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더’라는 말이 있다. 대선‘캠’프 출신의, ‘코’드인사,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이란 뜻이라고 한다. 이 말은 최근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 야당과 일부 언론들이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 말이 사용되는 목적은 그들이 문재인 정부의 인사 실패를 주장할 때다.

사실 ‘캠코더’란 축어 자체가 지난 이명박·박근혜 두 정권의 인사실패를 비판했을 때 사용하던 용어와 대비가 된다. 이명박 정권 때는 ‘고소영’, ‘강부자’라는,, 박근혜 정부는 ‘성시경’이라는 연예인의 이름이 붙었다. ‘고소영’은 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이란 의미, ‘강부자’는 강남 땅부자라는 의미였으며, ‘성시경’은 성균관대, 고시, 경기고란 의미다.

그리고 이런 장난 같은 명칭이 붙을 만큼 ‘고소영’, ‘성시경’의 문제는 심각했다. 인력풀은 한정됐고 안에서 뽑힌 인물들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애초에 학연, 혹은 특정 직업군, 심지어 자기가 다니는 교회 안에서 인력을 찾아 충원해서 쓴다는 것 자체가 황당한 일이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국무회의를 열어 탈원전로드맵 등을 의결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국무회의를 열어 탈원전로드맵 등을 의결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대표적인 ‘고소영’ 혹은 ‘강부자(강남, 땅부자)’로 꼽혔던 전 기획재정부 장관 강만수는 대우조선해양 관련 비리 혐의로 구속됐고,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던 서규용은 임명 당시 쌀 직불금을 불법 수령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국토해양부 장관이던 권도엽은 김앤장 로비스트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의 ‘성시경’도 그야말로 기라성 같다. 구속된 대통령 비서실장 김기춘, 권한대행을 맡으며 시계에 명패까지 팠던 전 국무총리 황교안, 얼마 전에 포승줄을 찬 문고리 3인방 안봉근 모두 성균관대 출신이다. 고시 출신은 김기춘, 우병우, 황교안 등이 포함돼있다. 감옥에 간 사람도 있고 수사를 받아야 할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캠코더’ 역시 문제가 많은 인사 정책인가? 일단 굳이 캠코더란 이름을 붙일 이유도 없다. 캠프 출신은 다 코드 인사로 불리며, 아마 거의 대부분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즉, ‘캠코더’라는 말의 뜻은 그냥 더불어민주당 사람이라는 의미다.

더불어민주당이 집권을 해서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이 내각으로 들어가는 것은 그렇게 부자연스럽지가 않다. 그리고 지금 청와대 등의 구성이 딱히 ‘친문’에 쏠린 것은 아니다. 경선 당시 경쟁자였던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의 캠프에서 활약한 인사들도 있다. 심지어 장하성 정책실장은 지난 2012년 안철수 후보 캠프에 몸을 담고 있었다.

▲ 2012년 5월17일 이명박 대통령과 하금열 대통령실장, 어청수 청와대 경호처장(왼쪽)이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2012 전국 중소기업인 대회’에 참석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 2012년 5월17일 이명박 대통령과 하금열 대통령실장, 어청수 청와대 경호처장(왼쪽)이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2012 전국 중소기업인 대회’에 참석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럼에도 굳이 일부 정치권와 언론은 문재인 정부의 인사를 ‘캠’과 ‘코’와 ‘더’를 붙여서 ‘고소영’과 ‘성시경’에 필적할만한 인사 참사로 비판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용 예시는 아래와 같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문재인 정부가 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이라는 ‘캠코더 인사’에 매달리면서 인사 참사를 반복하고 있다”(지난 1일 국회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

바른정당 전지명 대변인 “문 대통령의 인재풀은 ‘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의 ‘캠코더’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모양이다. 문재인 정부의 빈약한 인재풀이 참으로 실망스럽다”(지난달 24일, 대변인 브리핑)
중앙일보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안에서 찾으니 인력풀이 협소해질 수밖에 없다.”(11일자 사설 ‘중소벤처부 장관의 자질 보여주지 못한 청문회’)
문화일보 “국민은 또 문 대통령 주변에 저런 인재밖에 없느냐고 걱정하고 있다. 집권 반년 만에 오만해져 탕평은 고사하고 이른바 ‘캠코더(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인사에 집착하기 때문”(2일자 사설 ‘홍종학 파문…도대체 文정부는 어떤 가치 갖고 있는가’)
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도 인사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안에서만 사람을 찾고, 어떤 흠결이 드러나도 밀어붙이는 방식은 곤란하다.”(지난달 31일자 사설 ‘청와대는 ‘캠·코·더’ 내려놓아야 인사 참사 막는다’)

물론 인사의 기준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고, 문제가 있으면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인사에 대한 비판을 가할 때 마다 ‘왜 더불어민주당 사람만 쓰느냐’고 비판하면 될 일을 굳이 ‘캠코더’라는 신조어를 밀어붙일 필요까지 있는지는 의문이다.(물론 더불어민주당이 더불어민주당 사람을 쓰는 것이 잘못인지도 의문이다.)

사실 언론과 일부 야당의 이런 집착은 이미 한 차례 실패를 거두었는데, 지난 8월 경 등장한 ‘유시민’이란 단어가 그랬다. 인사의 특징을 엮기가 애매하니, 이 유시민이란 단어는 그야말로 ‘네이밍의 참사’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실체도 불분명한 ‘유명대학’을 포함해 ‘시민단체’, ‘민주당’을 엮어놨으니, 이 ‘유시민’이란 단어는 결국 많은 사람들이 듣지도 못하고 사라져버렸다.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때 ‘고소영’이나 ‘성시경’처럼 특정 대학 출신이 계속해서 중용되거나 대통령과 같은 교회를 다니는 등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원칙이 이어질 때나 이런 신조어도 신조어로서 의미가 있다. 또는 ‘캠코더’라는 인물들이 언론계 등 권력으로부터 독립이 필요한 자리에 부임했을 때, 그 비판의 의미가 유효하다.

특정인사의 과거 행적이 부임한 자리에 부적절하다면 그냥 그 자체를 비판하면 된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정권에서 더불어민주당 인재들을 등용하지 말라니, 지난 두 정권 동안 개혁·진보진영이 ‘고소영’, ‘성시경’이 아니라 ‘고소한(한나라당)’, ‘성시새(새누리당)’라고 부르기라도 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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