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지난 3일 기존 입점 매체 퇴출을 발표한 데 대한 충격이 거세다.

지난 5일 저녁, 코리아타임스에 “회사에 설명을 요구합니다”라는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에는 “지난 3일 네이버와 다음에서 코리아타임스의 퇴출이 결정됐다. 앞으로 1년간 우리 회사 기사가 전혀 검색될 수 없다”며 “일간지로서 유일하게 탈락한 것에 대해 구성원들의 충격과 분노, 수치스러움, 동요가 매우 크다”고 적혀있다. 이 대자보에는 20여명의 기자들이 동참했다. 

▲ 포털 네이버와 다음 로고.
▲ 포털 네이버와 다음 로고.

코리아타임스 기자들은 임원들에 설명회를 열 것을 요구했다. 기자들은 “어쩌다 이런 사태에 이르게 됐는지 사장님, 국장님, 디지털뉴스부 팀장, 기타 책임 있는 분들의 설명을 듣고 싶다”고 밝혔다.

기자들은 △네이버의 결정 과정이 어떻게 되었는지 △벌점이 올라갈 때 퇴출당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1년 후에는 재진입이 가능한 건지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대책을 세울 것인지 △국내 최대 포털에서의 퇴출이 코리아타임스의 평판과 매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등에 대한 사측의 설명을 요구했다.

8일 저녁 코리아타임스는 임원 설명회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코리아타임스 기자들은 급작스러운 상황에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코리아타임스 한 기자는 “급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며 “일단은 설명회가 열리기로 했으니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3일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벌점 6점 이상 받은 매체를 대상으로 한 재평가 결과 코리아타임스, 민중의소리 등 8개 매체를 퇴출한다고 발표했다. 탈락 매체들은 ‘어뷰징’기사나 ‘기사로 위장한 광고’ 부문에서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코리아타임스의 경우 다른 퇴출매체와 달리 포털로부터 전재료를 받는 최고단계 제휴인 ‘콘텐츠 제휴사’였다 퇴출됐으며 민중의소리 등 7개사는 포털 검색에만 뜨는 검색제휴사였다.

▲ 포털 퇴출매체의 동요는 역으로 한국의 언론이 포털에 종속됐다는  점을 드러낸다.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 포털 퇴출매체의 동요는 역으로 한국의 언론이 포털에 종속됐다는
점을 드러낸다.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민중의소리는 네이버에서만 퇴출됐다. 포털 평가위 관계자는 “네이버와 다음 모두 같은 규정을 적용하기 때문에 같이 퇴출되는 게 정상이지만 네이버 중심으로 어뷰징을 했기 때문에 네이버에서만 퇴출 된 것”이라고 말했다.

민중의소리는 연말로 예정된 조직개편을 조기에 단행하는 것을 논의 중이다. 민중의소리 C기자는 “(포털 퇴출) 그것 때문만이라고 보기는 좀 그렇고 여러가지 상황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민중의소리의 경우 혼란이 비교적 빠르게 수습되는 분위기다. 검색제휴 매체로 포털로부터 전재료를 받지 않았던 데다 2011년 6월 네이버에서 검색이 중단됐던 ‘퇴출 ’경험 이후 포털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된 바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중의소리 A기자는 “포털에서 퇴출당한 게 처음이 아니고, ‘그래서 다시 잘해보자’는 분위기다. 그때도 힘들 거라고 했는데 잘 지나갔다”며 “물론 이전 사태를 겪지 못한 연차가 낮은 기자들은 황당하기도 했겠지만 이미 활로를 구축하려고 노력해온 부분도 있었기에 전체적으로 황당한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중의소리 B기자는 “인터넷 매체라서 기사 노출 정도가 줄어드는 건 사실이니까 걱정이 없는 건 아니지만 네이버보다 SNS 유통 비중이 높아서 크게 동요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털 퇴출에 따른 애로사항이 큰 게 사실이다. B 기자는 “가장 어려운 점은 관공서 등을 출입하는 기자들의 경우다. 관공서 출입처 사람들은 기사를 네이버를 통해 검색하기 때문에 위축되거나 한계를 느끼기는 한다”며 “기자들이 출입처 관리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B기자는 “기업을 비판하는 기사를 자유롭게 쓰려면 어뷰징이 불가피하다”면서 “어뷰징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알고 있지만 단순히 비판만 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평가자들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잘라내는 건 폭력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퇴출매체인 아크로팬은 지난 5일 대표 명의의 게시글을 통해 “포털 제휴평가위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원점에서부터 부족한 부분을 살피겠다”고 밝혔다.

매체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포털에서 퇴출된 순간 트래픽 급락에 따른 수익 급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발표된 논문 ‘포털 뉴스 서비스에서의 기사 어뷰징 사례와 전문가 인식 연구’에 따르면 2013년 퇴출된 인터넷신문 A사는 퇴출 직전 3개월 동안 어뷰징을 집중한 결과 트래픽이 총 순방문자(PV) 116만5161명, 월평균 38만8387명에 달했다. 그러나 퇴출 이후 3개월 동안 총 PV는 13만1598명, 월 평균 4만3866명으로 급락했다. 트래픽 뿐만 아니라 광고 수입 역시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포털 검색제휴에 통과되면 언론사 매물 단가가 5~6배 가량 오르기도 한다.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포털의 입점과 퇴출 심사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네이버와 다음이 심사 권한을 외부에 넘기면서 만든 독립기구다. 언론계, 학계, 시민단체 등 15개 단체가 각각 2명의 위원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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