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회사 한샘에서 성폭력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한샘 성폭력 사건은 여러모로 충격적이다. 일단 피해자는 1명인데 가해자가 3명이다. 이 가운데 두 건은 피해자가 ‘몰카’로 인한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발생했다.

몰카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를 도와준 교육 담당자는 피해자가 거부했는데도 피해자를 모텔로 데려갔다. 이어 교육담당자는 피해자에게 “자고 가라”고 했으나 피해자가 수차례 거절하자 두 차례 성폭행했다. 회사는 교육 담당자에게 정직 3개월을 내렸다.

해당 성폭행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또 성폭력이 발생했다. 인사 담당자는 피해자에게 “교육 담당자가 너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싸우는 도중엔 삽입이 될 수 없다. 불가능하다” “내가 남자라면 당신을 좋아할 것 같다” 등의 ‘2차 가해’와 성희롱을 했다.

▲ 한샘 로고
▲ 한샘 로고

이 사건은 기사 가치가 충분하다. 피해자를 도와줘야 할 회사 담당자들이 오히려 피해자를 성폭행했고 희롱했다. 게다가 회사는 “여성을 상대로 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이런 일로 소문이 나면 타격이 클 것 같다. 조심해 달라”며 사건을 덮으려 했다.

하지만 사건 자체가 자극적이기 때문에 보도가 선정적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언론의 선정성에 대한 비판이 누차 제기돼 왔지만 자극적인 보도가 적지 않다. 범행 장면을 재연하거나 재연하는 듯한 그래픽 방송화면이 대표적이다.

TV조선 종합뉴스7은 지난 4일 “여직원 입사 한 달 만에 세명에게 당했다”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화장실 몰카 범행을 그래픽으로 재연했다. 피해 여성이 화장실 변기에 앉아있고 가해 남성이 휴대전화를 들고 위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이다.

TV조선은 6일 종합뉴스9 “정부, ‘성폭행 논란’ 한샘 근로 감독 착수…직장 성폭력 4년 새 60% 증가”라는 리포트에서도 남성이 여성 가슴에 손을 대는 그래픽을 사용했다. 리포트 후반에는 남성이 여성 어깨를 주무르는 화면이 계속 나왔다.

▲ 11월4일 TV조선 종합뉴스7 방송화면
▲ 11월4일 TV조선 종합뉴스7 방송화면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뉴스 비평에 따르면 채널A 뉴스A도 지난 5일 “한샘 성폭행 은폐 축소에 분노…불매운동 주장”이라는 리포트에서 5초가량 남성이 여성의 맨 다리를 만지는 장면과 어깨를 만지는 장면이 자료화면으로 사용됐다. 현재 해당 동영상은 삭제된 상태다.

재연이나 그래픽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렇지 않다. 다수 언론은 자극적인 화면 없이도 이번 사건을 전달했다. 심지어 TV조선도 지난 5일 종합뉴스7에서 그래픽 대신 한샘 건물 사진 등을 사용해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자극적인 방송 화면은 방송통신위원회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실제 2013년 건설업자 윤아무개씨가 고위공직자들을 상대로 자신의 별장에서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사건을 재연한 JTBC는 중징계를 받았다.

당시 JTBC 관계자는 “전체 맥락을 보면 선정적인 부분은 없다”고 해명했지만 심의위원들은 “시청자들이 어떤 상상을 하도록 한 것 아니냐” “지상파에서는 동영상을 방송 화면으로 쓰지 않았는데 유독 종편에서 썼다. 지극히 선정적인 보도”라고 지적했다.

2016년 3월, MBN 시사토크 프로그램 ‘뉴스파이터’도 선정적인 장면을 내보내 심의위 안건에 올랐다. MBN이 “9살 소년 9명 성추행” “엄마의 음란영상이 딸에게” “남편 강간한 아내” 등의 사건을 다루면서 사건 내용을 그림으로 그려 방송에 내보냈다는 이유였다.

여성가족부와 한국기자협회, 여성아동폭력피해중앙지원단이 함께 만든 ‘성폭력 사건 보도수첩’은 “영상보도의 경우 성폭력 사건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자극적인 자료화면을 넣거나, 범행 내용을 선정적으로 재연해 영상화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가 정한 인권보도준칙도 제2장에서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범죄 행위를 자세히 묘사하지 않도록” 한다. 민언련은 “선정적, 자극적 장면을 부각하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 것일 뿐 아니라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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