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소환이 점쳐지고 있는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소환 전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전병헌 수석은 13일과 14일 외부 일정을 소화하며 검찰에서 밝혀진 혐의가 없다고 억울함을 강조했다. 하지만 혐의를 받고 소환 검토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대통령 보좌 업무를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의견과 함께 혐의가 없다는 전병헌 전 수석의 말을 믿더라도 숱한 보좌진의 일탈을 막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직 소환 조사 계획은 없다는 게 검찰의 공식 입장이지만 시점을 조율하는 일만 남았을 뿐 소환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SBS는 검찰의 공식 수사 방침은 전병헌 수석에 대한 소환 조사가 결정된 게 없다면서도 “내부적으로 전 수석이 롯데 홈쇼핑 재승인과 관련해 청탁과 대가가 오가는데 직접 개입한 정황을 확보해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소환할 방침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나아가 전 수석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결론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소환 조사는 물론 영장까지 청구할 수 있다는 보도는 검찰 내부에서 혐의를 입증할 증거 등을 확보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검찰 소환이 실제 이뤄지면 현직 청와대 수석의 검찰행 자체만으로도 문재인 정부에 큰 부담을 주게 된다. 청와대는 전병헌 수석이 현직을 유지한 채 검찰 조사를 받으면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놔야 하고 어떤 식으로든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정무수석직에 대한 인사 처리 문제로도 골머리를 앓을 수 있다. 적폐로 볼 수 있는 혐의로 현직 권력 인사가 검찰 조사를 받는다면 국민 여론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무수석직을 내려놓고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이 여러모로 부담이 적고, 청와대도 입장을 정리하기가 쉽다는 얘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치보복 프레임을 내세워 대응하고 있는 가운데 전병헌 수석이 현직을 유지하고 버티는 모양새가 된다면 적폐청산의 동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이번 정부에 들어와 정무수석을 하면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며 입장 표명에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와 전병헌 전 수석이 기싸움을 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전 수석은 1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전당대회에 첨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과거 논두렁 시계 상황이 재현되는 것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정원과 검찰이 사실을 왜곡해 망신주기를 했던 것처럼 자신도 무관한 일에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전 수석은 14일 국회 운영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전직 비서관들의 일탈에 대해서는 국민들께 송구스러운 생각을 가지고 있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저와 무관한 일”이라고 말했다.

전 수석이 거취 결정을 스스로 하라는 청와대 기류에 반발해 적극적으로 기자들과 만나 '사퇴 압박'에 맞서고 있다는 것이다.

전 수석이 보좌진의 개인 일탈이라며 롯데홈쇼핑 후원금 횡령 사건에 무관하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전 수석의 보좌진이 연루돼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두차례나 있었다는 점에서 도덕적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지난 2010년 전병헌 수석 의원시절 보좌관이었던 임아무개씨는 구청장 후보 A씨로부터 돈을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2008년에는 전 수석의 비서관 이아무개씨가 개발업체 대표로부터 금품수수를 받은 혐의를 받았다. 지난 2013년 전병헌 수석은 원내대표 시절 KT 자회사에 부당지원을 하도록 KT 전 회장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전 수석은 자신과 연관되거나 연루됐을 것이라고 의심받았던 보좌진의 비리와 관련한 사건에서 모두 법망을 피했지만 또다시 불거진 이번 사건을 ‘개인일탈’로 선을 긋고 넘어갈 문제만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소환 통보가 이뤄지기 직전 전병헌 수석이 전격 사퇴를 발표하면서 자신의 무고함을 밝힐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공식 검찰 수사에서 혐의가 없는데 사퇴 의사를 밝히면 일정 정도 혐의를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소환 직전 사퇴를 하고 무고함을 호소할 거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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