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에서 여성‧무직자‧아동‧장애인이 실제보다 적게 노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 방송통신위원회의 미디어 다양성 조사 결과와, 프랑스 방송위원회 조사 결과는 유사했다.

지난 23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2017년 미디어다양성증진 국제콘퍼런스’가 열렸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엘다 브로기(Elda Brogi) EU 미디어다양성 센터 연구위원, 제랄딘 반 일(Geraldine Van Hille) 프랑스 방송위원회 사회통합과장, 타니아 드 모레소아레스(Tania de Morais Soares) 포르투갈 커뮤니케이션위원회 미디어분석부장, 성욱제 KISDI 방송미디어연구실 연구위원이 발표를 맡았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함께한 ‘2016년 미디어다양성 조사 연구’에 따르면 드라마 등 TV프로그램에서 실제보다 여성과 노년층, 노동계층, 장애인이 적게 나오고, 30~40대 및 10~20대, 전문가가 과다출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23일 오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열린 ‘2017년 미디어다양성증진 국제콘퍼런스: 미디어 다양성 분석’에서 제랄딘 반 일(Geraldine Van Hille) 프랑스 방송위원회 사회통합과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KISDI
▲ 23일 오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열린 ‘2017년 미디어다양성증진 국제콘퍼런스: 미디어 다양성 분석’에서 제랄딘 반 일(Geraldine Van Hille) 프랑스 방송위원회 사회통합과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KISDI
해당 연구는 2016년 1월부터 9월까지 지상파와 종편, tvN, OCN 저녁 드라마 115편을 대상으로 조사했으며, 분석 대상 드라마의 등장인물은 총 3831명이었다.

2015년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서 여성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50.1%(약 2488만 명), 남성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49.9%(약 2482만 명)인데, 한국 드라마에서는 전체 등장인물 중 여성이 37% 등장하며, 남성이 62% 나온다. 주인공을 기준으로 하면 남녀 간 차이는 감소하지만 남성이 209명, 여성이 180명으로 역시 남성 비율이 많았다. 

등장인물 연령의 경우 드라마에서는 30~40대가 52.6%로 가장 많이 등장했고 10~20대 26.6%, 50~60대 14.4%, 10세 미만 2.9%, 70대 이상 1.6%)의 순이었다. 2015년 통계청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한국 총인구(49,705,663명) 중 실제로 30~40대(31.9%)가 가장 많았고, 50~60대(25.9%), 10~20대(24.1%), 10세 미만(9.0%), 70대 이상(9.0%) 순으로 나타났다. 드라마에서 실제보다 30~40대가 과다출연하고, 50~60대 이상이 과소 재현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70대 이상 인구가 실제로는 9%나 차지하는데 드라마에서는 1.6%만 등장했다.

등장인물 직업과 관련, 드라마에서는 전문가(1191명, 31.1%)가 가장 많이 나왔다. 2016년 직군별 인구비율을 살펴보면 전문가는 전체 직업 비중 가운데 10%에 불과한데, 드라마에서는 전문가가 실제보다 많이 등장한다고 볼 수 있다.

드라마에서 등장인물의 98%는 장애가 없는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실제 한국에서 장애를 가졌다고 추정되는 비율은 5.5%다. 이 외에도 주인공의 경우 97%가 표준어를 사용했다. 등장인물의 인종은 99%가 황인종이었고 백인은 0.6% 등장하고, 다른 인종은 등장하지 않았다.

프랑스의 경우도 한국과 유사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제랄딘 반 일 프랑스 방송위원회 사회통합과장은 프랑스에서 진행한 ‘2016년 다양성 바로미터’ 조사에서 TV 등장인물 4만 명을 분류했다. 제랄딘 과장은 “TV에서 실제보다 적게 출연하는 사람은 여성, 장애인, 무직자”라며 “프랑스에서 여성은 실제로 인구의 52%를 차지하는데, TV에서는 36%만 여성이었다. 프랑스에서 실제 직업이 없는 사람은 은퇴자를 포함하면 45%인데, TV에서는 11%뿐이었다”고 말했다.

▲ 프랑스의 미디어에서도 여성과 장애인은 과소대표되는 현상을 보였다.
▲ 프랑스의 미디어에서도 여성과 장애인은 과소대표되는 현상을 보였다. 
프랑스 연구에서도 한국 조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30~40대가 과대 대표되고, 장애인이 과소 대표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프랑스 인구에서 30~4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19%인데, TV에서는 37%가 30~40대였다. 또한 프랑스 인구의 20% 정도가 한 가지 이상의 장애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지만 실제 TV에서 장애인의 출연비율은 0.8%였다.

제랄딘 과장은 “미디어는 사회를 비추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인데, 특정한 카테고리의 인물들이 배제된 현상은 그 카테고리가 사회에서 소외됐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우리는 이러한 바로미터를 보여주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미디어가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라고 조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엘다 브로기 EU 미디어다양성 센터 연구위원 역시 “실제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분들은 스스로 어느 정도의 검열을 해야 한다”며 “윤리적 표준이 있어야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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