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최고참 기자인 송기원 논설위원이 차기 MBC 사장에 출마한다고 24일 밝혔다.

송 위원은 1984년 MBC에 입사해 ‘100분토론’ ‘후 플러스’ 등을 제작했고 보도국 부국장, 보도제작국장과 선거방송기획단장 등을 역임했다. 평기자 시절에는 시경캡과 청와대 반장을 지냈다. 그러다 2012년 기자직을 박탈당하고 외주제작국으로 발령났다.

송 논설위원은 24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엄기영, 김재철 사장 시절 보도국 부국장과 보도제작국장을 하면서 권력의 무도함과 공영방송 MBC의 취약함을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서 목격했고 부당한 지시에 맞서 바른 길을 걸으려고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김재철 사장 시절 보도제작국장이라는 '간부직'에 몸 담았다는 지적에 그는 “그때는 사장이 압력을 해도 보도제작국에서 견뎌냈다”며 “당시 국장이었지만 사측 편에 서지 않았다. 후배들도 당시의 보직을 두고 뭐라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가 보도제작국장 시절, MB 정부 국가정보원이 MBC에 압력을 가한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은 ‘시사매거진 2580’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특집방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국정원 직원들에게 우려를 표했다.

▲ 송기원 MBC 논설위원.
▲ 송기원 MBC 논설위원.

국정원 관계자는 2010년 5월13일 MBC 임원에게 원 전 원장의 ‘우려’를 전했고, 해당 임원은 김재철 전 MBC사장에게 이를 전달했다. 김 전 사장은 “선거가 코앞인데 노무현 특집을 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라며 방송 제재 방안을 검토했다.

이런 상황에도 2580은 5월23일 ‘바보 대통령 노무현, 서거 그 후 1년’ 제목의 특집 방송을 내보냈다. 2010년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2580 ‘매값 폭행’ 보도도 송 위원이 보도제작국장을 역임할 때다. 재벌 2세가 운전기사를 폭행하고 대가로 2000만 원을 건넸다는 내용이다.

송 논설위원은 2012년 4월 총선 당시에는 선거방송기획단장을 맡았다. 송 논설위원은 당시 상황을 두고 “간부회의에서 ‘선거방송을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아울러 방송 시간을 대폭 줄이라, 인증 사진은 보도하지 말라는 요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선거방송을 끝낸 뒤, 회사는 갑자기 그를 외주제작국으로 발령냈다. 송 논설위원은 “30년 가까이 해 오던 기자직을 박탈당하고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외주제작국으로 쫓겨났다”고 말했다. 그는 외주제작국에서 1년 정도 근무하며 어린이 프로그램 등을 만들었다.

송 논설위원은 이번 MBC 사장 공모에 출사표를 던진 최승호 MBC 해직 PD, 윤도한 MBC 기자, 송일준 PD 등에 대해 “고생도 많이 했고 아주 좋은 분들이다. 높게 평가를 한다”면서 “그런데 제 역할도 있을 것 같아서 (사장 출마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근본적으로 적폐 청산과 개혁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만 할 순 없다. 거기에 하나를 더 생각해야 한다”며 “그것은 바로 시청자다. 빠른 시일 내에 시청자들에게 안정적으로 MBC 정상화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역할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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