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댓글 대선개입 사건 수사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후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투신 자살하자 조중동이 연일 검찰의 모든 ‘적폐청산’ 관련 수사를 비난하고 있다.

이들은 ‘권력의 충견’(조선), ‘한맺힌 칼잡이’(동아 사회부장) 등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체제를 부정하는 주장도 폈다. 서울중앙지검 검사 인력의 40%를 적폐수사에 쏟아붓고 있다는 주장은 중앙일보부터 시작해 세 신문이 번갈아가면서 하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조중동의 판박이 주장과 달리 검찰을 취재하고 있는 현장 기자들 가운데 일부는 다른 목소리를 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검찰 수사과정에서 그동안 많은 피의자들이 자살했을 때 아무 얘기 없다가 동료 검사가 자살하니 이를 성토하는 건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는 비판도 했다.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수사의뢰를 받은 검찰이 수사를 안할 수는 없다는 반박도 제기했다.

지호일 국민일보 기자는 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검사의 죽음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를 갖고 수사팀을 흔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지 기자는 8일 국민일보 12면 머리기사 ‘[현장기자] 변검사 죽음에 공안검사들 격앙… 애도하되 수사 흔들진 말아야’에서 “변 검사의 죽음에 동료 검사들이 비통해하고 분노를 드러내는 건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수사가 무리하게, 거칠게 진행된 것 같다’는 말도 수사팀 밖 검사들한테서 나왔다”면서 “그간 검찰 수사를 받았던 기업인이나 공직자 등이 숱하게 했던 항변”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 기자는 “그런데 검사가 검사의 강압수사를 주장하는 상황은 자기부정 행위를 보는 듯 어색하고 낯설다”며 “지난 10년간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자살한 이가 100명은 넘는다. 유족들은 검찰 탓을 했지만, 그때마다 검찰은 ‘강압수사는 없었다’고 하거나 아예 무반응이었다”고 비판했다. 

지 기자는 “일주일 전 변 검사와 같은 팀에서 일했던 국정원 소속 변호사가 숨진 채 발견됐을 때도 검찰은 한마디 애석함을 표명하지 않았다”며 “동료 검사의 갑작스런 죽음 뒤에야 칼 든 자의 섬뜩함을 새삼 알게 됐다는 걸까. 일부 검사의 울분이 검사가 아닌 이들에게 얼른 공감받기 어려운 건 성찰이 빠진 감정 표출로도 보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지 기자는 “변 검사가 받았던 수사·재판 방해 혐의는 특히 법률가로서 가볍지 않다”며 “공범들은 전원 구치소로 갔다. 앞서 구속된 국정원 간부의 입에서 4년 전 가짜 사무실이 있었다는 얘기가 튀어 나왔을 때 수사팀이 이를 덮기도 어려웠을 터”라고 썼다. 그는 “변 검사를 애도한다”며 “그러나 그의 죽음이 수사 흔들기나, 또 다른 수사 방해 요소가 돼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지호일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공안 검사 베테랑이자 선배 검사인 변 검사를 공안부가 수사하고 있는데, 다른 피의자 참고인과 비교해 현저하게 수사를 강하게 했을 가능성은 낮았을 것”이라며 “내 문제의식은 증거조작 사건이 외부 고발이 아닌 검찰이 수사하다 인지한 사건인데, 자기식구나 나왔다고 덮을 수는 없다. 국정원 직원 입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민이 있었겠지만 덮고 넘어갈 수 없으니 검찰총장 재가를 받아 수사하게 된 것”이라며 “검찰이 국정농단과 적폐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중인데, 앞으로 나올 수사도 많고, 국정원 역시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볼텐데 그런 상황에서 수사를 안할 수 없다고 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 기자는 “검찰이 제식구 봐주기라는 시선에 부담을 느껴 수사를 끌고 간 것이지만, 검찰이 검사를 무리하게 강압수사했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본다”며 “자살한 것은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해서 적폐 수사를 진행중인데, (피의자인) 동료 검사의 죽음으로 수사 자체를 흔들려고 하는 것은 그렇지 않느냐는 것이 내 문제의식”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변 검사의 출두 일정을 사전에 언론에 흘리는 등 망신주기를 했는지에 대해 지 기자는 공식적으로 변 검사 출두 전에 언론에 변 검사 소환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서천호 차장과 장호중 검사장의 경우 검찰에 온 사진이 언론에 나왔으나 변 검사장과 이제영 부장검사의 검찰 출두 사진은 없다”며 “사전에 기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요 인물의 경우 사전에 공개했는데, 제 기억으로 이 두 분은 그런 절차가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가) 기자들과 간담회 때 변 검사의 소환사실을 알렸거나 미리 언론이 보도한 것도 없었다”며 “조사를 받고 난 이후 조사했다고 알려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안부 후배 평검사가 수사하게 한 것이 망신주기인지에 대해 지 기자는 “변 검사 자신이 후배한테 피의자신문을 받는 자체가 상명하복 문화가 남아있는 조직에서 언짢고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대통령을 조사할 때나 부장검사가 했지, 일반적으로는 평검사가 피의자신문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고 변창훈 전 서울고검 검사. 사진은 울산지검 공안부장 시절. 사진=연합뉴스
▲ 고 변창훈 전 서울고검 검사. 사진은 울산지검 공안부장 시절. 사진=연합뉴스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는 지에 대해 지 기자는 “검찰이 피의자 신문을 어떻게 했는지는 알 수 없다”며 “선배 검사를 상대로 조사하면서 실제 모멸감을 주거나 절차에 어긋나는 수사를 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검사들이 그동안 피의자 자살사건이 벌어졌을 때 별 문제제기 없다가 동료 검사가 자살한 이후 격앙된 감정을 드러낸 것에 대해 지 기자는 “그런 상황 자체가 어색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숱한 사람이 조사받다가 자살했을 때 유족은 검찰이 강압수사와 압박이라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늘 법과 원칙을 지켰고, 피의자 방어권을 보장했다고 해왔다”며 “다른 피의자들이나 심지어 일주일 전 변호사가 자살했을 때는 어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성찰할 부분이지 감정적으로, 검사가 검사를 상대로 얘기하는 상황이 어색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중동은 연일 △‘윗선이 안막아준다’(조선일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댓글 수사를 했던 검사들이 조직을 ‘점령’하고 검찰 윗선에서 ‘야당’ 역할을 해야 할 균형추가 없어졌다, ‘윤석열 문책론‘이 나오고 있다(동아일보) △검찰 인력의 40%를 적폐수사에 쏟아붓고 있다(중앙일보) △‘한이 쌓인 과거 눈이 덮여 있는 칼잡이인 윤 지검장을 등용한 것’(동아일보 사회부장) 등의 수사팀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 기자는 “인적 구성만 놓고 보면 그렇게 볼 수 있다”면서도 “윤 지검장이 특검에 파견나갈 때 ‘검사가 검찰권 갖고 보복하면 깡패’라고 얘기했던 것처럼 수사논리에 충실한 것 같다. 지금 상황이 힘들겠지만, 수사의뢰나 외부 던져지는 사건이 많으니 따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 ‘하명수사 또는 권력의 충견’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지 기자는 “우려가 되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며 “내려지는 사건이 많은 것은 맞겠지만, 공개적으로 국정원개혁위 등에서 넘기는데 검찰이 안한다고 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충견이라는 것은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평가하는 것이고, 나는 그렇게까지 보지는 않는다”며 “은밀하게 감춰서 수사요구를 하는 것도 아니고, 공개적으로 브리핑을 통해 수사의뢰가 들어오고 있는데, 수사하는 것이 책무인 수사기관이 안할 수 없는 상황일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 국민일보 2017년 11월8일자 12면
▲ 국민일보 2017년 11월8일자 12면
▲ 동아일보 2017년 11월8일자 6면
▲ 동아일보 2017년 11월8일자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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