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이 8일 국회 연설을 통해 북한 체제를 ‘악당체제’, ‘폭군’이라고 표현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하지만 우려했던 군사 선제 행동 가능성 같은 돌발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북을 고립시키면서 ‘동맹국’인 한국의 우수성을 부각시키는데 집중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얻은 이익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우리 정부 측에 전하는 감사 인사에 가깝다는 평이다. 양국은 전략 자산과 최첨단 정찰 자산을 ‘원칙적 승인’하는데 합의하면서 미국은 수십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무기 구매를 성사시켰다.

단독-확대 정상회담에서 무기를 구매해줘서 감사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만 보더라도 미국은 상당한 이득을 얻고 청구서에 만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도 무기를 구입하기로 하면서 반대급부로 한국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 해제와 전략 자산에 대한 독자성을 얻어냈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중 내놓은 메시지에 만족하는 모습이다. 전략 자산을 획득했다는 점에서 대북 제재 및 압박 메시지 효과를 얻었고, 한반도의 평화 체제에 대한 양국의 입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구상한대로 정상회담을 순조롭게 끝마쳤다는 평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와 관련해 “한미 양국은 북한이 올바른 길을 선택할 경우, 북한에 보다 밝은 미래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 비핵화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체제로 이어질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국회 연설에서 “우리는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이것의 출발은 공격을 종식시키고 탄도미사일 개발을 멈추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총체적인 비핵화”라고 밝혔다.

▲ 11월8일 오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1993년 7월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어 24년만에 국회 연설을 했다. ⓒ 연합뉴스
▲ 11월8일 오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1993년 7월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어 24년만에 국회 연설을 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이제는 힘의 시대다. 평화를 원한다면 우리는 강력해야 한다. 늘 강력해야 한다”(트럼프 대통령 국회연설)며 여전히 힘의 우위를 통한 방식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비전과 로드맵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거센 상황이다. 다만,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려한 것과 달리 한발 더 나아간 군사행동과 같은 대북 강경 발언을 내놓지 않고 정부의 입장과 주파수를 맞추면서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무기 사는 비용을 치른 값이라는 비아냥도 있지만 “화염과 분노”로 상징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메시지가 완화되고 한반도 항구적 평화를 의제화시킨 것은 성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 국회 연설에서 돌발 발언은 나오지 않았지만 뜬금없는 내용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골프선수들은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과학자와 의학적 치료법, 대학 졸업률을 언급한 뒤 프로골퍼의 기량을 예로 들어 한국의 우수성을 말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 그리고 제가 무슨 말씀드릴지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US오픈의 여성 골퍼들은 올해 그 대회를 뉴저지에 있는 트럼프골프코스에서 개최했다”며 “그리고 훌륭한 한국 여성 골퍼분인 박성현 씨가 바로 여기서 승리를 한 것이다. 전 세계 10위권에 드는 훌륭한 선수다. 그리고 세계 4대 골프선수들이 모두 한국 출신이다. 축하드립니다. 이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내용을 제스처를 취하면서 한껏 들뜬 목소리로 말했고, 박수가 터져나왔다. 골프광인 트럼프 대통령을 고려하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내용이지만 한국 우수성의 일례로는 뜬금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에 찬사를 늘어놓은 것도 진부한 구색맞추기 찬사 아니냐는 비아냥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분의 손으로 이룩한 나라가 금융위기에 처했을 때 여러분들은 수백 명씩 줄을 지어 가장 값나가는 물건들을 기꺼이 내놓았다”며 “여러분들의 결혼반지, 가보, 황금 행운의 열쇠를 내놓으며 자녀들의 더 나은 미래를 담보하고자 했던 것들이 바로 여러분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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