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조사권남용 의심 세무조사 사례에 DJ 당시 언론사 세무조사가 빠진 것을 두고 조선일보와 자유한국당이 청와대 기획 정치 세무조사였다며 ‘내로남불’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대북정책에 비판적이던 자신들을 회유하다 안되니 칼을 들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DJ 정부 초대 대통령 공보수석과 비서실장까지 지낸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전혀 아니다라며 “내가 아는 한 김대중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국세청에 언론사 세무조사 지시를 한 일이 없다”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자신은 연두 기자회견에 ‘언론개혁’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했으나 언론개혁과 세무조사는 성격이 다르며 언론사 세무조사는 정당한 세무조사였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의 ‘국세행정개혁 TF’가 발표한 과거 세무조사 조사권남용 사례에 태광실업 교차세무조사와 김제동 소속사 세무조사 등 5건 모두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사례만 포함됐다. 특히 조사대상에 2001년 1월부터 4월까지 실시된 사상 첫 언론사 세무조사가 빠진 것에 대해 조선일보가 ‘어이가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22일자 사설 ‘‘정치 세무조사’도 내로남불’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의 충견(忠犬)이 돼 반대쪽을 공격하는 일은 주로 검찰과 국세청이 해왔다”며 “근래에는 공정거래위도 동원되곤 한다. 노 전 대통령의 자살로 이어진 태광실업 세무조사 역시 정치적 조사 중의 하나”라고 썼다.

조선은 “그런데 어이없는 것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언론사 세무조사는 문제없었다고 밝힌 것”이라며 “2001년 언론사 23곳에 대한 세무조사가 청와대가 기획한 정치 세무조사였다는 정황은 차고 넘친다”고 주장했다.

조선은 “당시 3년 가까이 청와대를 출입했던 기자가 펴낸 책에 따르면 1998년 청와대 수석비서관은 ‘두 신문은 당장 작살내겠다. 다른 한 군데도 두세 달 내에 그냥 안 둔다’ ‘국세청 상속세로 뒤집어 버리겠다’고 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세무조사로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얘기”라며 “2001년 1월에는 청와대 수석이 ‘언론사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주장했다.

▲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조선일보는 “결국 김대중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언론 개혁’ 필요성을 말하자 국세청은 400여 명의 조사 직원을 투입해 세무조사를 했다”며 “당시 권력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 대북 정책을 비판하는 언론에 대해 회유하다 안 되자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라는 칼을 들이댔다. 아마도 역대 최대의 정치 세무조사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은 “정권마다 다람쥐 쳇바퀴처럼 반복된다”며 “권력 측이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오전 “김대중 정부 시절 언론사 23곳에 대한 세무조사야말로 권력이 기획한 정치 세무조사의 표본”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변인은 조선일보가 소개한 책 내용을 동일하게 인용하면서 “이게 정치 세무조사가 아니면 어떤 것이 정치 세무조사인가”라고 반문했다.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예로 든 책은 지난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청와대 출입기자였던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가 쓴 ‘DJ는 왜 지역갈등에 실패했는가’라는 저서를 가리킨다. 성 기자는 이 책에서 “언론사 세무조사는 정치적 의도가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지만 시민단체 학계 등 언론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합쳐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당초 언론개혁에 소극적이던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지역감정을 자극하며 정권을 비판하던 일부 언론사의 ‘횡포’를 참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며 결국 김 전 대통령은 ‘언론과의 결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김대중 정부 당시 초대 대통령 공보수석과 문화관광부 장관, 임기 마지막해에 대통령비서실장을 했던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2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그렇지 않다, 정치적 계산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당시 대통령 연두 기자회견에서 언론개혁을 언급했기 때문에, 그 후 세무조사 나왔기 때문에 그런 것을 했다고 비판하는데, 청와대가 기획하거나 지시한 그런 일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언급이나 관련 지시나 보고도 없었느냐는 질의에 박 의원은 “그런 것은 없고, 기획한 것 없다”며 “김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은밀히 청와대가 국세청에 의중이나 시그널을 줄 수 있지 않느냐는 질의에 박 의원은 “없다. 내가 그것을 100% 모르지만,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없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박 의원은 “정당한 세무조사를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그분들 생각을 바꿀 수 없지만 그렇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당시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 박 의원은 “정당한 세무조사였다”며 “세금이 부과됐고, 해당 언론사의 사주가 구속 및 유죄 등 처벌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언론사를 상대로 한 최초의 세무조사였다는 의미도 있다”며 “현 정부에서 어떤 기준으로 (조사권 남용 의심 세무조사 선정을) 했는지 모르지만, 청와대가 간섭하고 청와대가 지시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성한용 선임기자의 책에 나온 1998년 공보수석 시절 ‘언론 작살내겠다’는 발언을 했는지에 대해 박 의원은 “나는 그런 말한 기억이 없다”며 “오히려 나는 언론에 좋은 기사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2001년 1월 DJ 연두기자회견문에 실린 ‘언론개혁’이라는 말을 빼자는 건의를 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김 전 대통령이 당시 기자회견을 하기 직전 박 의원을 불렀을 때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있다가 그만둔 상태였다.

박 의원은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회견을 하기 전에 대통령이 관저로 들어오라고 해서 갔더니, 김 대통령과 한광옥 비서실장 등 몇 수석들이 계셨다. 내가 갔더니 연두 회견문이라고 읽어보라 해서 읽어봤다. 나는 ‘언론개혁 문제는 대통령께서 연초 말씀하시는 것은 적절치 못합니다, 빼시죠’라고 했는데, 전부 하기로 했다고 하더라. 제가 계속 말씀을 드렸다. 다른 분은 얘기가 없었다. 다 나간 뒤 대통령이 나를 방으로 불러 들어갔는데, 거기서도 ‘절대 해서는 안됩니다, 그렇게 되면 다른 좋은 내용이 하나도 보도되지 않고, 모든 보도는 언론개혁으로 나갑니다’라는 건의를 했으나 결정됐으니 그대로 하자고 했다.”

박 의원은 “하지만 그 때도 세무조사 얘기는 안나왔다”고 전했다.

▲ 조선일보 2017년 11월22일자 사설
▲ 조선일보 2017년 11월22일자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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