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퇴직금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대기업 다니면서 왜 이런 걱정하냐고요? 우리는 LG유플러스 직원이 아닙니다. LG 마크 찍힌 작업복과 조끼를 입고, LG 상품을 설치하고 수리하지만 LG 직원은 아닙니다. 전국 72개 LG유플러스 홈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 2천여명 중 단 한명도 LG 직원이 아닙니다. LG는 72개 센터를 52개 하청업체에 나눠줬고, 매월 하청을 실적으로 줄세우고 연말에 계약해지 여부를 결정합니다. 올해도 그 시기가 다가왔고, 올해는 2천여명 중 5백여명이 잘릴 예정입니다. 며칠 전 비즈니스파트너위원회(BP위원회)에서 우리 목숨줄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사실 올해는 이 결정이 늦어질지 알았습니다. 왜냐면, LG유플러스가 지금 고용노동부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법파견 혐의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LG 너희가 작업지시도 하고 파업대체인력도 직접 투입하는 진짜사장이면서 왜 중간에 하청업체를 두느냐’는 내용입니다. 하청업체의 실상은 ‘중간착취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LG가 진짜 사용자인데 책임은 전혀 지지 않고, 하청업체들은 인건비 따먹기만 합니다. 노동조합은 이런 증거들을 모으고 모아 올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했고, 그래서 노동부가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이런 와중에 LG는 2018년 중간착취자 명단을 결정한 겁니다.
캐면 캘수록 막장입니다. 주6일 밤낮 없이 일하는데 월급을 백만원 주는 사장님도 있습니다. 근로계약서로는 월급 2백만 원을 약속하고 이중 20만 원은 백화점상품권으로 주는 하청업체도 있습니다.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A등급을 못 맞았다고 월급의 5%를 깎기도 합니다. 영업실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또 월급을 차감합니다. 사다리도 제대로 주지 않으면서 전주와 옥상에 올라가라고 합니다. 우리 월급에서 퇴직금을 적립하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착취와 불법과 꼼수의 복마전입니다.
노동지옥이 있다면 바로 이곳입니다. LG유플러스는 노동조합, 청와대, 노동부의 뒤통수를 때리고 이런 지옥을 연장하기로 결정한 겁니다. 사업자가 해당 사업을 하기 위해 필수적인 일을 ‘상시지속업무’라고 하고, 이것을 ‘정규직화’해야 하는 것은 사업자로서 의무인데 LG유플러스는 ‘중간착취’를 연장하기로, ‘위험의 외주화’를 고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빌어먹을 외주화에 빌어먹겠다고 합니다. 이렇게 LG는 올해 역대급 영업이익을 기록할 거랍니다. 그 어마어마한 실적은 우리가 해고당하며, 월급 떼이며, 작업복과 사다리 없이 일하면서 벌어다준 겁니다. 역대급 실적은 역대급 착취로 만들어졌습니다.
진짜사장 권영수씨와 LG그룹 구씨 일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당신들 마음대로 결정했지만 더 이상 끌려 다니진 않을 겁니다. 당신들은 우리를 ‘비용’으로 보지만 우리는 싸우고 또 싸워서 ‘권리’를 만들어 갈 겁니다. 그래야 해고당하지 않고, 월급을 떼이지 않고, 작업복과 사다리를 받을 수 있고, ‘정규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4년 내내 싸웠고 5년째 싸울 준비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당신들이 “상생”하고 “고쳐쓰겠다”는 LG유플러스 홈서비스센터, 당신들이 직접 다녀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