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으로 인해 계약이 해지된 전남CBS 전 업무국장이 전남 CBS 노동조합을 처벌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노조가 성추행 사건 고소를 부추겼다는 주장이다. 노조와 피해자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탄원서에 따르면 정아무개 전 업무국장은 11월 15일 전남CBS 이사장에게 보낸 탄원서에서 “본인은 본인이 채용해 데리고 일하던 박아무개씨를 성추행 했다는 이유로 2017년 8월 30일 계약해지를 당했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당시 미디어오늘 취재에 따르면 박씨는 입사 한 달도 되지 않아 성추행을 당했다. 정 전 국장은 노래방에서 박씨의 입술에 뽀뽀를 하고 팔뚝을 두 번 쓰다듬었다. 다음 날 정 전 국장은 “술이 한 두잔 들어가니 여자로 예뻐보였다”며 “용서해줄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전 국장은 탄원서에서 “제가 저지른 잘못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피해자가 항의하자 그 뒷날 정중히 사과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굳게 약속하고 별일 없이 지내왔는데 약 한 달 뒤에 피해자와 여직원들이 공개사과를 요구했다”고 썼다.

▲ 전남 순천에 위치한 전남CBS 사옥. 사진=전남CBS뉴스페이스북.
▲ 전남 순천에 위치한 전남CBS 사옥. 사진=전남CBS뉴스페이스북.

정 전 국장은 “사과하고 스스로도 교회에서 다시는 음주를 입에 대지 않겠다고 하나님 앞에 맹세하고 회개했다”며 “그런데 약 20일 후에 피해자는 저를 경찰에 고소했다. 공개사과까지 받고 고소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 알아보니 노조 집행부가 (고소 과정에)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정 전 국장은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돼 제가 모시고 있는 노모와 아내 그리고 3명의 딸을 두고 있는 가장의 입장에서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며“"그런데 악랄한 노조 집행부는 피 흘려 쓰려져 있는 제게 소금을 뿌리는 악행을 저질렀던 것”이라고 탄원서에 썼다.

그러면서 정 전 국장은 노조 관계자들을 ‘엄중히 처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앞으로 전남 CBS의 미래를 위해 저런 악의 세력들은 마땅히 제거돼야 한다는 생각에서 탄원을 올리오니 철저히 조사해 엄중히 처벌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탄원서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피해자 박씨와 노조에 따르면 고소 과정에 노조는 개입하지 않았다. 박씨는 “공개사과는 주변 여직원들이 알고 된 다음에 추진된 일이고 공개사과를 받고 난 이후에 정 전 국장에 내게 보복을 하면 어떻게 하나 불안했다”며 “성추행 사건 관련해서 상담을 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어 “상담센터에서 ‘니가 지금 처리하지 않으면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고소를 결심하게 됐다”며 “노조를 찾아간 건 제가 고소한 사실을 회사에서 알게 돼, 합의를 권유할 때였다. 이미 고소를 하고 며칠이 지난 뒤”라고 반박했다.

전남 CBS 노조 관계자는 “노조는 고소를 부추기거나 관여한 것이 없다. 피해자가 스스로 선택했던 것인데 무슨 근거를 가지고 저희가 고소를 부추겼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본인이 잘못을 저질러 이런 상황까지 왔으면 더 자중해야 하는데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남CBS는 해당 탄원서를 이유로 노조에 해명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회사는 이사회까지 열어서 노조에 해명하라고 하는데, 노조가 해명해야 할 이유도 없고 해명할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서 거부했다”고 말했다.

일련의 상황에 대해 박씨는 “성추행을 했냐 안 했냐가 중요한 건데 (정 전 국장은) 누가 고소를 부추겼냐를 문제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해당 사건은 재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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