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 후원금 보좌진 횡령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앞둔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자진사퇴했다.

전 수석은 1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실을 찾아 “저는 오늘 대통령님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전 수석은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정무수석으로서 대통령님 보좌하는데 최선 다해왔고 다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누를 끼치게 돼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전 수석은 “국민의 여론으로 너무나 어렵게 세워진 정부, 그저 한결 같이 국민만 보고가는 대통령님께 누가 될 수 없어 정무수석직을 내려놓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수석은 “비서진 과거 일탈행위에 대해 다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게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당한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고 이스포츠 게임산업을 지원 육성하는데 사심 없는 노력 해왔을 뿐, 어떤 불법행위에도 관여한 바 없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끝으로 전 수석은 “언제든 진실규명에 적극 나서겠다. 불필요한 논란과 억측이 하루빨리 해소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지난 11월14일 오전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지난 11월14일 오전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전 수석은 짧은 입장문을 발표하고 5분 만에 춘추관을 빠져나갔다. 검찰의 피의내용 흘리기식 수사와 언론보도에 불만을 표해왔던 전 수석은 이날 기자들의 질의응답을 받지 않았다. 춘추관 정문에 대기하던 차량에 올라타기까지도 전 수석은 입을 닫았다.

전 수석은 전날까지만 해도 혐의가 없는데도 현직에서 사퇴하는 관행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혀 사퇴를 일축하는 듯 했지만 결국 현직을 내려놓고 검찰 조사를 받기로 결정했다. 혐의 유무와 별개로 현직을 유지하고 조사를 받을 경우 정권에 부담이 될 수 있고, 국민 여론도 악화될 수 있어 버티지 못하고 사퇴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7일 롯데홈쇼핑 후원금을 가로챈 혐의로 전병헌 전 수석 보좌진이 체포됐다는 한국일보 보도로 시작해 전병헌 수석의 후원금 횡령 개입 의혹은 계속 불거졌다. 2015년 전 수석이 국회의원 시절 한국이스포츠협회 예산으로 인턴 등 직원들 월급을 지급한 정황에 더해 ‘전 수석 보좌관 윤아무개(구속)가 회장님(전병헌 수석)이 선거자금이 필요하니 1억 원을 만들어달라고 했다’는 협회 관계자 진술이 확보됐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더욱 궁지에 몰렸다.

전 수석의 보좌진이 체포되고 구속된 데 이어 후원금의 통로였던 한국이스포츠협회 간부까지 체포하는 등 검찰 수사도 속도를 내면서 사실상 전 수석의 검찰 조사만 남겨놨다는 전망이 나왔다. 검찰은 전날 전 수석의 직접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혀 사실상 소환 조사 직전 단계라고 최후통첩했다.

사건이 불거진 초기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에 들어오기 전 벌어진 일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전 수석의 사퇴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퇴는 알아서 할 일이라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전 수석이 의원시절 문제가 많아 공천에서 탈락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등 여권에서도 전 수석을 포기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의 현직 권력이 혐의를 받고 첫 낙마한 일로 기록됐다는 점에서 전 수석의 사퇴는 상징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 전 수석을 감싸 안을 경우 동력이 떨어질 위험도 적지 않았다. 전 수석이 자진 사퇴함에 따라 부담이 줄긴 했지만 검찰 조사에서 혐의가 입증되면 청와대의 인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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