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와 포항 지진이후 다시 ‘탈원전’에 대한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경주와 포항 지진의 진앙이 부산에서 직선거리 각각 50km, 90km인 것이 시민들의 공포감을 키우고 있다. 부산과 울산 시민‧환경 단체들 60개 꾸려진 탈핵부산시민연대는 16일 “월성 원전 1호기와 고리 원전 2호기 등 오래된 원전을 조기 폐쇄하고, 신원전 건설을 증단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보수언론은 시민들의 두려움을 ‘원전 괴담’이라고 치부하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원전에 대한 시민의 두려움을 ‘괴담’, ‘자해행위’로 표현하고, “원전은 안전하다”는 기사를 배치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왜 현재 원전이 지진에 취약한지 설명하는 기사를 실었다. 경향신문은 기사 외에도 노후원전을 조기 폐쇄해야 한다는 사설을 실었다.

다음은 17일 아침에 발행하는 종합 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포괄임금, 일반 사무직엔 적용 못한다”
국민일보 “수시·정시 일정 1주일씩 연기… 내달 12일 성적 통지”
동아일보 “국정원 넘어 친박으로 향하는 檢칼날”
서울신문 “뒤틀린 포항…땅 6.5㎝ 밀리고 7㎝ 내려앉았다”
세계일보 “지진 관련법 손놓고… 포항 몰려간 여야”
조선일보 “내진 설계 안해서 '피사의 아파트' 됐다”
중앙일보 “모든 대입 일정 1주씩 미뤄진다”
한겨레 “경주-포항 사이 지진 또 날 수 있다…수도권도 안심 못해“
한국일보 “재난 문자 빨랐지만 갈 길 먼 ‘지진 대응’”

보수언론이 지진 이후 원전 인근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을 두고 ‘괴담’이라 치부하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는 17일 2면에 ‘원전 24기 중 21기 '7.0 내진'… 포항 지진의 250배 와도 안전’, ‘해외 원전, 내진 설계보다 강한 지진 충격에도 멀쩡’이라는 기사를 싣고, ‘원전은 이상 없었고 학교·주택·아파트는 취약했다’는 사설까지 실었다. 

▲ 17일 조선일보 2면.
▲ 17일 조선일보 2면.
이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포항 지진을 빌미로 다시 탈(脫)원전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며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해 비합리적 주장을 펴는 것이 광우병 사태 때와 같다”고 썼다. 이어 이 신문은 “원전은 이미 24개 모든 원전을 규모 7.0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게 보강 중에 있고 내년 6월까지 완공된다”고 밝혔다.

▲ 17일 조선일보 사설.
▲ 17일 조선일보 사설.
동아일보도 이날 사설 ‘새로운 도전 地震(지진) 대비할 패러다임 전환 필요하다‘에서 “모두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해도 모자랄 판에 일부 환경단체와 정치인이 강진으로 원전이 폭발한다는 영화 ‘판도라’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괴담을 퍼뜨리고 있다”며 “자해 행위가 따로 없다. 지진이라는 천재지변에 대처하는 방법은 철저하게 과학이어야 한다”고 썼다.

▲ 17일 동아일보 사설.
▲ 17일 동아일보 사설.
조선일보의 주장은 “7.0 지진까지는 안전한 설비를 갖추고 있는데, 왜 원전이 위험하다고 하느냐, 괴담이다”라는 주장인데 이는 너무나 쉽게 깨지는 논리다. 조선일보의 주장은 ‘7.0’ 이상의 지진이 오면 적용되지 않는 논리다. 또한 7.0 지진에도 견딜 수 있게 보강하는 중인 것이지, 아직 완공되지도 않았다. 

▲ 17일 조선일보 2면.
▲ 17일 조선일보 2면.
현재 고리와 신고리 원전 6기 중 5기는 내진기준 6.5다. 포항에 온 5.4 지진, 경주의 5.8 지진에서 조금만 더 큰 지진이 오면 안전하지 못하다. 만약 완공 전에 지진이 온다면 위험한 상황이고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 명백한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이러한 시민들의 요구를 ‘괴담’으로만 치부하고 있다.

한겨레는 2면 기사 ‘‘포항 5.4’ ‘경주 5.8’…지진 여기서 0.7 커지면 원전 못버틴다‘를 보면, 현재 고리 원전 단지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올해 6월 영구 가동중단에 들어간 고리 원전 1호기를 뺀 고리 원전 2~4호기와 신고리 원전 1~3호기 등 6개인데 신고리 원전 3호기만 내진성능 0.3g(지진 규모 7.0 해당)이고 나머지는 내진성능 0.2g(지진 규모 6.5 해당)이다. 만약 경주·포항 지진 규모에 견줘 0.7~1.1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부산에서 발생하면 비상상황이 발생한다.

▲ 17일 한겨레 2면.
▲ 17일 한겨레 2면.
경향신문도 사설 ‘노후원전 조기 폐쇄하고 내진설계 확대해야’를 내놨다. 이 사설은 “한수원은 이미 규모 7.0에도 견딜 수 있도록 21기의 내진보강을 마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본설계는 그대로 둔 채 주변 구조물 등을 보강해봐야 한계가 있다”며 “특히 얇은 압력관이 380개나 설치된 중수로 원전(월성 1~4호기)의 경우 내진보강이 사실상 어렵다. 지진으로 압력관이 터지면 백혈병과 암을 유발하는 삼중수소가 대량으로 유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전 괴담’이 아닌 이유다.

▲ 17일 경향신문 사설.
▲ 17일 경향신문 사설.
또한 경향신문은 이런 위험에 대한 두려움을 ‘괴담’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려면 당연히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해야 한다. 공포감을 고취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다가올지 모를 비극에 대한 올바른 대처법”이라고 썼다.

이어 이 신문은 “‘원전사고는 1억년에 한번 나올 법하다’고 큰소리치던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원전가동을 중단해서라도 원전구조의 안전성을 점검하고 기존 원전들의 내진설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2022년으로 예정된 월성 1호기 폐로를 비롯하여 내진보강이 어려운 노후원전들을 차례로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 자진사퇴, 검찰 수사가 사퇴시기 앞당겨

롯데홈쇼핑 재승인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16일 자진사퇴했다.

전 수석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는 오늘 대통령님께 사의를 표명했다. 길지않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정무수석으로서 최선의 노력으로 대통령님을 보좌하려 했는데 결과적으로 누를 끼치게 되어 너무나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 수석은 “과거 비서들의 일탈 행위에 다시 한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저는 e스포츠와 게임을 지원 육성하는데 사심없이 노력해왔을 뿐 그 어떤 불법 행위에도 관여한 바가 없다. 언제든 진실 규명에 적극 나서, 불필요한 논란과 억측이 하루빨리 해소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17일 경향신문 1면.
▲ 17일 경향신문 1면.
전 수석의 사퇴에는 다가온 검찰수사가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인다. 이미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에 “정무수석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되는 모양새는 피해야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검찰은 전날 곧 전 수석을 직접 불러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전 수석의 거취와 관계없이 예정된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겨레에 따르면 검찰은 전 수석을 다음주 초에는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기 위해 구체적인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이상 고위직 참모가 물러난 것은 김기정 전 국가안보실 2차장에 이어 두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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