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의 대대적인 UHD 투자 ‘약속’은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창올림픽 중계를 위해 강원 지역 UHD방송을 우선 도입했으나 평창에서 방송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등 기술적 과제도 산적해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은권 자유한국당 의원은 10일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UHD와 관련한) 여러 가지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춰진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UHD는 HD보다 화질이 4배 선명한 차세대 방송이다. 지상파3사(KBS·MBC·SBS)는 5월31일부터 수도권 지역 UHD 본방송을 시작했으며, 12월까지 방송권역을 평창올림픽 개최지인 강원도로 확대하고 2021년까지 전국방송을 서비스할 계획이다.

▲ 지상파 UHD 광고화면 갈무리.
▲ 지상파 UHD 광고화면 갈무리.

그러나 지상파 UHD방송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우선, 지상파가 약속한 투자액을 지키지 못했다. 2015년 지상파가 발표한 UHD 시설 및 콘텐츠 투자계획은 511억 규모였으나 실제로는 KBS 128억 원, MBC 118억원, SBS 163억원으로 전체 410억 원에 그쳤다. 지상파 3사는 2017년부터 향후 5년 간 UHD 시설에 3805억 원, 콘텐츠에 8775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지켜질지 불투명하다.

지상파는 예상보다 큰 폭으로 광고수익이 감소한 사실과 광고규제완화가 이뤄지지 않은 점, 준비 미비로 방송 허가가 늦어진 점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지상파는 700MHz대역 주파수 배분을 놓고 논의를 할 때만 해도 대대적인 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어 UHD 도입을 위해 지키지 못할 약속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시작단계라고는 하지만 상용화되기 힘든 상황이기도 하다. 지상파 UHD를 보려면 UHD TV를 구입해야 하고 케이블이나 IPTV가입을 하지 않고 안테나를 통해 직접 수신해야 한다. 그러나 UHD TV보급률이 미미한 데다 지상파와 가전사, 정부 간 협의가 공전하면서 UHD방송 안테나 내장이 이뤄지지 않았다.

허욱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UHD 방송 추진 상황에 대해 “최근 평창 현지에서도 UHD 방송이 안 나오는 일이 생겨, 송신소를 강릉으로 옮기는 문제를 포함해 지상파 3사, 강원지역 민영방송과 대책회의를 했다”면서 “투자부족 문제도 점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UHD 주파수 할당을 받았지만 개점휴업 상태인 EBS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은권 의원은 “EBS는 방송통신위원회에 UHD 방송 서비스를 위한 계획조차 제출하지 못하고 본방송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유휴 자원인 700Mhz 주파수 대역 일부도 당분간 개점휴업 상태”라고 지적했다.

▲ 이은권 의원실 자료.
▲ 이은권 의원실 자료.

이은권 의원은 “KBS가 송신설비를 지원하지 않아 (EBS가) 본방송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KBS를 비판했다.

방송법은 KBS 업무에 ‘EBS 송신지원’을 명시하고 있다. KBS가 TV수신료의 97%를 독식하는 대신 송신 설비를 맡게 된 것으로 HD 도입 때도 관련 비용을 KBS가 부담했다. 그러나 UHD 도입 과정에서 KBS는 EBS에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우종범 EBS 사장은 “UHD는 (HD) 디지털 전환의 연장선”이라며 “우리는 방송법에 근거해 KBS가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고대영 KBS 사장은 “송신지원이라는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며 “우리가 빚을 내서 할 수도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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