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사장 해임은 MBC의 기회

공영방송 MBC의 정상화를 위한 물꼬가 트였다. MBC 문화방송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위원회(방문진)가 지난 11월13일 이사회를 열고 정권홍보에 앞장섰던 김장겸 전 사장을 해임하면서 공영방송 MBC의 정상화를 위한 첫 단추가 끼워진 셈이다.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9년 동안 MBC는 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편파, 왜곡보도로 시청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아왔다. 특히, 김재철과 김장겸 전 사장은 정권홍보 방송으로 전락한 MBC를 국민의 방송으로 되돌려 달라는 MBC 구성원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들에게 해임과 징계의 칼날을 휘둘러 업무에서 배제시키고 방송제작과 관계없는 부서로 전보시키는 등 온갖 부당 노동행위를 저질러왔다.

▲ 지난 11월8일 방송문화진흥회에 출석했지만 발길을 돌린 김장겸 전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지난 11월8일 방송문화진흥회에 출석했지만 발길을 돌린 김장겸 전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더 놀라운 사실은 최근 국정원 자체조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MBC 경영진이 국정원과 협의를 통해 방송 출연 및 진행자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뉴스를 비롯한 예능, 드라마, 라디오 프로그램 등 거의 모든 MBC 프로그램 출연자들을 관리했다는 것이다. 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MBC 프로그램 제작에 광범위하게 간섭하고 영향력을 행사해 왔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권력기관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공영방송이 도리어 정권에 충실한 충견이 되어왔음을 증명해 보여주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거나 정부의 눈 밖에 나면 누구도 MBC에서 제작하는 프로그램에 출연의 기회를 얻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김재철과 김장겸 전 사장은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훼손하고, 부당전보와 징계 등 부당노동행위를 통해 MBC 구성원들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방송제작을 탄압한 것이다. 이처럼 공영방송 MBC를 망가뜨린 김장겸 전 사장에 대한 방문진의 이번 해임 결정은 MBC가 다시 한번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공영방송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MBC 정상화 과제 1. ‘국민 참여’를 통한 사장 선출

그렇다면, 이제 막 정상화의 길로 들어선 공영방송 MBC가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공영방송 MBC의 정상화를 위한 첫 번째 과제는 MBC가 그야말로 참다운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끌 수 있는 사장을 선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행 방송문화진흥회법에 따르면, 국회에서 정당별로 추천한 이사들이 모인 방문진 이사회에서 사장을 선출하도록 되어있다. 방문진 이사회는 정당에서 추천한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어 정치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고, 이러한 구조 하에서는 정치적으로 독립된 사장을 선출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정당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가 과연 정치적 독립성을 최우선에 두고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회복하는 공영방송 혁신 작업을 원칙대로 수행할 수 있는 사장을 선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선출하게 될 새로운 MBC 사장 선출과정에서는 공영방송의 주인인 시청자들의 참여를 일정부문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최근에 정부에서 활용했던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처럼 만 19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 약 100여 명으로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사장추천위원회에서 사장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면접을 실시한 후, 최종 사장 후보자를 선발하여 방문진 이사회에 추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처럼 정치적으로 독립된 일반 시청자들이 MBC 사장을 선출하게 되면, 방송법에 규정된 민주적 여론 형성, 방송의 공적 책임 강화, 시청자의 권익보호 등 공영방송 사장으로서의 책무와 가치를 충실히 구현해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서울 상암동 MBC사옥. 사진=이치열 기자
▲ 서울 상암동 MBC사옥. 사진=이치열 기자
MBC 정상화 과제 2. ‘임명동의제’와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MBC를 정상화하기 위한 두 번째 과제는 방송의 편성과 보도책임자에 대한 MBC 구성원들의 임명동의제와 편성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다. MBC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장이 일방적으로 편성과 보도책임자를 임명하도록 되어 있는 현재의 구조를 바꿔, 편성과 보도책임자를 임명할 때는 반드시 MBC 구성원들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임명동의제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 민영방송인 SBS도 사장과 편성 및 보도 책임자 임명동의제를 전격적으로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높은 방송의 공정성과 공영성이 요구되는 공영방송인 MBC는 당연히 편성 및 보도 책임자 임명동의제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MBC 경영진이 방송제작과 편성에 개입하여 방송제작 당사자들의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방송 제작 당사자들의 의견이 프로그램 제작과 편성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구성을 강제하는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MBC 정상화 과제 3. 진상조사를 통한 ‘부역자 징계’, 부당 징계자는 ‘복직’과 ‘징계 취소’

공영방송 MBC 정상화의 마지막 과제는 지난 보수정권 9년 동안 MBC를 망가뜨린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와 함께 해임과 징계 등 부당한 처벌을 받은 MBC 노조원들에 대한 복직 및 징계 취소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MBC 정상화를 요구하는 파업에 나섰다는 이유로 해임당하고 부당한 징계를 받은 MBC 노조원들의 복직과 징계 취소는 MBC 정상화의 상징적 조치인 만큼 빠른 시일 안에 이루어져야 한다. 나아가,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 MBC를 철저히 망가뜨린 관련자들에 대한 진상조사를 통해 잘못된 적폐를 청산하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공영방송으로 거듭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 이 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행하는 웹진 ‘e-시민과언론’과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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