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5년 17세인 A씨는 채팅 어플리케이션 ‘앙X’으로 32세 성 구매자를 만나게 됐다. 성 매수자는 A씨와 성매매를 하면서 차량의 블랙박스로 영상을 찍었다. 이후 A씨에게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2. 2016년 17세 B씨는 채팅 어플에서 30세 성 구매자를 만나 성매매를 했다. 이후 성 구매자는 B씨에게 가출을 하라며 설득했고, B씨는 성 구매자의 집에서 지내면서 성매매알선을 당했다.

위 사례 외에도 2015년 3월 서울 관악구 모텔에서 성 구매자에게 살해된 만 14세 청소년 사건, 2016년 4월 6명의 남성을 통해 성매매에 이용된 13세 지적장애 아동 사건 등 청소년이 채팅 어플을 통해 성매매를 하고, 이어 성범죄를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16년 ‘아동 청소년 성매매 환경 및 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아동 청소년이 처음 성매매를 한 방식은 ‘스마트폰 채팅 어플’이 59.2%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인터넷 채팅’(27.2%)이었다.

성매매가 발생했으니 어플 운영자에 무조건 제재를 내리자는 입장은 물론 부적절하다. 하지만 ‘고의성’을 가지고 아동과 청소년들을 성매매로 유입하고, 성인 인증 절차 등을 제대로 도입하지 않고 성매매 활동을 방치하는 운영자에게는 처벌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10대여성인권센터가 신고한 어플 속 대화. 출처='아동청소년 성매매 문제, 이렇게해봅시다' 토론회 자료집.
▲ 10대여성인권센터가 신고한 어플 속 대화. 출처='아동청소년 성매매 문제, 이렇게해봅시다' 토론회 자료집.
2016년 10월11일, 두 명의 피해 청소년과 시민단체 ‘10대여성인권센터’는 “채팅 어플이 성매매를 알선한다”며 7개의 채팅 어플 관리자와 사업자들을 고소했다. 당시 고소인으로 참가한 19세 청소년 C씨는 ‘심X’이라는 채팅을 사용해 성매매를 했고, 고소 이유에 대해 “어플을 깔고 프로필을 작성해야 하는데, 그냥 20살이라고 누르니 입장이 됐다”며 “이런 어플이 없어져야 성매매도 줄어들 것이고, 이런 어플에 대한 법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3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검사 김훈영)은 7개 채팅 어플을 운영하는 4명의 운영자 모두에 ‘혐의없음’(증거불충분)을 결정했다. 13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측은 미디어오늘에 “결과적으로는 어플이 청소년 성매매에 사용됐으나, 고의성이 없어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측은 “고소한 측에서는 어플 운영자들이 성매매를 방조했다고 주장하는데, 어플 운영자들을 조사해보니 음란물을 필터링할 수 있는 기술적 조치 등을 했다”며 “어플 운영자들은 음란한 대화를 하면 퇴출을 한 경우도 있었고, 결과적으로 이 어플이 성매매를 유인하긴 했으나, 운영자의 혐의로 인정할 만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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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아동 청소년들과 함께 고소를 진행한 조진경 10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수사기관이 아동 청소년 성매매를 알선, 유인하는 어플 운영에 면죄부를 준 것으로, 의지가 없다고 본다”며 항고를 예고했다.

수사기관과 달리 10대인권센터 측은 어플 운영자들이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조진경 대표는 어플 운영자들이 △성인 인증 절차가 허술한 점 △성인인증 절차를 도입했다가 다시 없앤 점 △어플 속 대화창을 캡쳐하지 못하도록 만든 점이 아동 청소년을 성매매로 유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진경 대표는 “관악구 모텔살인사건 당시 ‘즐X’은 성인인증 절차를 잠깐 도입하다가 3개월 후 다시 없앴다”며 “성인인증 까다롭게 하니 청소년 유입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 대표는 “이런 어플들은 대부분 대화상대 한쪽이 방을 나가면 방을 나가지 않은 상대의 채팅창도 휘발된다”며 “또한 어플 내 대화를 캡처하지 못하는 장치를 도입하며 성매매 증거를 지우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조 대표는 어플 운영자들이 일부러 어플 이용자 수를 제한하기 위해 어플 여러 개를 운영한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조 대표는 “한 어플에 많은 접속량이 발생하면, 플랫폼 측에서 성인인증절차를 도입해야 하는 등 제재를 시작하는데, 이를 피하려고 어플을 여러 개 만들어 접속량을 일부러 줄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 2015년 3월27일 관악구 모텔에서 14세 청소년이 성매매에 이용되고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8월, 관악구 성착취 십대여성 살해사건 재발방지 공동해동 100일 1인 시위가 열렸다. 출처=10대여성인권센터.
▲ 2015년 3월27일 관악구 모텔에서 14세 청소년이 성매매에 이용되고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8월, 관악구 성착취 십대여성 살해사건 재발방지 공동해동 100일 1인 시위가 열렸다. 출처=10대여성인권센터.
10대여성인권센터 측은 어플 운영자들이 △성매매처벌법 제19조 제2항 제1호(성매매알선 금지) △청소년 보호법 제15조 제1항 제2호(청소년의 성매매 알선정보를 제공하는 행위 금지) △청소년보호법 제17조 제1항(온라인 서비스제공자는 청소년 음란 자료가 공유될 경우, 신고하지 않는 경우 처벌)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1호(음란정보 유통 금지) 등의 법률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조진경 대표는 “현행법으로도 처벌이 충분하다고 보지만, 수사기관의 의지가 없어 보여 더욱 강력한 처벌 근거를 명시한 법률 개정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10대여성인권센터는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협력해 ‘아동 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아청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이 개정안은 △채팅 어플 내 성매매, 음란 정보를 발견하면 이용자들이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 개선 △불법 사항 발견 시 이용자 차단 △성인 인증 절차 의무적 실행이 골자다.

약어, 은어, 비속어 등을 사용해서 성매매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이 같은 어플에 대한 처벌을 어렵게 한다. 예를 들어 ‘조건 만남’을 ‘ㅈㄱ’, ‘조꺼ㄴ’ 등으로 쓰는 경우, 이들을 처벌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방송통심신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를 통한 제재도 어렵게 한다.

▲ 대부분의 채팅 어플에서는 성매매를 암시하는 약어를 사용한다. 출처='아동청소년 성매매 문제, 이렇게해봅시다' 토론회 자료집.
▲ 대부분의 채팅 어플에서는 성매매를 암시하는 약어를 사용한다. 출처='아동청소년 성매매 문제, 이렇게해봅시다' 토론회 자료집.
조진경 10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방통심의위는 2015년 신고 처리결과의 41%, 2015년 신고 처리결과의 43%에 ‘해당 없음’ 처분을 내렸다”며 “방통심의위에서 제재를 받기 위해서는 정확하게 성매매를 표현하는 언어를 써야 하는데, 암시적인 문구를 쓰거나 약어를 쓰면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통심의위 통신심의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신고가 들어오는 건 중 많은 건이 휘발된 게시물이었고, 암시적 문구여서 제재를 하기 어렵다”며 “성매매를 암시하는 문구까지 제재하면 반대로 ‘방통심의위가 표현을 검열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기에 관련 심의 조항이나 법적체계가 바뀐다면 그때는 제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의 경우 채팅 어플 운영자의 의무와 책임을 규정해 본인 인증 조치를 의무화(일본)하거나 운영자가 자신이 운영하는 어플에서 성매매가 발생할 시 신고(캐나다)를 하도록 돼 있다.

조진경 대표는 “현재 ‘증거불충분’이 나온 사건에 대해서는 항고를 진행하고, 앞으로도 아동을 성매매에 유인하고, 성매매를 알선하는 어플 운영자들을 고발할 것”이라며 “또한 유엔 인권이사회에 아동 성매매와 음란물에 관한 문제를 담당하는 특별보고관에 진정 서한을 접수한 상태이며 유엔과 국제 사회의 개입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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