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YTN은 KBS와 MBC에 앞서 이명박정부에 의해 가장 먼저 장악된 공영방송이었으며, 2017년 박근혜정부에서 임명됐던 사장이 가장 먼저 물러난 방송사였다. 차기 사장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YTN 새 사장 선임은 이후 이뤄질 MBC 사장 선임과 KBS 사장 선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고, 공영방송 적폐청산의 바로미터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YTN 새 사장으로 최남수 전 머니투데이방송 대표이사가 내정된 사실은 여러모로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는 복직기자들이 YTN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한껏 자세를 낮췄으나, YTN후배들이 이명박·박근혜정부의 보도탄압에 맞서 싸울 때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여기에 대해 인간적 미안함이 남아있었다면 애초에 사장출마를 하지 않는 것이 맞았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물론 그는 사장추천위원회와 대주주 이사회를 거쳐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 사장 내정자다. 하지만 전국언론노조 YTN지부와 YTN기자협회를 비롯한 YTN내부 구성원들은 “모든 투쟁 방법을 열어놓고, 반드시 막아 내겠다”는 입장이다. 출근저지를 비롯해 파업까지 불사할 태세다. 왜 우리는 첫 번째 방송적폐청산의 무대로 기대했던 YTN에서 이런 파국을 봐야 할까.
파국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청와대는 방송사 사장 선임과 관련해 ‘불개입’ 원칙을 천명한 상태다. 지금 상황에서 최남수 사장 내정자가 석연찮은 이유로 사장 내정자에서 스스로 물러날 경우 보수언론에서 ‘노조에 휘둘리는 정부’ 운운하며 또 다른 논란을 나을 수도 있다. 현재로선 양쪽 모두 한 발 물러서서 최남수 사장 내정자에 대한 합리적 ‘신임절차’를 논의해야 하다.
언론시민단체진영에선 최남수 사태의 해결방안으로 YTN 대주주가 구성원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따라 최근 SBS노사가 합의한 사장 임명동의제가 하나의 절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SBS노사는 사장추천위원회와 이사회의 결정이 별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사내 구성원들의 여론수렴절차인 임명동의제 도입에 합의했다. SBS는 차기 사장 선임부터 전체 사원의 60%이상이 반대할 경우 이사회가 사장을 임명할 수 없다.
YTN대주주는 이미 최남수 사장 내정자가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는 인사라며 임명을 강행할지 모른다. 하지만 사원 대다수가 인정하지 않는 사장은 YTN에서 제대로 된 경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 결국 회사는 또다시 갈등의 늪에 빠져 제대로 적폐를 청산하지 못한 채 후퇴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이는 대주주로서 배임이다. 노조도 임명동의제를 통해 사원 대다수가 최남수 내정자를 찬성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입장을 바꿔야 한다. 그렇게 노사가 출구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