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MBC사장이 해임됐다. 사장에 임명된 지 9개월만이다. 김장겸씨가 사장으로 재임한 기간은 비교적 짧다. 하지만 그가 정치부장과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등 핵심 요직을 거치는 동안 MBC는 사실상 망가졌다. 동료 언론인이 해직과 징계의 칼날을 받거나 유배생활을 하고 있을 때 그는 MBC 핵심요직을 거치며 사장에까지 올랐다. 이 과정에서 내부비판과 문제제기를 하는 이들은 징계를 당했다. 비판과 이견은 허용하지 않았다. 부당노동행위가 만연했고, 다양성은 실종됐다.

그가 승승장구하는 사이 MBC는 시민단체들이 꼽은 대표적인 편파방송사로 지목됐다. MBC뉴스 신뢰도 역시 하락했다. 언론학자들도 MBC뉴스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박근혜 탄핵과 촛불혁명, 정권교체에 이르는 과정에서 MBC는 자유한국당과 보수·극우단체들이 신뢰하는 방송사가 됐다. 공영방송 MBC가 ‘일베 방송’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김씨를 사장에서 해임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 11월13일 오후 4시께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앞에서 파업 71일차 결의대회를 진행하던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김장겸 사장 해임안 가결소식을 듣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11월13일 오후 4시께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앞에서 파업 71일차 결의대회를 진행하던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김장겸 사장 해임안 가결소식을 듣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김장겸씨는 사장에서 퇴출됐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다. MBC정상화는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여전히 MBC는 ‘김장겸 체제’에서 그를 떠받쳤던 간부들이 핵심 보직을 유지하고 있다.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서기 전까지 MBC는 당분간 ‘김장겸 체제’를 유지했던 이들에 의해 움직일 수밖에 없다. 물론 상황이 변했고, 조건 역시 이전과 다르다. 때문에 이들 간부들이 예전과 같은 행태를 보일 가능성은 적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MBC정상화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이다.

이제 여론의 관심은 MBC 새 경영진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망가진 MBC를 정상화하고, 뉴스와 프로그램 신뢰도를 향상시키기 위해선 무엇보다 차기 MBC사장 리더십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MBC 안팎에선 구체적인 이름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새 경영진 인선에 있어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공영방송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MBC정상화에 대한 의지다. 그럴 가능성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구성원들로부터 그런 원칙과 의지를 의심받는 인사가 새 사장으로 선임된다면 YTN과 같은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 문제는 그렇게 되면 MBC는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다는 점이다.

물론 이번에 YTN 새 사장으로 선임된 최남수 내정자는 사장추천위원회 추천과 이사회 의결이라는 ‘합법적인 과정’을 거쳐 사장으로 선임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언론적폐 청산이라는 시민들의 요구를 YTN이사회가 제대로 반영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목소리가 많다.

▲ 11월14일 서울 상암동 YTN 사옥에서 언론노조 YTN지부(지부장 박진수)가 최남수 사장 내정자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YTN지부 제공
▲ 11월14일 서울 상암동 YTN 사옥에서 언론노조 YTN지부(지부장 박진수)가 최남수 사장 내정자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YTN지부 제공
YTN개혁과 정상화를 바라는 다수 시민의 요구와 무관하게 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적폐 인사’들이 사장을 결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과정은 적합했는지 몰라도 시민여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제도적 한계를 드러냈다는 얘기다. 사장 선임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방문진을 비롯한 MBC안팎에서 새 사장 선임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쪽으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사장추천위원회 도입이나 최종면접을 생중계 하는 방안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런 방식을 거쳐 사장을 선임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투명성 확보로 연결되진 않는다. 도입에 따른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MBC 사장 선임 권한을 가진 방문진이 정치권 입김을 배제하면서 폭넓은 국민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MBC는 이명박 정부 때 김재철씨가 사장으로 입성한 이후 김장겸 사장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외풍과 제작자율성 침해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운 날이 거의 없었다. 이 모든 정점에 이명박근혜 청와대가 있었다. MBC차기 사장 선출은 그 악연을 끊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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