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 카드뉴스, 동영상, 드론저널리즘. 대단히 중요합니다만 현 세계정세의 흐름과 공론장의 변화 속에서 저널리즘의 원칙과 접근성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합니다. 성찰이 없다면 새로운 형식의 논의는 의미 없습니다.”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는 지난 15일 미디어오늘과 구글이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 서울’에서 공동주관한 ‘뉴스랩 혁신포럼’에서 한국 저널리즘의 세 가지 과제를 꼽았다. 첫째는 언론의 당파성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둘째는 사회적 통합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셋째는 한국사회의 목소리를 어떻게 세계에 전달할 것인가다.

강정수 대표는 “급변하는 시대에 저널리즘은 새롭게 정의돼야 한다”면서 “초당파성을 유지하는 저널리즘의 전략은 기한이 지난 것이 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을 전달하는 것만 강조하거나 ‘불편부당’을 드러내는 저널리즘의 과제가 더는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는 지난 15일 미디어오늘과 구글이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 서울’에서 공동주관한 ‘뉴스랩 혁신포럼’에서 한국 저널리즘의 세 가지 과제를 꼽았다.사진=이치열 기자.
▲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는 지난 15일 미디어오늘과 구글이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 서울’에서 공동주관한 ‘뉴스랩 혁신포럼’에서 한국 저널리즘의 세 가지 과제를 꼽았다.사진=이치열 기자.

강 대표는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뉴스를 제작하면서 그들을 대변하는 보다 적극적인 저널리즘의 역할을 주문했고 이것이 하나의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 전달이 아닌) 세계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와 함께 어떻게 바꿔야하는지 제시해야 한다. 내가 이해를 대변하려는 집단이 보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저널리즘의 미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을 예로 들며 “20대를 위한 저널리즘이 이 문제를 집요하게 파헤치면서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이 과거에는 어땠는지 해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인사 책임자만 문제 삼는 게 아니라 부당하게 들어온 자들의 역사를 저널리즘이 밝혀내야 한다. 이건 진보나 보수의 문제가 아닌 세대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8.2 부동산 대책’ 뉴스에 대해 강정수 대표는 “이 대책이 20대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해석하는 콘텐츠를 거의 못 봤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언론이 드러내놓고 누군가를 대변해도 될까? 이 같은 지적에 관해 강정수 대표는 “저널리즘과 정치, 시민단체의 과제가 일치하고 교집합이 넓어지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과제는 ‘고립’(Isolation)을 추구하는 정치·시민세력이 등장하고 사회분열이 가속화된 상황에서 언론이 ‘사회통합’을 어떻게 수행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정수 대표는 1940년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구성원들의 교류가 잦았지만 지금은 단절됐다는 연구결과를 언급하며 “이견을 갖는 사람을 미워하고 증오하고 우리 편만을 사랑하는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의 국면에서 나타난 것처럼 이 같은 변화를 이용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세력이 늘고 있다. 강정수 대표는 “사람들이 하지 못한 말을 정치인들이 하고, 이를 저널리즘이 전달해줄 때 자신의 편이 되는 사람들을 늘린다”면서 “그것이 트럼프를 비롯한 새로운 정치세력의 코어 전략이자 저널리즘이 마주하지 못했던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저널리즘은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 언론인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가인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 고문의 문제적 발언을 일일이 언급하며 팩트체크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그의 발언을 보도하지 않는 게 맞는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강정수 대표는 “저널리즘은 이 논쟁의 일부가 되어야 하나, 아니면 이 논쟁을 벗어나 새로운 논쟁의 국면을 창출할 것인가가 과제”라며 “만인과 만인이 투쟁하는 시대에서 저널리즘은 특정한 ‘포인트’를 만들면서도 사회적 통합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또, 그것이 저널리즘의 의무인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 한국 사회의 고민이 정부를 통해서만 전달돼야 하는가.” 강정수 대표는 마지막으로 ‘영문 저널리즘의 강화’를 강조하며 “우리 스스로를 설명하는 저널리즘이 등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영문 저널리즘은 해외 소식을 한국어로 전달하는 데 그치는 현실이다. 강정수 대표는 “우리 또한 목소리를 갖고 있는데 한국의 환경문제, 한국의 이주민 문제와 대책이 세계적인 논의에 전달되지 못하고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번역 기사 중심의 영문저널리즘으로는 우리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전달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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