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귀순병사의 몸속 기생충 공개를 비판한 김종대 정의당 의원에 대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들이 비판하는 논리가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식 이중잣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는 북한 식량난의 참상이 드러난 게 싫어서 그런 것이라고 비난했으나 정작 자신들은 두달 전 만에도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에 “수긍이 안간다”고 딴지를 걸었다. 중앙일보 역시 ‘귀순병의 기생충을 자라게 한 것은 북한’이라고 주장했지만, 그동안 수차례 인도적 지원을 두고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만류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귀순병에 대해서는 ‘현빈을 닮았다, 근육질 몸매’라며 귀순과정과 무관한 스타만들기식 무용담 기사를 내놓기도 했다. 냉전시대 귀순용사 상업주의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조선일보는 23일자 사설 ‘기적 같은 탈주로 北 실상 알려진 게 싫은 사람들’에서 귀순병 기생충 공개를 비판한 김종대 의원에 대해 “어이없는 일”이라며 “북한인권에 관심을 보인 적이 없는 당의 의원이 귀순병 몸 상태를 통해 북의 참혹한 실상이 다시 한 번 드러나자 인권을 말하며 반발했다…이 경우에는 말문이 막힌다”라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지금 귀순병에게 최대 인권은 북한 탈출 성공과 생명을 보존하는 것”이라며 “이 일을 해낸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지는 못할망정 비난한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귀순병 치료 과정에서 북의 실상이 드러났다면 그것은 북한 주민 전체 문제이자 통일 후엔 우리 자신의 문제가 된다”며 “모두가 알아야 할 내용이다. 숨길 문제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조선은 “출신 성분이 좋고 엘리트 대접을 받는 JSA 북한 병사마저 옥수수로 연명한다는 사실은 북한의 식량난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정말 인권을 중시한다면 귀순병 몸 안의 심각한 기생충과 옥수수를 보고 북한 정권의 실패와 주민 탄압을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정의당 의원이 이 교수를 비난한 진짜 이유는 귀순병의 인권이 아니라 그로 인해 북한 실상이 드러난 점이었을 것”이라며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썼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짜 사설 ‘혼신 다해 북한 병사 살려냈는데 인격 테러라니…’에서 “우리는 김 의원에게 묻고 있다”며 “정작 인격 테러를 한 것은 젊은이의 몸에 그렇게 많은 기생충을 자라게 한 북한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 김종대 정의당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 김종대 정의당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그러나 이들 신문이 이렇게 북한의 식량난과 인권을 걱정했다면 새 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을 발표했을 때 최소한의 공감이라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들은 두 차례 이상 사설을 통해 지지는커녕 ‘수긍이 안된다’, ‘이해가 안된다’, ‘때가 아니다’라는 주장만 스피커처럼 반복했다.

조선일보는 불과 두달 전인 지난 9월15일자 사설 ‘文 대통령 “전술핵 배치 반대” 정부는 對北 지원 검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9월14일 전술핵 반대 인터뷰 후 정부가 국제기구 요청에 따라 북한에 800만달러 지원 검토를 발표하자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은 이날 사설에서 “수긍이 가지 않는다. 북한 아동·임산부 구호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6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을 제재하기 위한 유엔 안보리 결의 2375호가 만장일치로 채택된 지 불과 이틀이다. 어떤 일에도 때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정작 한국 정부가 아무리 인도적 차원이라고 해도 이틀 만에 대북 지원에 나선다면 어떻게 되나”며 “일본 정부는 ‘반대한다’고 공언했다. 이해하지 못하는 나라가 일본뿐이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6월3일자 사설 ‘국제사회는 대북 압박 강화, 우리는 남북 접촉 봇물’에서도 통일부의 민간인접촉 승인을 두고 “대부분이 어린이 의약품 등 인도적 지원을 위한 것들”이라며 “북의 영·유아 의약품이나 영양 지원, 자연재해 구호 등은 기본적으로 북핵·미사일 사태에도 불구하고 진행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김정은 손에 달러가 흘러들어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 신문은 문재인 정부의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공약에 대해 “재개하면 김정은 손에 바로 달러 다발을 쥐여준다. 있을 수 없다”며 “이 살얼음판 위에서 순진한 대북 선의(善意)나 동화(童話) 같은 환상은 자해 행위가 될 뿐”이라고 썼다.

중앙일보 역시 마찬가지였다. 중앙은 반대하지 않는 척하면서 때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한 번도 빠짐없이 폈다. 이 신문은 9월25일자 사설 ‘‘죽음의 백조’ 최북단 비행 … 최고조 긴장 직시해야’에서 김정은·트럼프 간 말폭탄이 벌어지던 상황을 들어 “최우선 과제는 한·미 간 압박 공조에 최대한 전념하는 것”이라며 “느닷없이 인도적 대북 지원책을 발표하는 것처럼 한·미 공조에 김을 빼는 조치는 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은 그 이틀전인 9월23일자 사설 ‘초강력 대북제재 카드 ‘세컨더리 보이콧’ 꺼낸 미국’에서도 “인도적 지원 등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단합된 제재를 더는 견디지 못하고 협상 테이블로 나올 때 이뤄져도 늦지 않을 법하다”고 만류했다. 대북 인도적 지원 결정에 대해 중앙은 9월22일자 사설 ‘균형잡힌 대통령 유엔 연설 … 대북 지원은 최대한 늦춰야’에서도 “북핵 위기에 맞서 제재와 압박을 강화하는 국제적 흐름과 동떨어진 판단이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우리는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을 줄곧 지지해 왔다. 굶주리고 병든 어린이와 임산부를 돕자는 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다만 지금이 이런 결정을 내릴 적기인지는 의문”이라고 썼다. “남북교류협의회가 대북 인도적 지원을 결정했지만 실제 집행은 최대한 늦출 필요가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 지난 22일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브리핑하고 있는 이국종 교수. 사진=연합뉴스
▲ 지난 22일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브리핑하고 있는 이국종 교수. 사진=연합뉴스
심지어 중앙은 9월16일자 사설 ‘북한 원유 완전 차단하고 ‘극한 압박’해야 한다’에선 “어제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도 아랑곳없이 인도적 지원 원칙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며 “이게 무슨 말인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무리 인도적 지원이라고 하지만 국제사회가 북한에 들어가는 현금을 차단하고 있는 마당에 부적절한 조치”라고 반대했다.

중앙은 “우리 사회 일각에선 ‘북한에 보낼 인도적 차원의 현금으로 현무-Ⅱ 미사일이나 개량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썼다. 중국에게는 원유공급마저 차단하라고 주문했다.

중앙은 그 전날인 9월15일자 사설 ‘“전술핵 반대” “대북 인도적 지원” … 왜 이렇게 서두르나’에서 역시 “북한 동포에 대한 지원은 800만 달러가 아닌, 그 10배, 100배라도 해야 마땅하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이 바로 그런 때인가에 대해선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아무리 인도적 지원이라고는 하지만 생뚱맞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거의 열흘간 네 번의 사설 내용이 비슷하다. ‘인도적 지원은 좋으나 지금은 안된다’. 이렇게 동일한 내용으로 사설을 반복해서 쓰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중앙일보는 5‧24조치 7주년을 앞두고 지난 5월23일자 사설 ‘북한은 미사일 쏘고 통일부는 ‘민간교류’ 외치고…’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이나 민간교류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요하며, 남북의 정치·군사적 긴장과 상관없이 이뤄지는 게 타당하다”면서도 “통일부가 하필 이런 시점에 민간교류 복구 검토를 발표한 것은 의도와 달리 자칫 국제공조에 혼선을 줄 우려가 있다. 지금까지 아무런 행동 변화도 보이지 않은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고 썼다.

이들 신문의 이런 이중잣대에 대해 일부 대북 전문가도 비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대외부총장은 23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김종대 의원의 기생충 공개행위 비판에 대해 “국회의원으로서 북한 문제에 나름대로 인권도 존중하고 남북관계도 감안해 지적한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평가했다. 양 부총장은 “북한 병사의 몸에서 기생충이 나온 것이 북한 주민 모두에 해당되고, 북한 정권의 책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주관적 선입견이 개입된 분석이라고 본다”며 “더구나 정말 그렇게 귀순병을 비롯한 북한 주민들이 기생충 많고 건강에 문제 많지 않을까 걱정된다면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먼저 얘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 조선일보 2017년 11월23일자 사설
▲ 조선일보 2017년 11월23일자 사설
▲ 중앙일보 2017년 11월23일자 사설
▲ 중앙일보 2017년 11월23일자 사설
양 부총장은 “지금까지 조선 중앙일보 등과 같은 언론이 북한 당국과 주민을 동일시 하면서 인도적 지원은커녕 아무 것도 못하게 했다”며 “그러면서 지금 북한 실상 언급을 하는 것은 언행이 불일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부총장은 “그렇게 언행이 불일치해서 국민과 독자에 대해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겠느냐”며 “이렇게 지나친 이중적 잣대의 안에는 뿌리깊은 이념의 잣대가 자리잡혀 있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또한 김종대 의원을 비난하는 것과 달리 귀순병의 몸매와 외모 등 신변잡기로 ‘스타만들기’를 하는 조선 동아일보 보도에 대해 양 부총장은 “과거 냉전시대 때 우리 정부의 정보기관과 언론이 협력해 만들었던 보도행태를 되풀이 하고 있다”며 “탈냉전시대에 우리 언론은 아직도 냉전시대의 향수를 못벗어났다”고 비판했다. 양 부총장은 “이념 잣대가 몸속에 베어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며 “이런 태도가 계속되는 한 진정한 북한인권과 남북관계 발전, 국내 갈등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양 부총장은 “탈북자 3만명 시대에 모든 탈북자의 무용담을 다 만들어낼 수도 없다”며 “더구나 합동심문조가 귀순병의 귀순경로와 배경, 신원 등 조사도 안된 상태에서 무용담부터 나오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 조선일보 2017년 9월15일자 사설
▲ 조선일보 2017년 9월15일자 사설

▲ 중앙일보 2017년 9월15일자 사설
▲ 중앙일보 2017년 9월15일자 사설
▲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대외부총장. 사진=연합뉴스TV 영상 갈무리
▲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대외부총장. 사진=연합뉴스TV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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