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직원들이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의 전세자금을 대납한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의 불법 비자금 조성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내곡동 사저 자금 출처도 제대로 소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재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강화되고 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보도자료를 내 “2012년 내곡동 특검 수사 과정에서 이시형씨의 삼성동 힐스테이트 전세자금 6억4천만 원 중 3억 8천만원을 청와대 직원들이 대납했던 단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의원실에 따르면 당시 특검은 청와대 재정팀장을 비롯한 재정팀 직원 6명이 신한은행 효자동지점, 국민은행 청운지점 등 청와대 인근 은행 6곳을 돌면서 3억 2천만 원에 상당하는 ‘현금 다발’을 수표로 교체했고 이 수표가 이씨와 계약을 한 집주인에게 송금된 것을 파악했다.

▲ 11월15일 오전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서 바레인 방문을 마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귀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민중의소리
▲ 11월15일 오전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서 바레인 방문을 마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귀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민중의소리

수표로 교체한 3억 2천만 원 중 1억 4천만 원 상당이 2006년까지만 사용됐던 만원짜리 구권 지폐였다. 은행 여섯 곳 중 한 곳이 교체되는 화폐가 구권화폐라는 점을 수표 이서 과정에서 기록해둬 확인된 사실이다. 나머지 1억 8천만 원 또한 구권화폐 다발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씨가 집주인과 전세계약을 맺은 시점은 2010년 2월이다. 진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 질의에서 “청와대 예산이나 특수활동비로 구권은 사용되지 않았다”며 “즉, 누군가 오랫동안 묵혀둔 돈, 곧 비자금이란 뜻”이라고 주장했다.

의원실은 “현금을 수표로 세탁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인턴직원 두 명까지 동원됐다”고 밝혔다. 특검은 이씨 전세주택의 집주인을 직접 소환조사해 이같은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3억 8천만원에서 수표로 납부된 3억 2천만원을 제한 6100만원은 이 전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자 당시 청와대 부속실에서 근무했던 설아무개 비서관이 집주인에게 직접 전달했다.

그렇다면 나머지 금액인 2억 6천만 원 어떻게 조달됐을까. 의원실 관계자는 “나머지 돈은 집주인이 돈을 받자마자 바로 이전 세입자에게 줘서 추가 확인이 안됐다”며 “특검 수사가 연장됐다면 그 부분까지 확인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원실에 따르면 2008년 기준 이씨가 신고한 재산은 3천600만 원이다. 2009년 11월 한국타이어를 퇴사해 무직이던 이씨가 2010년 3월 전세계약금 6억 4천만 원을 지불한 것이다. 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로부터의 증여 또한 기록된 바 없다”고 밝혔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매입 사건을 수사한 특검은 2012년 11월14일 수사기간 연장없이 30일 만에 종료했다. 특검이 이씨의 출처가 불명확한 전세자금을 파악한 시점은 수사 종료 5일 전인 11월9일이다. 진 의원은 “특검이 이시형씨의 전세자금을 수사하기 시작하자 이명박 대통령은 특검을 종결시켜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2011년 5월 이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구매에 쓰인 현금다발 6억 원의 출처도 소명되지 않았다. 당시 특검은 이씨의 내곡동 사저 매입금 12억 원 중 소명되지 않은 6억 원을 이 전 대통령의 형 이상은씨에게 빌린 것으로 결론내렸다.

의원실에 따르면 이씨는 이에 대해 “2011년 5월23일 베란다에 있는 현금 6억 원을 받아 보스턴 가방과 노트북 가방, 여행용 가방 3개로 들고 청와대 붙박이 장에 넣어두고 김 아무개 행정관에게 이야기해놨다”면서 “큰아버지(이상은)가 이자율 5% 차용증을 써줬다”고 특검에 진술했다. 그러나 차용증 원본파일, 현금을 담았다는 가방 3개 등은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다.

의원실은 이상은씨의 부인이 베란다에 쌓아둔 돈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고 ‘2011년 5월23일’이란 차용 날짜도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진 의원은 지난 21일 본회의에서 “다스 특검 수사자료와 함께 내곡동 특검 수사자료도 전부 중앙지검에 보관중이다. 이제 봉인을 해제 해야 할 때”라면서 “검찰은 즉시 재수사에 나서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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