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 년 간 경찰 공권력 남용의 상징으로 지목돼왔던 ‘경찰 차벽’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래 최초로 등장했다.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규탄 집회를 주최한 시민사회단체 모임 ‘NO 트럼프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7일 성명을 내 “촛불항쟁 이후 처음으로 ‘차벽’이 등장했다”며 “스스로 ‘촛불’로 세워졌다고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가 차벽을 동원해 전쟁위협과 무기강매, 강도적 통상압력을 일삼는 트럼프의 방한을 반대하기 위해 모인 전쟁반대 평화실현의 민의를, 트럼프로부터 격리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하는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트럼프 방한 규탄 시민들을 경찰이 차벽으로 막고 있다.ⓒ민중의소리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하는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트럼프 방한 규탄 시민들을 경찰이 차벽으로 막고 있다.ⓒ민중의소리

이날 오후 1시 경 공동행동이 광화문 광장에서 주최한 트럼프 대통령 규탄 문화제는 일렬로 늘어선 경찰차벽으로 인근 차도·인도로부터 완전히 격리된 채 진행됐다. 경찰청이 지난 5일 밝힌 ‘갑호비상령 발동’에 따른 집회 제한 조치다.

경찰청은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는 7∼8일 이틀 간 가용 경찰력을 총동원해 비상근무 태세에 돌입할 것이라 밝혔다. 경찰청은 이 기간 동안 서울 전역에 경찰청장이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위 비상령인 갑호비상령을 내렸다. 갑호비상령은 국빈방문, 대통령 선거 등 국가 차원의 중요 행사가 있을 때 발령 가능하며 가용 경찰력의 100%를 동원할 수 있다.

공동행동은 “문재인 정부는 차벽 설치 이전, 대규모 경찰력을 동원해 광화문 광장을 완전히 봉쇄하고 법원이 허가한 3보1배도 가로막았다”며 “트럼프에 대한 경호를 이유로, 트럼프에 반대하는 국민에게 침묵을 강요하고,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봉쇄한 것”이라 주장했다.

공동행동은 “차벽과 집회 금지의 본질은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한 침해이며, 이는 박근혜 정부가 자행했건 문재인 정부가 자행했건 아무런 차이가 없다”며 “대표적인 박근혜 정부의 적폐인 사드를 강행하고, 나라다운 나라가 아닌 대미 굴욕외교로 일관하며, 이제는 차벽까지 (설치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 민의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청은 공동행동이 신고한 △청와대 방향 행진 경로 3곳 및 집회 장소 3곳 △트럼프 대통령 숙소인 하얏트 호텔 방향의 행진 경로 3곳 △광화문 인근의 집회 장소 4곳 및 행진 경로 1곳에 대해, 청와대 앞인 ‘삼청동 팔판길 1-12 번지’ 인근만 허용하고 나머지는 모두 불허했다.

공동행동은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는 7~8일 동안 청와대, 국회 등 서울시내 곳곳에서 트럼프 대통령 규탄 집회, 항의 시위 및 문화제 개최 등을 진행·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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