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마드 논란, 까칠남녀 재조명 ‘쇼타콤은 취향”(한국일보, 11월22일자)
“쇼타콘은 취향이라고? 뒤늦게 폐지 주장 나오는 방송”(중앙일보 11월22일자)
“‘쇼타콘은 취향’, EBS 까칠남녀 게시판 폐지청원글 봇물”(노컷뉴스, 11월21일자)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 호주의 남성 어린이를 성폭행했다는 글을 작성한 여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EBS ‘까칠남녀’ 방송에서 쇼타로 콤플렉스(어린 남성을 상대로 과도한 성애를 느끼는 일종의 병)를 옹호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일부 커뮤니티가 한 방송 출연진의 말을 왜곡해 악의적으로 작성한 게시물을, 언론이 확인 절차 없이 그대로 가져다 보도했다는 점이다. 한국일보 등 일부 언론이 이를 온라인 기사로 처리하며 논란을 확대하는 역할을 했다.

이현재 교수는 “쇼타로 콤플렉스는 취향이다”라고 말했을까?

문제의 발단은 호주에서 아동 성폭행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여성이 워마드에 작성한 또 다른 글에서부터였다. 이 여성은 EBS ‘까칠남녀’에 출연한 이현재 교수의 말을 왜곡 인용하며 “쇼타콘은 취향이다”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이에 EBS ‘까칠남녀’ 게시판에는 프로그램을 폐지하라는 게시물이 쇄도했다.

문제가 된 ‘까칠남녀’ 9월25일 방송 ‘예쁜 소녀 찾습니다’를 다시 보면 이런 대화가 오간다.

박미선: 롤리타 이야기도 있지만, 쇼타로 콤플렉스도 있죠. 남자아이를 성애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손아람: 나이 많은 남성이 어린 여성을 선호하는 것보다, 나이 많은 여성이 어린 남성을 연애상대로 보는 빈도의 차이가 바로 우리 사회 권력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의 비대칭이 있으니까 그만큼의 빈도차가 있는 것이다.

이현재: 저는 덧붙여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저 사진에 나오는 것은 정말 어린 소년이지만, 우리사회에 새롭게 등장한 것은 남자 아이돌. 예쁜 남자아이돌이다. 이런 문화는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 젠더 권력이 옛날과 같지 않은 상태에서 뒤집히는 의미가 있다. 여태까지 저런 남성은 선호 받지 못했지만 하나의 취향으로 다시금 존재한다는 의미가 있다. 롤리타 콘셉트와 쇼타로 콘셉트를 똑같은 선상에서 얘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EBS '까칠남녀'의 '예쁜 소녀 찾습니다' 편 화면 캡쳐.
▲ EBS '까칠남녀'의 '예쁜 소녀 찾습니다' 편 화면 캡쳐.
이현재 교수가 이렇게 말하자, 황현희씨는 미성년자 강간 사례를 들며 “남자나 여자나 똑같이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반박한다. 이에 이현재 교수는 “미성년자 강간은 똑같이 처벌받아야 한다. 저는 콘셉트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라고 다시 말했다. 

이현재 교수는 “쇼타로 콤플렉스는 취향이다”라고 말한 적이 없다. 그는 ‘쇼타로 콘셉트’를 말한 것이다. 쇼타로 콤플렉스가 성 도착증의 일종으로 젊은 남성에 대한 성애가 병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면, 쇼타로 콘셉트는 성인이 된 남성이 어려보이는 콘셉트를 가지고 사진을 찍거나 어필하는 것을 말한다. 수많은 여성 아이돌이 그래왔듯이 말이다.

‘쇼타로 콤플렉스’와 ‘쇼타로 콘셉트’의 차이 무시한 자막과 언론

중요한 것은 ‘쇼타로 콤플렉스’와 ‘쇼타로 콘셉트’의 구별이다. 쇼타로 콤플렉스는 귀엽고 어린 남자아이를 과하게 좋아하는 일종의 병이다. 이는 김헌식 비평가가 지적한대로 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쇼타로 콤플렉스와 성범죄가 완전히 별개라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일 수 있다. 만약 쇼타로 콤플렉스에 빠진 사람이 아이를 상대로 범죄를 저질렀다면 당연히 처벌해야 한다. 이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다. 범죄를 저지른 모든 이는 처벌받아야 한다.

하지만 쇼타로 콘셉트는 ‘성인 남성’, 즉 어린 아이가 아닌 남성이 어린남성의 콘셉트를 가지고 사진을 찍거나, 무대를 꾸미는 등 캐릭터를 잡는 것을 말한다. 이현재 교수는 이것을 보고 ‘취향’이라고 말한 것이다.

하지만 EBS ‘까칠남녀’는 이 장면의 자막을 ‘쇼타로 콤플렉스, 취향으로 존중받는 의미’라고 했다. 이건 제작진의 잘못이다. 쇼타로 콤플렉스가 아니라, 쇼타로 콘셉트라고 명확하게 했어야 했다.

▲ EBS '까칠남녀'의 방송 화면. 이현재 교수는 쇼타로 콘셉트에 대해 말하지만 자막은 쇼타로 콤플렉스라고 적혀 나온다.
▲ EBS '까칠남녀'의 방송 화면. 이현재 교수는 쇼타로 콘셉트에 대해 말하지만 자막은 쇼타로 콤플렉스라고 적혀 나온다.
언론의 잘못도 적지 않다. 악의적 짜깁기를 해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이가 문제의 발단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워마드에 올라온 캡처만 보고 이현재 교수가 ‘쇼타콘은 취향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보도했다.  언론 보도 중 특히 심각한 것은 “워마드 논란, 까칠남녀 재조명 ‘쇼타콤은 취향”(한국일보, 11월22일자) 기사다.

해당 기사는 “워마드에 글을 작성한 게시자는 EBS ‘까칠남녀’ 프로그램에 나온 출연진의 발언을 인용하며 ‘롤리타 콤플렉스는 범죄지만 쇼타콘(쇼타콤 콤플레스)은 존중받는 취향’이라고 말했다”고 썼다. 실제 방송은 보지 않은 채 워마드의 인용 글만 복사해 기사를 작성한 것이다.

“쇼타콘은 취향이라고? 뒤늦게 폐지 주장 나오는 방송”(중앙일보 11월22일자), “‘쇼타콘은 취향’, EBS 까칠남녀 게시판 폐지청원글 봇물”(노컷뉴스, 11월21일자) 등의 기사를 클릭해보면 본문에는 이현재 교수의 입장에 대한 설명이 드러나 있다. 하지만 제목은 마치 이현재 교수가 해당 발언을 한 것처럼 해 놓았다. 이 외에도 수많은 언론이 실제 방송을 확인해보지 않고 이현재 교수의 말을 왜곡 인용한 워마드 글만 인용해 기사를 작성했다.

▲ 워마드에 올라온 '쇼타콘은 취향'이라고 올린 악의적 게시물을 그대로 제목으로 뽑고 보도한 기사들.
▲ 워마드에 올라온 '쇼타콘은 취향'이라고 올린 악의적 게시물을 그대로 제목으로 뽑고 보도한 기사들이 보인다.
이현재 교수는 22일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 확인도 없이 이를 기사화한 기자가 문제가 있다”며 “전체 맥락을 보지 않고 자기 입맛에 맞는 일부 이미지만 유통시켜서 만든 게시물을 기사로 내고, 정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어떤 이들은 이 교수가 ‘쇼타로 콤플렉스’가 아니라 ‘쇼타로 콘셉트’가 취향이라고 말한 것도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쇼타로 콘셉트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법으로 처벌받기에는 무리가 있다.

여성 아이돌 사례로 생각해보면 쉽다. 한창 문제가 됐던 사진가 ‘로타’의 경우를 보자. 사진가 ‘로타’는 설리와 같이 성인 여성을 어린아이 같이 꾸미고 사진을 찍어 논란이 됐다. 이 경우 해당 사진이 논란이 되고, 비판 받을 수도 있지만 법적으로 처벌 받을 수 있을까? 현행법으로는 로리타 콘셉트가 콘셉트만으로 처벌받을 수 없는 것처럼, 쇼타로 콘셉트도 콘셉트만으로는 처벌받을 수 없다. 물론 비판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쇼타로 콤플렉스’, ‘쇼타로 콤플렉스로 인한 성범죄’, ‘쇼타로 콘셉트’의 차이는 알고 비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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