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배우 A 사건’으로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배우 조덕제씨는 “2심 판결은 비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자의적으로 판단된 것”이라며 “현장을 아는 영화인들에 의한 진상규명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7일 서울 종로구의 한 학원 강의실에서 열린 ‘남배우 A 사건’과 관련해 조덕제씨는 △2심 판결과 달리 ‘하체 성추행’을 하지 않았으며 △2심은 영화계 현장을 모르는 사법부의 판결이며 △1심 무죄 판결이 나온 이후 여성단체와 일부 영화단체가 판결에 영향을 주는 행동을 했고 △전문 영화인으로 구성된 진상규명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 7일 서울 종로구의 한 학원 강의실에서 '남배우 A 사건'과 관련해 조덕제씨 측 기자회견이 열렸다.
▲ 7일 서울 종로구의 한 학원 강의실에서 '남배우 A 사건'과 관련해 조덕제씨 측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정민경 기자.
앞서 지난 10월13일 인천지방법원은 조덕제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 △2년의 집행유예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을 명했다. 2심 재판부는 “영화와 같이 신체의 일부 노출과 성행위가 표현되는 영화 촬영 과정이라 하더라도 연기를 하는 행위와 연기를 빌미로 강제추행 등의 위법 행위를 하는 것은 엄격히 구별돼야 한다”며 “피고인은 아무런 합의도 없이 연기를 빌미로 피해자의 특정 부위를 만져 피해자에게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덕제씨는 “연기를 했을 뿐 강제추행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20년 이상 연기한 조·단역 배우가 많은 스태프가 있는 촬영 현장에서 일시적으로 흥분할 수도 없을뿐더러, 연기자임을 망각하고 성추행을 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연기를 하다 순간적, 일시적, 우발적으로 흥분해 성추행을 했다는 것은 정신병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연기로라도 하체를 만졌느냐는 질문에 조씨는 “실제로 바지를 내릴 필요가 없어서 시늉만 했다”며 “바지를 내린다거나 손을 넣을 필요가 없다는 것, 연기를 20년 동안 했고 그런 판단은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조덕제씨는 사법부의 판단을 믿지 못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법원 판단과 달리 영화인들에 의한 진상규명에서 무죄가 밝혀진다면 대법원의 결과보다 더 행복하고 기쁠 것”이라며 “법원에서 유죄로 판결이 나더라도, 제가 평생을 바친 영화계에서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고, 제가 연기를 잘한 것이라 결론 낸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배우 조덕제씨. 사진=정민경 기자
▲ 배우 조덕제씨. 사진=정민경 기자
조덕제씨는 여성단체와 일부 영화단체가 판결에 영향을 주는 행동을 했고, 여성단체에 ‘외부단체’라는 발언을 했다. 조씨는 “특정 영화 단체와 여성단체는 1심 재판 후에 사건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깨고 저를 규탄하고 비난했다. 외부 여성단체와 더불어 2심이 유죄가 나오도록 공격했다”며 “재판 과정에서도 영화와 무관한 여성단체와의 대결구도가 형성돼 있었으며, 영화인의 전문적 식견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공격’이란 지난 1월17일 씨네21과 한국여성민우회가 주최한 긴급포럼 ‘이것은 연기가 아니라 성폭력입니다’를 말한다. 조덕제씨는 “여성단체들과 일부 영화단체는 어떤 근거인지는 모르겠으나 저에게 단 한 번의 질문이나 통화 없이 ‘이것은 연기가 아니라 성추행’이라는 그들만의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당시 긴급포럼에는 영화 잡지 씨네21, 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조 위원장, 이언희 영화감독(‘미씽: 사라진 여자’ 연출), 김꽃비 영화배우가 참여했다. 해당 포럼에 영화 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들도 있지 않았냐는 질문에 조덕제씨는 “그 분들은 사건에 개입할 당시 저에게 어떤 사실 확인이나 전화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아무개 PD는 “영화 노조 측은 여배우에게만 치중해서 남자배우에게는 사정을 묻지 않았다”며 “영화 노조가 영화를 위한 것이지, 여배우를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조덕제씨는 영화인들에 의한 진상규명조사가 필요하다고 거듭 호소했다. 조덕제씨는 “대법원 판결과 별도로 영화계에서 만들어진 진상조사에서 무죄 결정 난다면 나의 연기를 인정해준 것으로, 더 행복하고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의 판결과 별도로 어떤 식의 조사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조덕제씨는 “영화 장면을 재연해볼 수도 있고, 시나리오 작가들이 시나리오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다시 재연해보라고 할 수도 있다”며 “검증 절차에 따라서 필요한 부분에 대해 여배우의 결단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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