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접할 만찬 메뉴로 “독도 새우 잡채를 올린 송이돌솥밥 반상”을 공개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파장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지난 7일 오전 10시 만찬 메뉴가 언론에 공개되고 난 후 관련 기사가 쏟아졌지만 독도 새우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독도 새우는 만찬에 초대된 이용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연결돼 의미가 크게 부여됐다. 특히 도화새우(어종)라는 말이 있지만 독도 일대에서 잡혀 산지를 반영해 ‘독도 새우’라는 말을 쓰고 일본 언론이 이를 명칭 그대로 보도한 뒤 일본 정부 인사가 항의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일본 정부 인사들의 항의가 이어질수록 만찬에 오른 독도 새우는 우리 정부 외교의 성과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독도 새우를 메뉴에 올린 것은 자연스레 독도가 우리 영토라는 것을 각인시키려고 한 것인데 아니나 다를까 일본이 이에 발끈했다는 것이다.

논란이 되면서 독도 새우를 청와대에 공급했다고 주장하는 도매업자의 인터뷰까지 나왔다. 도매업자는 만찬 이틀 전인 지난 5일 정장 바지 차림의 세 명의 남자가 검은색 차량을 타고 와 경기도 고양시의 인적 드문 국도에서 독도 새우 5㎏을 구입한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독도 새우가 만찬에 오르기까지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는 효과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찬을 활용, 일본에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독도 새우를 상에 올렸고 이는 곧 일종의 식사 정치학이며 조용한 외교의 성공 사례로 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 지난 11월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외 초청 국빈만찬에서 만찬사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지난 11월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외 초청 국빈만찬에서 만찬사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외수 작가는 “깜짝 놀란 일본, 이토록 기발하면서도 성공적인 외교는 없었다. 문재인 정부, 외교도 이제는 머리가 아닌 가슴”이라고 평가했고, 황교익 맛칼럼니스트도 “청와대 측에서도 도화새우라는 정식 명칭을 두고 굳이 언론 등에 독도새우로 소개한 데는 일본을 의식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황 칼럼니스트는 “대통령이 독도에 직접 가는 것보다 더욱 센스 있는 대응으로 다가온다. 독도에 가는 것 그 자체는 너무 정치적으로 보인다. 원래 정치는 이렇게 살짝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호평했다. 특히 이용수 할머니가 라디오 인터뷰에서 “독도새우, 참 고소합디다”라며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놓은 뒤 문재인 정부의 정교한 외교술을 상징하는 단어로 독도새우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독도새우는 탁현민 행정관까지 소환시켰다. 대통령 행사는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에서 준비하는데 의전비서관실 소속 탁현민 행정관이 이용수 할머니 만찬 초대와 독도 새우 메뉴를 준비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독도새우 아이디어를 탁 행정관이 낸 것은 맞다고 전했다.

한편에선 외교 승리라거나 고도의 정치라는 해석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정부 시절 조시 부시 전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미국산 스테이크가 만찬 메뉴에 올랐는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 문제를 의식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그렇지만 미국산 쇠고기는 2014년 박근혜 정부 시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도 만찬메뉴로 올라왔다.

독도 새우가 일본 앞 바다에서도 잡히는 어종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음식 식재료를 강조하기 위한 ‘네이밍’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는 독도 새우와 함께 ‘거제도’ 가재미 구이를 만찬 메뉴로 올렸다.

정작 만찬을 준비했던 한윤주 콩두 대표는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독도새우를 선택한 것 자체가 일본을 의식한 것은 아니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랍스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랍스터와 가장 비슷한 맛과 식감을 가진 독도새우를 올렸다”고 말했다.

김모(35)씨는 “한국과 일본 모두 과도하게 독도 새우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아 우스워 보인다”며 “해석이야 자유지만 트럼프와의 정상회담 내용을 뜯어보고 이해득실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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