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진흙탕 정당, 오염된 정당, 막장 정당에 더 머물지 마시고 청정정당으로 오셔서 보수가 국민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깨끗한 정치, 따뜻한 정치를 함께 합시다. 이제 새누리당은 더 추한 모습을 보이지 말고 즉각 해체해야 합니다.”

2. “가짜보수와 결별하고 진짜 보수의 중심 세우고자 새로운 길 가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친박 친문 패권정치 청산하는 새로운 정치의 중심을 만듦으로써 개혁을 위한 진짜 보수 세력의 대선 승리를 위한 역할을 하겠습니다. 어떤 고난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3. “새로운 길을 가기 앞서서 먼저 국민 여러분께 석고대죄하며 용서를 구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정치는 헌법 유린으로 이어지면서 탄핵이라는 국가적 불행을 초래하게 했습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당으로 전락해서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을 실망시켰습니다.”

1번은 지난 5월2일 대선을 일주일 남겨두고 바른정당을 탈당한 장제원 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1월 바른정당 대변인 시절 한 말이다. 2번은 장 의원 등 13명과 함께 바른정당 탈당 의사를 밝혔다가 번복한 후 지난 6일 탈당파 9명에 이름을 올린 황영철 의원의 지난해 12월 새누리당 탈당 선언 기자회견 발언이다.

새누리당 탈당 기자회견에선 국민에서 석고대죄까지 한다고 했던 3번 김무성 의원은 지난 6일 바른정당 탈당 기자회견에선 “모든 비난을 감수하겠다”고만 할 뿐이었다. 

▲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이 지난 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바른정당 탈당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홍철호·김용태·강길부·이종구·김영우·황영철·김무성·정양석 의원.  사진=민중의소리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이 지난 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바른정당 탈당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홍철호·김용태·강길부·이종구·김영우·황영철·김무성·정양석 의원. 사진=민중의소리
바른정당 의원 8명(김무성·김용태·김영우·강길부·정양석·이종구·홍철호·황영철)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탈당을 선언했다. 그러나 탈당 성명서 어디에도 고난을 무릅쓰고 개혁보수의 길을 가겠다며 국민과 한 약속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오는 13일 전당대회까지 치른 후 탈당 의사를 밝힌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를 제외하고 바른정당 탈당파 8명은 8일 탈당계를 제출하고 9일 한국당에 복당할 예정이다. 이들이 탈당계를 제출하면 바른정당은 국회 교섭단체 지위를 공식적으로 상실한다.

이들은 탈당 성명에서 바른정당의 실패 이유에 대해 “새로운 보수의 구심점이 되고자 노력했지만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바른정당엔 보수 분열의 책임만 남아 문재인 정권의 포퓰리즘 폭주와 안보위기 조장을 막지 못하는 참담한 아픔을 겪었다고도 했다. 김무성 의원 역시 “더 치열하게 노력했어야 함에도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탈당파들은 스스로 보수 개혁을 포기했다. 그래놓고 바른정당 분당 책임을 바른정당 구성원 모두에게 돌렸다. “문재인 정부가 잘못한다고 해서 개혁보수의 사명이 사라지기라도 한다는 말이냐”는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의 지적을 뼈아프게 듣고 ‘철새 정치’ 행보를 깊이 뉘우쳐야 하는 이유다.

탈당파 의원들이 바른정당 지지율 탓을 하는 것에 대해 하 의원은 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지율이 안 올라간 것은 (한국당과) 차별화에 실패했기 때문이고, 의원들이 차별화를 위해서 노력을 안 했다”고 꼬집었다.

하 의원은 “지지율 부진은 공동의 책임이나 당 지도부가 가장 책임이 크다”면서 “어쨌든 매일 메시지를 내는 게 지도분데 그동안 지도부가 거의 한국당을 전략적으로 따라가기를 한 게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 바른정당 의원들이 지난 5월3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4·13총선 때 내건 5대 개혁과제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왼쪽부터 오신환·유의동·정병국·김무성·홍철호·지상욱 의원. 사진=민중의소리
바른정당 의원들이 지난 5월3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4·13총선 때 내건 5대 개혁과제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왼쪽부터 오신환·유의동·정병국·김무성·홍철호·지상욱 의원. 사진=민중의소리
아울러 낡은 보수와 완전히 차별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던 바른정당은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당 지도부는 연거푸 국민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해 20대 총선을 앞두고 5대 개혁과제를 제시하고 1년 동안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1년 치 세비(국회의원이 지급받는 수당·활동비)를 반납하겠다고 약속했던 옛 새누리당 의원 32명 중에는 바른정당으로 옮긴 의원 6명(김무성·정병국·오신환·유의동·홍철호·지상욱 의원)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 중 약속대로 세비를 반납한 의원은 한 명도 없다.

바른정당은 지난 7월엔 문재인 정부의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에 반발해 한국당과 함께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등 보이콧에 돌입해 ‘반쪽 국회’를 만들었다. 원래 이혜훈 전 당대표 등은 인사 문제와 별개로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 경제적 효과를 위한 추경 심사에 임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이 원칙이 깨지면서 국민 생계를 볼모로 당리당략에만 몰두하는 한국당과 다를 게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장 국회 교섭단체 지위를 잃게 된 바른정당은 창당 이후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유승민 의원은 7일 최고위원·당대표 후보 연석회의에서 “8일 8명의 탈당계가 제출되고 당이 교섭단체 지위 잃더라도 동요하지 말고 같이 가자”면서 “정말 보수의 환골탈태를 바라는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말했다.

진수희 최고위원도 “보수가 뭉쳐야 할 때라고 하지만 내가 20년 보수 진영에 몸담던 판단이나 생각은 보수는 지금 뭉치는 것보다는 혁신해야 할 때라고 본다”며 “정말 죽을 각오로 열심히 우리가 애초에 창당할 때 내건 가치 구현을 위한 피나는 노력을 할 테니까 계속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하태경 의원은 앞으로 바른정당으로서 차별화 방안에 대해 “새로 선출될 당 대표의 역할이 중요하고 개혁보수의 정책 콘텐츠 부분도 다시 정리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한국당과 100% 다르다는 게 아니라 문재인 정부도 비판할 건 비판하고 지원할건 지원하면서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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