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국회 연설이 열리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은 트럼프 대통령 방한 환영 집회와 반대 집회가 동시에 개최돼 긴장감이 감돌았다. 집회가 열리던 중 양측 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해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물리적 충돌은 방한 반대 집회가 시작된 지 7분 여 만에 발생했다. 여의도 의사당대로에서 찬성 집회를 열던 일부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회원, 대한애국당 지지자 등이 인근 반대 집회 현장에 접근해 양측 간 시비가 발생했고 급기야 폭력 행위가 발생한 것이다. ‘NO 트럼프 공동행동’이 집회를 시작한 오전 10시 경, 환영 집회 참가자들은 반대 집회 장소 후방에서 불과 수 미터 떨어진 곳에 플랜카드를 들고 단체로 서 있었다.

▲ 트럼프 대통령 방한 환영 집회 참가자, 대한애국당 당원 등이 8일 반대 집회 참가자 측을 향해 깃대를 휘두르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 트럼프 대통령 방한 환영 집회 참가자, 대한애국당 당원 등이 8일 반대 집회 참가자 측을 향해 깃대를 휘두르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 양 측 집회 참가자 간 물리적 충돌 사태 후 부러진 깃대. 사진=손가영 기자
▲ 양측 집회 참가자 간 물리적 충돌 사태 후 부러진 깃대. 사진=손가영 기자

재향군인회 회원들이 ‘트럼프 반대’ 피켓을 들고 있던 시민들에게 깃대를 휘두르거나 멱살을 잡고 어깨를 밀치는 등의 행동을 하면서 현장 분위기가 급격히 고조됐다. 환영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선 “전라도 놈들” “빨갱이 놈들” “이북으로 가라” 등의 고함이, 반대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선 “폭력행위 중단하라” “전쟁광 물러가라” 등의 구호가 터져 나왔다.

경찰 병력이 양측을 분리하면서 소란 사태는 5분 여 만에 제지됐다. 양 집회 참가자가 물러선 길에는 부러진 철제 깃대가 널브러져 있었다.

양측은 여의도 의사당대로 중앙 분리선을 중심으로 각각 5차선씩 장소를 점유해 동시에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 사이엔 경찰 펜스가 설치됐고 일부 경찰 병력도 배치됐다. 집회 도중 가수 정수라씨의 ‘아 대한민국’ 노래와 민중가요 ‘민중의 노래’가 동시에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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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대통령 방한 환영 집회 참가자들은 8일 오전 9시경 부터 여의도 의사당대로에모였다. 사진=손가영 기자
▲ 트럼프 대통령 방한 환영 집회 참가자들은 8일 오전 9시경부터 서울 여의도 의사당대로에 모였다. 사진=손가영 기자

경남 사천에서 올라온 특수부대 출신인 67세 남성 노인은 “이북애들이 남한에 많이 침투했다. 걔들이 세월호 참사에도 어떤 역할을 했을 것”이라면서 “쟤들(반대집회) 주장처럼 연방제가 되면 대한민국은 공산화된다. 월남을 보면 평화협정을 맺어서 베트남을 월맹에게 뺐긴 게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중고교 학생들 교과서를 보면 사실과 180도 다르게 배우더라”며 “그래서 젊은이들 인식이 문제다. 역사교육이 하루 빨리 바로 잡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남성은 트럼프 방한 환영 집회에 참가했다.

국회의사당 바로 앞인 국회대로엔 집회참가자들의 접근이 철저히 통제됐다. 국회의사당역 의사당 방향 출구인 1번 및 6번 출구는 오전 5시30분 경부터 트럼프 대통령 연설이 마무리 되는 오전 11시30분 경까지 전면 폐쇄됐다.

국회의사당 앞 인도를 따라 경찰 펜스가 설치됐으며 좁게는 2미터, 넓게는 5미터 간격으로 경찰이 배치됐다. ‘NO 트럼프 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 규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으나 접근이 원천 봉쇄돼 의사당대로로 장소를 변경해 집회를 개최했다.

평화를 상징하는 ’분홍띠 퍼포먼스‘에 참가한 여성단체 활동가 서아무개씨(43)는 “분홍색은 평화를 상징한다.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무기를 강매하고 FTA를 일방적으로 미국에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데 결국 이는 우리 아이들의 일이다. 두고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 트럼프 대통령 방한 반대 집회 참가자가 'SAY NO TO TRUMP, SAY NO TO WAR'이라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 트럼프 대통령 방한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SAY NO TO TRUMP, SAY NO TO WAR'이라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 8일 오전 경찰 병력이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 배치된 모습. 사진=손가영 기자
▲ 8일 오전 경찰 병력이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 배치된 모습. 사진=손가영 기자

중앙분리선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대전 재향군인회 회원은 반대 집회를 바라보며 “한미 동맹이 깨지면 우리는 불타는 베트남처럼 된다. 어떻게 지킨 나라인데”라며 “우방의 원수가 오는데 당연히 환영을 해야 하니 집회에 왔다”고 말했다.

이날 재항군인회 측 집회에서는 ‘5·18 유공자 명단 공개하라’ 등의 피켓이 다수 눈에 띄었다. 재향군인회 한 회원은 “전라도 지역 재향군인회 회원들이 들고 왔을 것”이라며 “30년 전의 일인데, 언제까지 5·18(광주민주화항쟁)을 계속 물고 늘어질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NO 트럼프 공동행동은 오전 11시 기준 반대 집회 참가자 수가 천 여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재향군인회 측은 “제주를 제외한 국토의 남단 거제, 부산으로부터 북단의 고성, 철원에 이르기까지 총 218개 지회에서 1만3천여 명 향군 회원이 자발적으로 모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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