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직장 내 성폭력 문제가 심각하다며 공공기관부터 바로잡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21일 국무회의에서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을 막론하고 직장 내 성희롱과 성폭력이 끊이지 않아서 국민의 우려가 매우 크다”며 성폭력 관련 통계를 상세히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직장 내 성희롱은 우월적 지위 때문에 신고 못하고 피해가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가족부 조사에 의하면 성희롱 피해자는 78.4%, 무려 80%에 가까운 사람들이 참고 넘어갔다고 하고 또 그 이후로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라고 응답한 사람이 48.2%, 거의 50% 가량 된다고 한다. 그리고 성희롱 피해 경험자 중에 직장 내 기구 통해 공식 처리한 사람은 0.6%, 1%도 안 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직장내 성희롱, 성폭력이 있어서도 안되지만 피해자가 2차 피해를 겁내서 문제제기를 못한다는 것은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고충을 말할 수 있고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는 직장 내부시스템과 문화가 정착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폭력 사건이 흐지부지 처리되거나 은폐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정부가 발을 벗고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24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개최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24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개최했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이 직장 내 성폭력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우선 내놓은 대책은 성폭력이 발생하고 난 뒤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기관장과 부서장의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공공기관들부터 기관장들의 인식전환과 더욱 엄정한 조치들이 필요하다. 성희롱과 성폭행 예방은 물론 피해자가 피해를 입고도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는 분위기나 문화부터 시급히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그 점에 있어서도 기관장이나 부서장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국무회의는 야당의 반대가 거셌던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임명돼 6개월 만에 내각 구성을 완료하면서 홍 장관에 대한 당부의 메시지와 포항 지진과 연기된 수능에 대한 대비책과 관련한 주문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예상 밖 문 대통령이 직장 내 성폭력 문제를 집중 조명하고 나서면서 정부 차원의 직장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강력한 대책이 나올지 기대를 모은다.

최근 한샘 신입 사원 성폭력 사건이 촉발돼 ‘나도 직장 성폭력을 당했다’는 폭로가 이어지면서 직장 내 성폭력 문제가 공론화됐고, 직장 내에서 누구나 성폭력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는 인식이 퍼졌다. 아울러 공공기관의 직장 내 성폭력 문화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확산됐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직장 내 성폭력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 것이어서 당장 공공기관에서부터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는 지난 14일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성희롱 지도 감독을 강화하고 성희롱 피해 및 신고 절차를 노사단체와 여성단체 등과 협조해 집중 홍보하기로 했다. 사이버 신고센터를 설치해 상담하거나 신고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고 성희롱 고충처리 담당자를 지정해 운영하도록 했다.

여성가족부는 미투(#ME, TOO) 캠페인, 스피크아웃(SPEAK OUT) 행사 등 성희롱·성폭력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밝히는 활동을 지원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