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는 지금 전쟁 중이다.” ‘플랫폼 전쟁’(메디치미디어)을 펴낸 김조한 미디어 칼럼니스트의 진단이다. 미디어 패권을 둘러싼 첨예한 ‘플랫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아마존과 넷플릭스 등 미국기업이 세계 각지로 진출하고, 아이치이 등 중국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김조한 칼럼니스트는 “중국과 미국 기업 중심의 이 전쟁에 한국이 참전하도록 하는 게 책을 쓴 이유”라고 밝히며 이 전쟁에서 밀리면 대만처럼 해외 미디어에 종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인근 카페에서 김조한 칼럼니스트를 만났다. 그는 SK브로드밴드에서 미디어 전략을 담당한 바 있으며 현재 동아일보와 매일경제에서 미디어 시장과 관련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 김조한 칼럼니스트. 사진=금준경 기자.
▲ 김조한 칼럼니스트. 사진=금준경 기자.

“한류는 막강하지 않다”

한류 콘텐츠와 중국 시장을 떼 놓고 생각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드 문제’가 해결되면 한류의 숨통이 트이지 않겠냐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김 칼럼니스트는 우선 “한류는 막강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한한령(중국 정부에서 한류 콘텐츠 방송을 금지한 비공식적 조치)이 좋은 핑계거리가 됐다. 원래 한류콘텐츠는 중국시장에서 메인스트림이 아니었다. 물론 ‘별에서 온 그대’가 큰 성공을 했지만 그런 성공은 일부이고 한류 콘텐츠의 스코어는 전체 중국 시장 크기를 고려하면 성공했다고 할 수 없다. 언론보도를 보면 한류 콘텐츠가 없으면 중국이 돌아가지 않을 것 같지만 한국 콘텐츠는 니치마켓(틈새시장)이지 핵심은 아니었다.”

지난해 아이치이 등 중국의 5개 플랫폼에서 나온 한국 드라마 37편의 성적은 평균 3억7000만뷰다. 엄청난 기록처럼 보이지만 아이치이에 방영된 중국 드라마 250편이 평균 5억7000만뷰를 달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기록’이 아니다.

중국은 한국 콘텐츠를 구입하는 시장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김조한 칼럼니스트는 “중국은 우리의 시장이 아닌 경쟁자”라고 반박한다. “사드배치 이전부터 중국은 ‘우리도 콘텐츠를 육성해야겠다’며 한국 감독, 작가, 배우를 영입했다. 한한령 1년 동안 콘텐츠 수준이 올라 지금 중국은 한류 콘텐츠에 버금가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중국 콘텐츠가 동남아 등 해외로 진출하며 아시아 사용자에게 눈높이를 맞추고 있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중국 시장의 무서움은 상업적 전략에 밝다는 사실이다. 김 칼럼니스트는 “중국은 시장이 크기도 하지만, 콘텐츠를 어떻게 활용할지 끊임없이 고민한다”면서 “한 시즌이 시작하자마자 반응이 좋으면 후속 시즌 제작이 결정된다. 그러나 한국은 반응이 좋으면 작가가 다른 작품을 계약하는 식”이라고 비교했다.

한류 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할까. 그는 “콘텐츠 하나의 성공은 휘발성이 있을 뿐 장기적인 성공은 담보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IP(지적재산권)비즈니스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태양의 후예’를 예로 들면 송중기가 아니라 유시진 대위를 키웠어야 했다”며 IP비즈니스를 통해 마블처럼 게임, 만화, 영화 등 다양한 산업과 연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뿐 아니라 동남아 시장에 적극 진출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

▲ 플랫폼 전쟁(메디치 미디어) 책 표지.
▲ 플랫폼 전쟁(메디치 미디어) 책 표지.

뉴미디어판 스크린쿼터, “OTT콘텐츠 쿼터 필요”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해외 플랫폼의 공습 속에서 한국 콘텐츠 시장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플랫폼 전쟁’은 미국과 중국, 동남아의 뉴미디어 플랫폼과 시장상황을 설명한 다음 뉴미디어판 스크린쿼터라고 할 수 있는 ‘OTT(Over the top, 인터넷동영상서비스) 콘텐츠 쿼터’를 제안한다.

유럽연합은 OTT콘텐츠 쿼터제를 두고 있다. OTT콘텐츠 가운데 최소 20%는 유럽 영화와 유럽TV 프로그램이어야 하고, 단순히 라이브러리를 채우는 것이 아닌 고객들에게 콘텐츠를 노출할 노력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김 칼럼니스트는 “스크린쿼터가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해외미디어가 한국에 투자할 수밖에 없어 국내 콘텐츠 시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책을 통해 한국기업이 넷플릭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조언했다. “스크린쿼터와 같은 규제가 들어오면 넷플릭스 등 해외 기업이 각국에 진출할 때 우리 콘텐츠를 갖고 나갈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 사업자에게 취약한 해외 판매를 대신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중에서는 자체제작 콘텐츠 뿐 아니라 이런 식으로 각국에서 독점적으로 구입해 제3국에 파는 경우가 적지 않다.

넷플릭스 등 OTT 환경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도 중요하다는 게 김 칼럼니스트의 설명이다. “시즌제 드라마를 제작하면 이전 시즌까지 다시 몰아보게 되는 효과가 있어 넷플릭스가 시즌제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는 JTBC ‘청춘시대’를 시즌제 구성에 넷플릭스를 활용하는 좋은 사례로 평가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iStock
▲ 디자인=이우림 기자. ⓒiStock

콘텐츠가 아닌 플랫폼 측면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붐’을 경계하는 지적도 나왔다. 김 칼럼니스트는 “오리지널 콘텐츠 시대가 되면서 너도나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너무 많이 만든다. 그러나 이용자가 오리지널 콘텐츠 하나 보려고 가입하려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미국 CBS의 ‘스타트랙’은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에 공급하고 해외매출이 확보된 다음 TV에 편성하는 전략을 썼다. 이런 유통전략이 확보되지 않는 한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플랫폼으로서 중요한 건 ‘이용자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음원서비스 멜론은 유료모델로 성공했다. 사람들이 매달 8000원 내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10대, 20대들이 웹툰에 돈 많이 쓴다. 그런데 왜 OTT서비스에는 주저할까. 반면 IPTV의 월정액 서비스는 많이 사용한다. 중요한 건 고객의 사용자 경험이다. 그런 경험을 만들 수 있는 국내 미디어 플랫폼이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시도를 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한국시장은 곰TV가 10년 전에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었고 일찌감치 OTT사업이 시작된 곳이다. 문제는 ‘넥스트’다. 미디어는 긴 호흡을 갖고 봐야 하는데 한번 도전하곤 돈이 안 된다고 너무 쉽게 포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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