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들은 대통령도 잘못하면 멱살 잡아 끌어내릴 수 있을 만큼 성장했는데. 언론은 질문에 게으르고, 질문을 뭔가와 바꿔먹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질문을 했다.”

정찬형 tbs 사장이 15일 미디어오늘과 구글이 공동주최해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 서울’에서 열린 ‘구글 뉴스랩 혁신포럼’에서 tbs의 브랜드 전략을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1982년 MBC에 라디오 PD로 입사해 ‘배철수의 음악캠프’, ‘손석희의 시선집중’, ‘김미화의 세계는, 우리는’을 연출했다. 그는 MBC에서 라디오국장, 라디오본부장, 글로벌사업본부장을 거쳐 2015년 12월부터는 tbs를 이끌고 있다.

▲ 정찬형 tbs 사장이 14일 미디어오늘과 구글이 공동주최해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 서울’에서 열린 ‘구글 뉴스랩 혁신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정찬형 tbs 사장이 14일 미디어오늘과 구글이 공동주최해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 서울’에서 열린 ‘구글 뉴스랩 혁신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정찬형 사장 취임 이후 tbs의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놀라운 성공을 거뒀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첫방송 이래 1년간 누적 다운로드 수는 9억2000만회에 달한다. 그는 “나도 놀랄 지경”이라며 “어제 한국리서치에서 분기별 라디오 청취율 조사 결과도 받았는데, 청취율이 13.6%로 작년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그가 총괄한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손석희 JTBC 보도부문사장과 연예인 김미화·김어준·정봉주씨의 공통점이 “질문 기술자들”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세계는 우리는’의 김미화씨는 ‘이거 어제도 들었는데 또 까먹었어요’라면서 계속 질문하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질문의 배경에 “청취자와 사회에 대한 ‘사랑’이 깔려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오랜 기간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한 비결을 묻자 “미디어 격변기에 파도를 올라탔다고 생각한다”며 “가만히 있으면 망할 것 같아서 곁눈질하고, 융합시키고, 먼저 가서 길목을 지켰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가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탄생시킨 계기는 2000년 설립한 오마이뉴스를 라디오로 옮겨온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였다.

김어준 총수의 방송진행이 정치성향을 드러내는 등 심의규정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 사장은 “김어준씨의 발언이 위험 부담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재미있게 보고 있다”면서 “서커스에서 곰이나 사자를 다루는 사람들을 보면 물릴 것 같고, 짜릿짜릿하다. 그런 재미가 사람들이 몰려오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 사장과 이정환 대표의 대담 일문일답이다.

-지난 1년간 tbs의 놀라운 성장 비결은 뭔가?

“미디어 환경의 격변기에 파도에 올라탔다. 올드 미디어인 라디오가 가만히 있으면 망할 것 같아서 곁눈질하고, 융합시키고, 먼저 가서 길목을 지켰다. 예전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2000년 인터넷 뉴스가 막 만들어지기 시작했을 때 오마이뉴스 창간을 보고 ‘라디오도 뭔가 준비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궁리하다 탄생했다. 오마이뉴스를 오디오 버전으로 만들면 뭐가 될까, 고민한 결과가 ‘손석희의 시선집중’이다.”

-여전히 사람들이 라디오를 찾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그건 대중들이 더 잘 안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아, 쓸모있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어느 청취자는 아이가 학교에 가야 하는데 ‘뉴스공장’을 들어야 한다고 밥도 안 먹이고 학교에 보냈다는 사연을 보냈다. 청취자가 필요한 무언가를 전달해줬기 때문 아닐까.”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경우 김어준씨가 팬덤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어준씨의 발언이 위험 부담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재미있게 보고 있다. 서커스에서 곰이나 사자를 다루는 사람들을 보면 물릴 것 같고, 짜릿짜릿하다. 그런 재미로 사람들이 몰려와 300만 조회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리스크 관리도 하나?

“법 테두리 안에서 할 것을 주문했다. 국가보안법을 위반하면 책임 못 지니까 지키라고 했다.(웃음) 욕설 하면 ‘원 스트라이크 아웃’ 시키겠다고 했다. ‘쫄지마 XX’같은 표현은 팟캐스트에서는 허용되지만 라디오에서는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진 안 된다고 했다.”

▲ 정찬형 tbs 사장이 14일 미디어오늘과 구글이 공동주최해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 서울’에서 열린 ‘구글 뉴스랩 혁신포럼’에서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와 대담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정찬형 tbs 사장이 14일 미디어오늘과 구글이 공동주최해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 서울’에서 열린 ‘구글 뉴스랩 혁신포럼’에서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와 대담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이번 국정감사에서 tbs 논란도 있었다.

“tbs 방송은 합법이다. 불법 방송이라는 게 사실이라면 최대규모, 최장기간의 해적 방송 사건이 되는 건데, 역사에 큰 기록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불법방송을 공모한 정치인이 수백명에 달하게 되지 않을까. 그 문제를 제기한 국회의원도 우리 방송에 10여차례 출연했다. 보도에 대한 기준은 종합편성채널 등 케이블 방송에 대한 것이고 지상파라디오는 보도가 가능하다. 2,3년에 한 번씩 재허가를 받고, 보도를 하겠다는 허가도 받았다. 한국은 시장이 작아서 미국이나 유럽처럼 재즈나 락 음악만 방송하라는 식의 규제를 두면 직원 급여를 줄 수 없을 정도가 될 거다. 이런 논쟁은 무의미하다.”

-tbs의 브랜드 정체성은 뭔가?

“2015년 가을, 강남 교보문고 앞을 지나가다 글판을 봤는데 ‘이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그걸 보고 감전된 듯 충격을 받았다.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이 우리 문명사를 발전시켜온 가장 근원적인 키워드라고 생각했다. 우리 직원들에게도 이를 강조하고 있다.”

-김어준씨나 정봉주씨, 손석희 JTBC 사장이나 김미화씨 등도 마찬가지인가?

“함께 일했던 손 사장이나 김미화씨, 김어준씨와 정봉주씨 등 네 사람의 공통점은 모두 ‘질문 기술자’들이라는 것이다. 손석희 사장의 경우 질문하다가 ‘싸우자는 거냐’는 말까지 들었다. 김미화씨는 ‘이거 어제도 들었는데 또 까먹었어요’라면서 질문하는 스타일이다. 다른 방송의 앵커나 기자들은 청취자들이 다 알고 있는 걸 전제로 준비해 온 것만 하면 됐는데, 김미화씨가 ‘몰라서 그러는데 이것 하나만’ 하면서 계속 질문하니 출연한 기자들 밑천이 다 드러난다. 김어준씨와 정봉주씨도 날카롭게 질문한다. ‘내 이웃과 가족들이 살아가야 하는 세상은 이렇게 돼야 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에서 질문하는 것 같다.”

-최근에는 ‘유민 아빠’ 김영오씨를 진행자로 기용했는데.

“김씨 기용도 질문에서 시작됐다. ‘왜 이 사람은 이렇게 살아야 하지?’라는 질문이다. 억울하게 자식을 잃고, 원인 규명해달라고 하다가 일자리도 잃어버리고, 사람들에게 ‘시체팔이 한다’고 욕먹고, 생계가 어려워져서 진상규명 포기하고 농사 지으러 간다고 하는 걸 보고 ‘왜 이런 사람이 이런 피해를 당해야 하나?’ 싶었다. 이런 얘기를 라디오 국장에게 했더니 김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하나 편성하겠다고 해서 놀랐다.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에서 비롯된 거다.”

-그런 점이 다른 언론은 부족했다고 보나?

“부족했기 때문에 ‘빅뱅’이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대다수 언론은 질문에 게으르고 독자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러는 동안 대중은 대통령도 잘못하면 끌어내릴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그럼에도 다른 데에서 하지 않겠다면 ‘우리가 하겠다’고 승부를 본 거다. 한국 언론은 수용자들의 수준을 더 높게 봐야 한다. 지금은 국민의 수준을 깔보고 보도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 수용자 수준을 제대로 평가하면서 상호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라디오에 비해 팟캐스트 조회수가 많이 오른다면 무게 중심을 옮길 건가?

“우리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업자에 가깝다. 어떻게 공급되는지 보다는 어디든 많이 공급되면 될수록 좋다. 지역 방송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게 해준 스마트폰 앱 덕분에 서울 출근길 상황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도 듣는다. 이게 오디오 텍스트라고 보고, 여러 방식으로 전달하려고 한다. 모든 플랫폼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서 활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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