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가에서 ‘NL 운동권’(민족해방), ‘주체사상파’ 등이 등장한 지라시가 유포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19일 전남대학교 용봉동 캠퍼스 건물 일대에서 한 동아리 회장 A씨와 경제학부 학생 B씨는 ‘엘로우 패러디 저널리즘, 프론티어 2호(보이콧 어게인)’라는 출처를 단 정체불명의 유인물 2장을 배포했다.

이들이 배포한 유인물은 기존 전남대학교 총학생회를 비난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유인물에는 “40년 가까이 총학 장악해온 NL 운동권 바퀴처럼 계속 총학선거에 기어나와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 대체 언제까지 헤쳐먹을 생각인가”라며 외부운동권 조직 개입설, 특정업체 유착 의혹 등을 제기했다.

유인물은 또한 “(NL 운동권이) 무리한 행각으로 대중적 지탄을 받자 2000년대 이후는 과격한 행동을 자제 그러나 철저한 반미와 강한 민족주의 성향을 사라지지 않고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익명을 요구한 재학생 K씨는 전남대 총학생회는 너무 오랫동안 운동권이 집권하여 근본에서부터 망쳐놓았기 때문에 이제 더는 손을 쓸 수가 없다면서 이번에 설령 다른 학생회가 들어서더라도 무언가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전했다.

해당 유인물은 기존 총학생회 조직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 내용으로 채워지고 특히 21일 총학생회 선거를 이틀 남기고 배포됐다는 점에서 특정 조직의 불법 선거운동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유인물 배포 행위는 전남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돼 제지당했다. 유인물을 뿌린 A씨 등은 제지를 당하자 신고해 경찰까지 출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결국 이들은 유인물에 모자이크 처리돼 등장한 전직 총학생회장 네명으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유인물에 등장하는 2013년~2016년 총학생회장 4명은 “전 총학생회장의 사진을 사용하여 마치 고소인들이 주체사상파, 살인자, 운동권 등으로 비춰질 수 있는 내용을 담아 사실이 아님에도 사실인 것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형법 제 307조 2항을 위반했다”며 광주 북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 엘로우 패러디 저널리즘, 프론티어 2호(보이콧 어게인)라고 출처를 밝힌 유인물 내용.
▲ 엘로우 패러디 저널리즘, 프론티어 2호(보이콧 어게인)라고 출처를 밝힌 유인물 내용.

고소인들은 “총학생회장직을 역임하며 학생들을 대표해 다양하고 많은 활동을 해왔지만 끊임없이 ‘주체사상을 배웠다’,‘종북이다’, ‘빨갱이다’ 등의 허위사실 유포를 당해왔다”며 “대한민국 사회에서 ‘종북, 빨갱이’ 등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활동에서 위축되기 일상이고 사회적으로 차별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은 임기 중에 불미스러운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 고소를 참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이러한 허위사실 유포로 인해 남은 학교 생활과 사회생활에 피해를 받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6년부터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된 것과 무관치 않다.

지난 2016년 전남대학교 총학생회 선거는 파행을 겪었다. 세팀이 나와 경쟁했지만 한팀이 자격박탈을 당한 뒤 선거 자체를 보이콧했다. 선거는 진행됐지만 투표율이 미달돼 선거가 최종 무산됐다. 1980년 이후 전남대 총학생회가 투표율 50%를 채우지 못해 무산된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올해 4월 총학생회 재선거가 진행됐지만 이틀 동안 연장투표를 했음에도 또다시 투표율 50%를 채우지 못해 선거가 무산됐다. 2017년 총학생회는 공석으로 남게 되고 2018년 총학생회 구성을 위한 선거를 21일 실시하기로 했는데 선거 이틀 전 기존 총학생회를 비난하며 선거를 보이콧하겠다는 내용의 유인물이 배포된 것이다.

한 전직 총학생회장 C씨는 “총학생회 선거 한 후보자가 유인물을 뿌린 동아리의 출신 약력을 기재해서 나왔다. 선거를 유리하게 하려고 시대에 맞지 않고 사실과 어긋난 색깔론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인물을 뿌린 A씨는 “저는 D씨로부터 유인물을 배포하는 아르바이트 일을 받아서 한 것뿐이다. D씨는 언론사에서 공익에 맞는 기사를 써서 배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D씨는 “제가 속한 매체는 학보사는 아니지만 유인물 수준의 기사를 써서 이번 학기부터 시작해서 학내에서 언론 동아리처럼 활동 하고 있다”며 “쉽고 재밌게 하려고 했는데 공격적으로 받아들이면 이해를 한다. 특정한 개인을 비방하려고 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D씨는 “지난해 선거가 최초로 무산됐다. 그때 당시도 중립성 문제가 제기됐다. 제가 그때 문제제기를 한 선거의 선본원”이라고 밝힌 뒤 “전남대 선거 자체가 이른바 학내 기득권이 잡고 있는데 운동권 세력과 선거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이번 선거에서도 보이콧을 하려는 것이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한 것이다. 정치적 주장을 선거에 반영하기 위해서 언론의 논조를 실은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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