까. 단비뉴스는 ‘저널리즘의 진화와 혁신’을 주제로 지난 콘퍼런스를 4편에 걸쳐 돌아본다. 이번 기획 시리즈는 미디어오늘과 공동연재 한다. - 편집자주

① 뉴스룸 혁신과 테크놀로지

② 데이터 저널리즘의 도전과 한계

③ 밀레니얼 세대와 미디어 스타트업

④ 저널리즘의 다양성 모색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이들을 일컫는 용어다. ‘밀레니얼 세대’를 인터넷에 검색하면 ‘청소년 때부터 인터넷을 사용해 모바일, SNS 등 정보기술(IT)에 능통하며, 자기표현 욕구가 강하다‘고 정의돼 있다.

“‘밀레니얼 세대’라고 불리는 것을 20대가 알고 있을까요? 그 용어가 마케팅이나 상업용으로 이용된다는 것을요. 아마 10명 중에 1~2명 정도만 알고 있을 거예요. 제가 ‘밀레니얼 세대’이기 때문에 미디어 스타트업을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단지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해주고 싶었던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팀을 이룬 거예요.”

닷페이스 조소담 대표는 “미디어 스타트업이 특정 세대의 현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며, “밀레니얼 세대의 전체적인 흐름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2017 구글 뉴스랩 혁신 포럼에서 ‘밀레니얼 세대와 미디어 스타트업’이라는 주제로 미디어 스타트업 종사자 5명이 모여 그들의 도전과 실험, 시행착오 등을 이야기했다.

(왼쪽부터) 이성규 메디아티 테크랩장, 닷페이스 조소담 대표, 디퍼 윤지원 기자, 긱블 박찬후 대표, 슬로우뉴스 민노씨 편집장이 ‘밀레니얼 세대’와 ‘미디어 스타트업’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 조은비
(왼쪽부터) 이성규 메디아티 테크랩장, 닷페이스 조소담 대표, 디퍼 윤지원 기자, 긱블 박찬후 대표, 슬로우뉴스 민노씨 편집장이 ‘밀레니얼 세대’와 ‘미디어 스타트업’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 조은비
“정의 될 수 없지만 살아있는 미디어”

언론진흥재단 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술적인 혁신을 통해 성장과 수익 모델을 추구하는 조직이 미디어 스타트업’이라고 한다. 미디어 스타트업은 자신들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닷페이스 조소담 대표는 “미디어 종사자가 스스로 자신을 정의하는 것은 맞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에서는 닷페이스를 유튜버로 소개하고, 페이스북에서는 페이지 운영자로 닷페이스를 소개한다”고 덧붙였다. 환경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미디어 스타트업인 셈이다.

공학과 미디어를 결합한 긱블 박찬후 대표는 “스타트업은 살아있는 단어”라고 했다. 에릭 리스의 <린스타트업>에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이 스타트업이라고 정의돼 있다. 그는 “미디어는 굉장히 불확실하고 콘텐츠를 누가 볼지 모르는 상황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이와 같이 정의할 수 있다”고 표현했다.

사회를 맡은 이성규 메디아티 테크랩장은 “정의 되지 않는 것이야 말로 미디어 스타트업이다”고 말했다. 저널리즘의 정의는 관점에 따라 다양했다. 과거에는 관찰자 입장에서 객관성과 중립성을 지키는 것이 저널리즘의 기능과 역할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최근 미디어들은 전통적인 저널리즘의 정의에 거리를 두고 있다.

“그래서, 어쩌라고?”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미디어를 표방하는 디퍼 윤지원 기자. ⓒ 미디어오늘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미디어를 표방하는 디퍼 윤지원 기자. ⓒ 미디어오늘
“디퍼에서 요새 시도하고 있는 것이 있어요. 기사의 맨 마지막에 ‘당신의 넥스트 스텝을 위해 디퍼가 제안합니다.’라는 작은 박스를 넣는 겁니다. 신문에 많은 정보와 지식이 있지만 ‘넥스트 스텝’은 없어요. 디퍼를 운영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말이었어요. 독자들은 단순히 정보만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어쩌라고?’ 하면서 미디어에 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디퍼 윤지원 기자도 처음에는 전통 저널리즘 철학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독자들이 원하는 것은 행동이었다. 그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일상에서 겪는 작고 사소한 선택에서부터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떤 정당에 투표권을 줄까?’하는 큰 선택에 이르기까지 독자의 선택지를 넓혀주는 것이 "자신이 할 일”이라고 느끼며 “가이드 저널리즘을 표방하게 됐다”고 밝혔다.

“닷페이스가 ‘새로운 상식이 필요하다’는 슬로건을 만든 이유가 객관화된 상식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논란이 되는 지점을 이야기 하고 그 논란을 변화로 이끌어내 실제로 우리의 삶에 ‘새로운 상식을 얻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닷페이스 조 대표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과정이 저널리즘이냐, 아니냐를 놓고 논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전했다. 주관적이라고 해서 ‘사실이 아니다’고 규정해서는 안 되며, 객관적이라고 해서 ‘옳다’고 말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A와 B를 동시에 보여줘야만 객관적인 것은 아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미션에 부합하는 것이 저널리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디어와 뉴미디어의 차이는 ‘디지털’

공학과 미디어를 결합한 긱블 박찬후 대표. ⓒ 미디어오늘
공학과 미디어를 결합한 긱블 박찬후 대표. ⓒ 미디어오늘
“기성언론과 뉴미디어의 차이는 ‘디지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서로 생각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른 것 같아요. 예전에는 누가 볼지 모르는 상황에서 판단해야 했고, 지금의 미디어는 나와 뜻이 맞거나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모을 수 있으니깐요. 디지털을 중심으로 전체를 놓고 보느냐, 부분을 놓고 보느냐 차이 인 것 같아요.”

디지털은 미디어 스타트업이 살아남기 위한 가중 중요한 요소다. 긱블 박 대표는 “지역에만 매여 있을 때는 생각을 못했던 것들이 세계를 놓고 보면 뜻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고 했다. 이어 “소수들이 모여서 더는 소수가 아니게 되는 것이 미디어 스타트업의 생존전략이자 기성언론이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슬로우뉴스 민노씨 편집장은 “기성언론과 뉴미디어 모두 혁신을 이야기 하지만 결론적으로 트래픽이나 구독자의 수치로만 평가하는 절대적인 상황에서는 둘 사이에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미디어가 차이를 두려면 조금 더 내밀하고 밀도 있는 관계지향형 미디어로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미디어 ‘수치’로 평가하지 말아야

디퍼 윤 기자는 “기성언론이 자신들을 페이지뷰나 콘텐츠 도달률 또는 구독자 수로 바라보는 시선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뉴미디어는 겉으로 봐서 가치를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디어 스타트업과 만나면 절대 ‘수치’로 상대를 평가하지 않아요. 요새 어떤 콘텐츠를 준비하는지, 어떻게 표현하고자 하는지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크게 봤을 때는 레거시미디어와 묶어서 ‘미디어’라고 말하지만 이 안에서 쓰는 언어는 완전히 달라요.”

 논픽션 스토리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닷페이스 조소담 대표. ⓒ 미디어오늘
논픽션 스토리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닷페이스 조소담 대표. ⓒ 미디어오늘
닷페이스 조 대표는 “기성언론이 협업을 제안할 때 그들은 ‘도와주겠다’는 개념으로 접근한다”고 했다. 기성언론의 영향력은 닷페이스의 입장에서 효용이 없다. 목표로 하는 독자층이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온라인상에서 확산되는 정도만 비교하면 기존언론과 비교할 때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이 조 대표의 주장이다.

저널리즘의 미래

저널리즘의 방향성에 대해 논하고 있는 슬로우뉴스 민노씨 편집장. ⓒ 미디어오늘
저널리즘의 방향성에 대해 논하고 있는 슬로우뉴스 민노씨 편집장. ⓒ 미디어오늘
“저널리즘이 상품이 됐어요. 최근 손석희의 <뉴스룸>에서 김광석 이슈를 다루는 방식을 보면 과연 뉴스 소비자의 알권리를 빙자해서 객관화할 수 있는 사안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뉴스라고 할 수 있는 곳도 저널리즘의 책임을 이토록 방기하고 있는데 말이죠.”

슬로우뉴스 민 편집장은 미디어 안에서도 선의의 경쟁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반칙과 변칙, 악의적인 어뷰징을 일삼는 곳도 있다. 그는 최소한의 저널리즘조차 지켜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박탈감만 든다고 했다. 슬로우뉴스를 이끌어온 지 5년째인 민 편집장은 최근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어떻게 하면 저널리즘 최초의 즐거움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 것 인가”다. 기술혁신이 날마다 일어나고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는 시대에 저널리즘의 본질을 함께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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