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국회 특수활동비 업무상 횡령 혐의로 24일 검찰에 고발당했다.

예산 감시 전문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는 홍 대표가 2008년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이자 국회 운영위원장으로 있으면서 받은 월 4000만~5000만 원 남짓의 특활비 중 일부를 사적인 생활비로 횡령한 의혹이 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세금도둑잡아라(공동대표 이영선·이상선·하승수)는 “특수활동비는 ‘특정한 업무수행 및 사건 수사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로서 ‘편성된 목적대로 집행’하도록 돼 있다”며 “그런데 홍 대표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2015년 5월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적인 용도에 써야 할 특활비를 사적인 생활비로 횡령했다고 자인했다”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당시 "2008년 여당(한나라당) 원내대표를 할 때 매달 국회대책비(특수활동비)로 4000만~5000만 원씩 나왔다. 그 돈을 전부 현금화해서 쓰다가 남은 돈을 아내에게 생활비로 줬다”며 “직책수당 성격의 돈 중 일부를 집사람에게 가끔 모자란 생활비로 줬다는 것이지 국회대책비를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이치열 기자.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이치열 기자.
이에 대해 세금도둑잡아라는 “국회 예산 중에는 국회운영위원장에 대한 직책수당은 없으며, 일반 상임위원장도 마찬가지”라며 “결국 홍 대표의 ‘직책수당’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고, 그는 예산 횡령 사실을 다시 한번 인정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는 “국회 사무총장을 상대로 진행 중인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국회 측이 제출한 답변서를 보면, 특활비는 ‘의원 외교 활동’ 및 ‘원활한 국회 운영과 국정 업무 수행에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의장단, 원내대표단, 상임위원장 등의 경비’로 집행한다고 돼 있다”며 “국회 특활비가 직책수당이라는 홍 대표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홍 대표는 최근 본인의 특활비 횡령 의혹이 다시 불거지자 18일 페이스북에 “특활비는 국회 운영에 쓰라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 돈 수령 즉시 정책위의장, 원내 행정국, 원내 수석·부대표, 야당 원내대표들에게 국회 운영비용으로 일정액을 지급했다”며 “국회의원과 기자들 식사비용 등을 급여에서 쓰지 않아도 돼 아내에게 생활비로 주었다는 것이지 특수활동비를 유용했다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본인이 사적으로 쓴 돈은 특활비가 아니라 급여였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하 변호사는 “홍 대표의 주장대로 임의로 특활비를 몇몇 사람에게 나눠줬다든지, 자신의 급여에서 지출해야 할 식사비용을 특활비로 지출했다는 것 역시 업무상 횡령으로 볼 여지가 있다”면서 “홍 대표는 지금 자신의 범죄 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앞뒤가 안 맞는 변명을 늘어놓고 있으며, 증거인멸을 시도할 우려가 매우 높은 상황이므로 신속한 강제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 변호사는 이어 “정보를 비공개하면서 자의적으로 집행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는 국회 특활비 집행 전반에 대한 수사도 필요하다”며 “단지 홍 대표만이 업무상 횡령과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인지, 아니면 그 외에도 다른 범행들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홍 대표의 특활비 횡령 의혹에 대해 이미 지난 2015년에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인 ‘민생민주 수호를 위한 경남 315 원탁회의’가 홍 대표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발했지만, 당시 이 사건을 담당한 창원지검은 ‘각하’ 처분을 내렸다. [관련기사 : 검찰은 2년 전 홍준표 ‘특활비’ 횡령 의혹 왜 각하했을까]

하 변호사는 “이 사건은 박근혜 정권 시절에 제대로 수사되지도 처벌되지도 않았다”며 “국가의 예산을 사적인 용도로 횡령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발언하고도 처벌되지 않는다면 이는 국가의 존립기반 자체를 뒤흔드는 ‘국기문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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