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일부 언론이 국민청원 게시판을 초법적인 요구를 하는 창구로 '떼법'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비난하고, 일부 황당한 게시물이 올라온 것에 대해 폐해를 지적하는 보도를 하자 문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2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이 많이 접수되었다. 참여인원이 수십만 명에 달하는 청원도 있고, 현행 법제로는 수용이 불가능해 곤혹스러운 경우도 있다. 그러나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어떤 의견이든 국민들이 의견을 표출할 곳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청원이라도 장기적으로 법제를 개선할 때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문재인 정부가 직접 민주주의를 위한 소통의 일환으로 20만 명이 넘는 게시물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답변을 하도록 하고 있다.

국민청원 게시판이 개설된 이후 낙태처벌법 금지와 같은 게시물이 큰 호응을 얻었고, 최근 간호사들의 근무 실태를 알리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는 내용을 폭로하는 게시물도 적지 않게 올라와 있다.

이중에는 입법부와 사법부 영역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도 적지 않지만 청와대가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창구로서 접촉면을 늘렸고 정권 초반 직접 민주주의의 실험으로서 가치가 높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언론보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동아일보는 20일 “법치주의 국가의 청와대가 직접 나서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청원이 적지 않다”며 다소 황당한 내용의 게시물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SNS 소통 활성화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청와대는 직접 소통 기조에 따라 수석비서관은 물론이고 장관 등이 출연하는 ‘친절한 청와대’를 방송 중이고 최근에는 매일 SNS 생중계로 청와대 소식을 전하는 ‘11시 50분 청와대입니다’를 신설했다”면서 “하지만 내부에선 ‘청와대가 직접 나서 뉴스를 해석하고 언론의 역할을 자처하는 게 맞느냐’는 반론도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대한 부작용을 얘기하다가 청와대 내부의 반응이라며 청와대 소통 홍보 기능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동아일보는 또다른 기사에서도 청와대가 국민청원 게시판의 여론편향성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면서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소통 강화도 ‘직접’ 코드의 연장선상”이라며 청와대 홍보 소통 기능을 문제 삼았다.

동아일보는 일례로 “실제로 연이은 고위 공직 후보자 낙마로 검증 책임론이 불거진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취임 당일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춘추관을 찾지 않았다. 국회의 출석 요구 역시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 수석은 소년법 폐지 청원에 답하기 위해 ‘친절한 청와대’에 출연했다”고 보도했다. 마치 청와대의 홍보 조직이 내놓은 콘텐츠를 경쟁 매체의 콘텐츠로 규정하면서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홍보하고 있다는 비난이다.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이 같은 언론보도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어떤 의견이든 국민들이 의견을 표출할 곳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한 문 대통령의 발언은 설령 부작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민 소통 창구로써 순기능을 보완해 국민청원 게시판을 운영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라는 취지의 내용으로 해석하면 청와대의 소통 기능에 비판적인 언론 보도에 대한 반박의 성격도 있어 보인다. 

문 대통령은 “어떤 의견이든 참여인원이 기준을 넘은 청원들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각 부처에서 성의 있게 답변해 주시길 바란다. 참여인원이 기준보다 적은 경우에도 관련 조치들이 이뤄지는 경우에는 성실하게 상세하게 알려드리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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