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유해발굴 은폐 사건 1차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양수산부는 23일 오전부터 은폐 지시자인 김현태 세월호 후속대책추진단 부단장을 포함한 5명을 조사했다며 이날 오후 조사 결과를 밝혔다.

해양수산부 류재형 감사관에 따르면 상하이 살비지 소속 작업자는 사람 뼈로 추정된 유골을 지난 17일 오전 11시20분경 최초 발견했다. 그리고 같은 시각 현장 순찰 중인 국방부 유해발굴단 소속 군인이 사람 뼈인 것을 확인해 해양수산부 사무관에게 유선으로 통보했다. 이어 현장수습반 팀장이 실물을 확인했고, 김현태 부단장은 이날 오후 1시30분경 해수부 김철홍 과장으로부터 유해발굴 사실을 보고 받았다.

하지만 김현태 부단장은 현장수습반에 유해발굴사실을 비공개하도록 지시했다. 조사에서 김현태 부단장은 미수습자 가족들의 추모식과 장례식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해 발인 및 삼우제 이후(22일)에 유해발굴사실을 전파하려했다고 진술했다.

김현태 부단장이 이 같은 유해발굴사실 지연 통보 계획을 이철조 세월호 후속대책단 추진단장과 협의한 정황도 확인했다고 해수부는 밝혔다.

유해발굴사실은 지난 21일 고 조은화 양 유족과 김창준 조사위원장에게 알려졌는데 이 같은 조치는 전날인 20일 이철조 단장이 김영춘 해수부 장관에게 보고한 이후 지시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발표 현장에서 기자들의 질의 응답을 받은 김영춘 장관은 지난 20일 이철조 단장으로부터 보고 받은 내용이라며 “김현태 부단장이 17일은 미수습자 장례식 바로 전날이었기 때문에 골편 발견 직후 주인이 기왕 수습된 몇 분 중 한 분의 것일 거라고 짐작하고 예단했다. 그래서 다음날 미수습자 장례식인데 가능성이 크지 않은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미리 알리면 장례 일정에 혼선을 초래할 것이고 2주일 동안 확인 시간이 필요한데 고통의 시간을 보내게 하는 것이 미수습자와 함께 지냈던 현장 책임자 입장에서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 11월23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세종청사 해수부 브리핑룸에서 논란이 된 세월호 현장 유골 은폐와 관련해 경위를 설명·사과하고 있다. ⓒ 연합뉴스
▲ 11월23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세종청사 해수부 브리핑룸에서 논란이 된 세월호 현장 유골 은폐와 관련해 경위를 설명·사과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 장관은 “장례식과 삼우제를 치르고 나서 본인에게 통보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고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21일 시점에 은화 다윤 엄마에게만 통지한 이유도 수습자의 것이라는 예단이 작용한 것 같다. 그래서 다른 미수습자 가족에게 연락하는 것은 22일 삼우제날이 지나고 나서 연락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정리하면 김현태 부단장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발견된 유해가 미수습자의 유해가 아닐 것으로 판단했고, 다음날 미수습자 장례일정에 혼란을 초래할 것을 우려해 유해 발굴 사실 은폐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해수부는 하지만 김현태 부단장이 발굴된 유해가 미수습자의 유해가 아니라고 판단한 이유 등에 대해서는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해수부는 지난 17일 유해가 발굴된 위치가 이미 수습한 희생자의 유해가 주로 발굴된 위치였기 때문에 김현태 부단장이 미수습자 유해가 아닐 것이라고 예단했다고 밝혔다.

김영춘 장관이 유해발굴 사실(17일 발굴 내용)을 20일 보고 받고, 세월호 가족에게 알려주는 통보 절차를 밟으라고 지시했음에도 이철조 단장과 선체조사위가 장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미수습자 가족에게 유해 발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것도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김 장관은 “20일에 저녁에 (통보)지시를 하고 지시가 그대로 이행될 줄로 알고 그 다음, 다음 날 22일까지 확인을 못 했던 것은 제 불찰”이라며 “직원들이 선조위에 보고한 것으로 일단 자기가 해야 될 최소한의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 제가 기대한 것은 그것보다는 더 나아가서 유가족들, 미수습자 가족들에게도 다 연락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 것이었는데 그런 것도 이행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 정말 아쉽게 생각하고 거기에 대해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추가 조사가 남아있긴 하지만 결국 김현태 부단장의 ‘선의’에 따라 이뤄진 잘못된 판단이 은폐의 시작이고, 장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 통보가 더욱 지연됐다는 것이다.

미수습자 가족은 장례 직전까지도 유해를 한점이라도 찾기를 희망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과학적 근거 없이 미수습자 유해가 아닐 것이라고 판단하고 장례 일정에 혼선을 주지 않기 위해 알리지 않았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될 수 없다.

김현태 단장의 진술을 그대로 믿더라도 22일 이후 미수습자 유족에게 유해발굴 내용을 제대로 통보했을지도 의문이다.

해수부 설명대로 유해의 최종 주인을 밝히는 것은 보통 2주일의 시간이 걸린다. 22일 이후에도 유해의 최종 주인이 밝혀지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뒤늦게 유해발굴 사실을 통보받았다면 미수습자 가족은 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다. 김현태 부단장이 미수습자 장례 일정에 혼란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한 은폐 지시 이유가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해수부는 “관련자들은 구체적인 위법 부당행위 여부와 고의성 여부 등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최종 조사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영춘 장관은 “현재의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추가 조사를 통해 이번 사태가 발생한 원인을 한 치의 의혹도 없이 명백하게 밝혀서 국민 앞에 소상하게 보고 드리는 한편, 이와 관련하여 책임져야 할 사람은 반드시 엄중한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 저는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전체 세월호 수습과정을 되짚어보고, 혹여라도 미진한 사항은 없는지 철저히 재점검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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