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부처 공무원들의 세월호 희생자 유골 발견 은폐 사건에 대해 23일 자신의 불찰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김 장관에 대한 야당의 사퇴 압박은 거셌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세월호 유골 발견 은폐’ 사건에 대한 1차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지난 20일 저녁에 지시를 하고 지시가 그대로 이행될 줄로 알고 22일까지 확인을 못 했던 것은 내 불찰”이라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이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들고 나서 임명권자(문재인 대통령)와 국민의 뜻을 따라서 내 진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의 사퇴 요구는 그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김영춘 해수부 장관 해임을 촉구했다. 국민의당은 “해수부의 중간 조사결과는 국민이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문 대통령은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범정부적 진상 조사를 실시하라”고도 요구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세월호 유가족들은 자유한국당 등 보수정당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할 자격이 있느냐고 질타했다.

▲ 4·16가족협의회·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2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희생자 유해 은폐 규탄 및 사회적 참사 특별법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4·16가족협의회·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2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희생자 유해 은폐 규탄 및 사회적 참사 특별법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단원고 희생자 유민양 아빠 김영오씨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물론 이번 사건은 해수부가 매우 잘못했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은폐했던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며 “자유한국당은 세월호 참사 첫날부터 지금까지 계속 방해만 하고 가족들에게 더 심한 막말하고 감춰온 게 더 많은데, 이 사건을 빌미로 현 정부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로밖에 안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해수부는 장관만 바뀌었지 세월호 참사 때 처벌받아야 할 사람들이 계속 자리를 지키고 승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일을 전화위복 삼아 해수부가 보다 철저히 조사하고 두 번 다시 은폐하려는 시도가 없도록 책임자를 엄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김 장관의 사과 기자회견 후 구두 논평을 통해 “김 장관의 발표로는 뭘 어떻게 수습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김 장관이 해야 할 일은 입에 발린 사과가 아니라 사퇴”라며 “유골 은폐에 이유에 대해서도 국민적 분노를 모면하기 위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선의라 변명하며 국민을 기만하지 말라”고 말했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도 “김 장관이 세월호 유골이 발견됐다는 보고를 20일 오후에 받고도 3일간 은폐한 것은 중대 범죄이자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김 장관은 보고받은 이후 3일 동안 총리와 대통령에게 보고했는지 밝혀야 하고, 이와 같은 중대 사안에 대해서 보고하지 않았다면 장관으로서 국무위원으로, 또한 세월호의 주무장관으로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직무유기”라고 질타했다.

앞서 이날 오전 정의당도 이번 사태에 대해 논평을 내고 “참담하기 이를 데 없는 일”이라며 “유가족들에게 어떻게 이렇게 또다시 가슴에 대못질한단 말이냐”고 개탄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교체하고 각 기관의 수장을 모두 바꿨지만, 그 안의 내용물은 박근혜 정권과 달라진 게 없다는 일각의 한탄이 피부로 절실하게 느껴진다”며 “정부 당국은 신속하고 정확한 진상조사로 관계자 전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며 마지막으로 유가족의 마음을 위로할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세월호 참사 유족들과 국민에게 머리 숙여 사과한다”며 민주당 역시 세월호 유골 은폐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고 진상이 제대로 밝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제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영춘 해수부 장관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공개 사과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약속했다”며 “민주당은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책임에 따른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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