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가 ‘멘붕’에 빠졌다.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설립 후 최초로 입점 언론사를 퇴출하면서다. 일각에서는 진보언론에 대한 탄압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 진짜 문제는 ‘약한 언론’에는 깐깐하고 ‘강한 언론’에는 관대한 구조에 있다.

지난 3일 포털 네이버와 다음의 언론사 진입과 퇴출을 심사하는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입점매체 재평가 결과 8개 매체가 퇴출됐다. 콘텐츠 제휴사(CP) 중에서는 한국일보 계열 매체인 코리아타임스가 퇴출됐다. 검색제휴사 중에서는 민중의소리, 아크로팬, 스토리케이, 브레인박스벤치마크, 팝뉴스 등이 퇴출됐다.

▲ 사진=이치열 기자.
▲ 사진=이치열 기자.

콘텐츠 제휴 입점매체 심사는 동아사이언스, 시사저널 두 곳만 문턱을 넘었다. 콘텐츠 제휴 심사에는 네이버 140개, 카카오 183개 매체가 신청한 바 있지만 대다수가 탈락한 것이다. 뉴스타파가 가채점 결과 1위를 차지했음에도 월간 기사 최소 송고량 기준에 미달돼 탈락 처리됐다는 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민중의소리가 퇴출되고 뉴스타파가 황당한 이유로 입점에 실패하면서 포털이 진보언론을 적대시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그러나 포털 평가위 심사 과정을 살펴보면 의도적으로 특정 매체에 반감을 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퇴출여부를 결정하는 재평가는 어뷰징, 광고성 기사 등 부정행위로 인한 벌점이 6점 이상일 경우 시행한다. 재평가 대상 매체가 포털에서 퇴출되지 않으려면 기준 점수(콘텐츠 제휴 매체 80점, 검색제휴 매체 60점)에 미달되면 안 되지만 해당 매체들은 위원 전원이 평가한 결과 낙제점을 받았고 시민사회 추천 위원들도 같은 평가를 내렸다.

뉴스타파가 탈락한 이유는 ‘최소 기사 송고량’을 정하는 등 탐사보도 매체 특성을 반영 못한 부실한 규정의 문제다. 이번 일을 계기로 평가위 내에서도 심사 기준이 문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위 관계자는 “기존 조건이 미비했던 것이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라며 “입점을 논의하는 소위원회에서 관련 규정의 개정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짜 문제는 ‘약한 매체’와 ‘강한 매체’에 대한 차별적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포털 평가위는 조중동 등 유력매체도 똑같은 기준으로 심사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그 기준이 불공정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 2015년 9월 열린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설립 기자회견. 사진=이치열 기자.
▲ 2015년 9월 열린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설립 기자회견. 사진=이치열 기자.

이번에 퇴출된 매체는 ‘기사로 위장한 광고’나 ‘어뷰징’이 문제가 됐지만 종이신문에만 해당되는 ‘애드버토리얼’에 대한 전면적인 심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조중동 등 일간지가 별지 섹션에 돈을 받고 쓰는 기사형 광고를 포털에는 기사로 노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러나 포털 평가위는 ‘애드버토리얼’에 대해서는 ‘제재 방안을 만들겠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심사를 미뤘으며 끝내 직접 제재하지 않고 당사자인 포털과 언론이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평가위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적지 않은 신문들이 애드버토리얼 기사를 포털에 계속 내보냈다. 지면과 대조하면 수십, 수백 건에 달하는 언론이 몇몇 있다”면서 “이를 포털 평가위가 제대로 단속하지 않고 있는데 원칙대로 하면 퇴출돼야 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포털의 벌점 규정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규정 위반행위가 벌어지면 건수별로 제재를 하는 게 합리적이다. 실제 평가위는 기사로 위장한 광고, 선정적 기사 및 광고 전송 등의 부정행위의 경우 위반 건수별로 제재한다. 그러나 정작 ‘어뷰징’으로 불리는 ‘실시간 검색어 키워드 남용’이나 ‘동일기사 반복전송’은 전체 기사 대비 5% 이상일 경우에만 벌점을 부과하고 있다. 전체 기사량이 많은 종합일간지나 통신사는 이번에 퇴출된 매체보다 더 많은 어뷰징을 했어도 퇴출당하지 않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가 벌어진 원인은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구성에 있다. 포털 평가위에는 신문협회, 온라인신문협회, 인터넷신문협회 등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참여하며 위원 추천 권한을 가져 설립 때부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물론, 학계나 시민사회단체 등 견제 역할을 하는 위원들도 있지만 업계를 대변하는 위원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평가위 내에서 불거진 기존 입점매체 퇴출 재평가를 둘러싼 논란에서 업계를 대변하는 위원들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기존 입점 매체에 대해서는 별도의 퇴출 평가를 하지 않으려 한 업계 측 위원들과 재평가를 요구한 시민사회측 위원들 간 갈등이 벌어진 바 있다. 우여곡절 끝에 재평가 방안이 의결됐지만 ‘점수 미달 시 즉각 해지’ 등 강력한 재평가 방안은 13:12로 가까스로 통과했다. 포털 평가위가 애드버토리얼 기사를 별도로 규정하고 처벌하는 방안 역시 사실상 도입이 무산됐다.

포털 평가위 도입 이후 포털 저널리즘의 질은 나아졌을까. 전체적인 어뷰징 기사 수는 줄었다. 그러나 이전처럼 한 이슈에 한 매체가 수십 건씩 기사가 쏟아내는 관행은 사라졌지만, 실시간 검색어 기사들이 여전히 쏟아지고 있다. 한 이슈당 2~3건씩만 어뷰징을 하고 다른 이슈로 바꾸거나 같은 키워드로 다른 내용의 기사를 쓰는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변화한 것이다.

현재 평가위 일각에서는 가까스로 통과된 강력한 재평가 방안에 대한 재검토가 요구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포털 평가위 도입에 따른 순기능도 있지만 여전히 입점 매체들이 진입장벽을 높이면서 유력 매체에 대한 퇴출 가능성을 낮출 우려가 크다. 포털 평가위 도입으로 이익을 본 건 골치 아픈 제휴 심사를 외부에 떠넘긴 포털이지 ‘저널리즘’이 아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