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93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이후 24년 만에 국회를 찾아 본회의장에서 연설했다.

8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최종 연설문 수정 관계로 예정됐던 11시보다 약 20분 늦게 국회 본회의장에 등장해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기립박수로 환대를 받았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환영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 내외가 취임 첫해 아시아 순방에서 대한민국 국회를 찾아준 데 대해 무한한 기쁨으로 생각하고, 이 자리에 함께한 것만으로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다시 한번 각인해준 것으로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미합중국 대통령보다 행동으로 북핵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주고 있어 이번 방한이 양국 간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역사적 계기가 되길 진심 기원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30여 분 동안 이어진 국회 연설에서 북한 김정은 체제를 미국과 한국 등 동맹국을 공격·협박하는 범죄 집단으로 묘사하며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정권을 향해 “나는 오늘 양국뿐 아니라 모든 문명국을 대신해 북한에 말한다”며 “우리를 과소평가하지 말고 시험하지도 말라. 우리는 공동의 안보와 공유하는 번영, 신성한 자유를 방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오전 국회를 찾아 본회의장에서 연설했다. 사진=연합뉴스TV 방송화면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오전 국회를 찾아 본회의장에서 연설했다. 사진=연합뉴스TV 방송화면 갈무리.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잔혹한 독재자’라고 명명하며 “북한은 당신의 할아버지가 뛰놀던 낙원이 아니다. 그 누구도 가서는 안 되는 지옥”이라며 “하지만 당신이 지은 하나님과 인간에 대한 범죄에도 우리는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을 제시할 준비가 돼 있다. 그 출발은 공격을 중단하고 탄도미사일 개발을 멈추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총체적인 비핵화”라고 당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한을 “(이단)종교집단처럼 통치되는 국가”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이단 국가의 중심에는 정복된 한반도와 노예가 돼버린 국민을 보호자로서 통치하는 것이 지도자의 운명이라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며 “한국이 성공할수록, 번영하는 한국의 존재 자체가 북한 독재 체제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 연설 전 정세균 국회의장, 여야 원내대표들과 가진 사전환담은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다. 국회의장 대변인실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전환담은 비공개로 진행된다”며 “현장 취재도 불가하다”고 밝혔다.

국회 본회의장을 비롯해 국회 전체적인 경호도 삼엄했다. 본회의장에는 국회의원과 사전 취재 신청을 받은 기자들을 포함해 양국 인사 550여 명이 참석했다. 취재진과 국회 방문자들에 대한 출입은 본청 후문 안내실로 일원화됐다. 출입기자들이 모여 있는 본청 1층 국회 정론관 정면 출입문은 트럼프 대통령 국회 방문을 앞두고 병풍 벽으로 차단됐고, 본회의장으로 향하는 곳곳의 출입문이 폐쇄됐다.

예정됐던 오전 국회 상임위원회도 모두 오후로 연기됐다. 이날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와 유남석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된 법제사법위원회는 오전 10시부터 회의를 진행하다 11시 트럼프 대통령 연설을 앞두고 회의를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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