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가 세상에 나오면서 ‘디지털 퍼스트’가 유행처럼 번졌지만 이제는 구호조차도 잘 들리지 않는다. 전통미디어 광고시장이 여전히 막강하고, 뉴미디어 시장의 성장이 더딘 탓에 ‘혁신’시도가 ‘무의미한 것’처럼 여겨지곤 한다. 젊은 세대와 언론의 간극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15일 미디어오늘과 구글이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 서울’에서 공동주최한 ‘구글 뉴스랩 혁신포럼’에서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시도를 이어가는 올드미디어의 혁신 사례가 소개됐다.

중앙일보 “20대를 위한 디지털 신문은 없다”

중앙일보는 최근 ‘썰리’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썰리’는 뉴스를 ‘설’명하고 정‘리’한다는 의미다. 박태훈 중앙일보 썰리팀 에디터는 “언론이 독자를 위한다고 말하지만 그런 뉴스는 잘 없다”며 “젊은 세대는 뉴스를 보면서 어려워하고, 재미없다고 느낀다. 궁금증이 있어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파편화돼 있다”며 썰리의 탄생배경을 설명했다. 

박 에디터는 “20대는 줄글 기사 익숙하지 않다”면서 “줄글을 단순히 쪼개서 올린다고 해도 읽히지 않는다. ‘20대에게 설명해주는 재미있는 뉴스’를 목표로 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썰리’가 탄생했다. 카카오톡과 같은 채팅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위해 대화 방식의 기사다. 

내용은 블록체인과 같은 개념을 소개하거나 “서해순씨 딸 사건정리”와 같은 현안을 이해할 수 있는 해설 기사 중심이다. 이슈와 관련된 인물 등 추가적인 정보는 링크를 통해 연결된다. 그는 “출근길이나 누군가를 기다리는 틈새 시간에 생산적이면서 재미있는 활동을 하고싶을 때 ‘썰리’를 알려준다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중앙일보 '썰리' 화면 갈무리.
▲ 중앙일보 '썰리' 화면 갈무리.

 국민일보, “데스크 아닌 독자가 궁금한 걸 취재해야”

국민일보 ‘취재대행소 왱’의 데스크는 독자다. “청와대 관저는 어떻게 생겼나요?”라는 질문이 페이스북 메시지로 전달됐다. 청와대 출입기자를 거쳐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취재한 결과를 영상으로 제작해 올렸다.

답이 나오지 않는 의뢰도 있다. “이태원에 가짜술을 파는 곳이 많다는데 사실인가요”라는 의뢰가 들어왔으나 ‘진상’이 파악되지 않았다. ‘취재대행소 왱’은 영상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용산서 형사반장, 용산서 지능팀 수사관, 이태원 파출소 순찰팀장, 용산구청 보건위생과 주무관의 멘트를 정리해 취재 결과물을 의뢰자에게 전달했다. 

▲ 취재대행소 '왱'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 취재대행소 '왱'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수익화 방안에 대한 고민도 이어지고 있다. 이용상 국민일보 뉴미디어팀장은 “의뢰를 받아보면 동일한 아이템에 수두룩하게 들어오는 게 있다. 그런 아이템은 따로 캠페인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유기견, 먹거리, 청년 노동 문제 등을 영상 뿐 아니라 지면 시리즈 기사로도 제작했다. 이용상 팀장은 “캠페인을 통해 사회적인 가치를 제시할 것이고, 응원하고 공감하는 기업이 있다면 브랜디드 콘텐츠를 함께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데스크가 ‘킬’할 아이템, 독자들은 궁금해 한다”)

한국일보 “반칙없는 뉴스, 여전히 어렵습니다”

“트래픽 대신 브랜드 선택한 한국일보” 2014년 6월 미디어오늘 보도다. 여러 부침 끝에 온라인 사이트를 새로 만들게 된 한국일보는 선정적 기사 어뷰징을 하지 않고 지저분한 광고를 뺀 ‘클린 홈페이지’를 선언하며 주목 받았다.

이희정 한국일보 미디어전략실장은 “사람들이 트래픽이 올랐는지, 돈 벌었는지 물어보더라”라고 전한 뒤 “당연히 돈 못 벌었다”고 밝혔다. “정직하게 하면 언젠가는 빛을 볼 것이라는 순진함이 있었다. 그러나 (어뷰징 등) 장사하는 매체들이 손 쉽게 돈을 버는 현실이 바뀌지 않았고 예상만큼 시장이 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 한국일보닷컴 홈페이지 런칭 당시 화면 갈무리.
▲ 한국일보닷컴 홈페이지 런칭 당시 화면 갈무리.

이희정 실장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시도를 하고, 유지하는 것 자체가 성과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일보 홈페이지 오픈 100일  특집 인터뷰에서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는 “반칙 없는 뉴스라는 슬로건은 낚시 기사, 중복 기사가 넘쳐나는 시대 저널리즘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가치를 스스로에게 묻는 목표이면서 독자에게 약속하는 최소한의 배려”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희정 실장은 “독자를 향한 절박함과 간절함에서 답이 나올 것으로 생각하고 여기에서 답을 찾는 매체가 승자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CBS 씨리얼, “X됐지만 늦어도 해야 한다”

“망하더라도 일단 해보고 망하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CBS는 페이스북 전쟁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컷뉴스의 기사를 전달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는 27만 명, 영상 브랜드 ‘씨리얼’은 15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특히 서브 브랜드인 ‘씨리얼’은 최순실 게이트 등의 국면에서 이슈를 쉽게 해설하는 영상으로 주목 받았다.

▲ CBS '씨리얼' 영상 화면 갈무리.
▲ CBS '씨리얼' 영상 화면 갈무리.

최철 CBS 노컷뉴스 SNS팀 팀장은 “씨리얼을 하면서 수 많은 벤치마킹을 했다”면서 “콘텐츠에 정보, 재미, 감동, 색깔을 넣지 않는다면 외면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발표 첫 화면에 띄운 문구는 “미안한데 니들 X됐다”다. 언론진흥재단 수습기자 교육 때 했던 말이라고 한다. “논술과 토익 등 언론고시 준비하며 입사했을텐데 그건 기자생활에 크게 도움이 안 될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에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최 팀장은 “디지털 퍼스트가 아니라 디지털 센터가 돼야 한다. 그게 되지 않는다면 언론사의 미래를 정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컷뉴스 SNS팀은 최근 ‘디지털 미디어센터’로 독립해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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